58. 나와 내 후손의 안전을 선택할 권리
58. 나와 내 후손의 안전을 선택할 권리
  • 최원형
  • 승인 2017.07.10 17:3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력계, 핵폐기물처리 진실은 함구하고 있다

호주는 2017년 글로벌 풍력시장에서 가장 핫한 나라다. 메가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확인매장량의 8.6%인 764억 톤의 석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풍력 불모지일 뿐만 아니라 석탄 가채매장량 세계 2위인 러시아도 원전국영업체가 풍력단지 건설에 뛰어들었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전무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풍력단지건설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에 있다. 화석연료가 풍부한 이런 나라들이 재생에너지로 돌아서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미 세계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단연 재생에너지다. 반면 전 세계 원전의 약 23%가 집중된 미국에서 원전사업자들은 주정부나 연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내려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데 여전히 미완인 원전 안전 문제와 핵폐기물처리에 관한 비용이 날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그동안 70%를 훨씬 웃도는 원전과 석탄 위주의 전력을 생산해오던 우리에게도 드디어 전환의 기회가 왔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보며 그동안 우리가 왜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는 중이다. 여러 매체에서 쏟아내는 가짜 뉴스도 모자라 원자력 관련 전공 교수들 몇백 명이 기자회견을 열며 대통령의 선언을 뒤집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국의 환경단체라는 곳에서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거두기 바란다고도 했다. 도를 넘은 행동들이다.

고리 1호기 정지로 맞은 전환 기회
대통령 탈원전 선언 반박하는 단체
재생에너지 비싸다는 이유 들지만
핵폐기물 처리 비용 고려하지 않아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한 것이 제왕적 조치라는 것은 지나친 곡해다. 이미 18대 대선 때 환경단체를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은 대통령후보들에게 탈원전 공약을 요구했다. 핵발전소단지마다 6개 이상 초 밀집으로 세워진 나라는 우리가 세계에서도 유일하다. 고리핵발전소 단지 인근에는 400만 명 가까이 살고 있다.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염원을 받아 안은 사람이 당시 문재인 후보였다. 19대에도 여전히 탈원전을 공약했다. 더구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여부를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민의를 수렴하는 이러한 행동이 어째서 제왕적 조치인가? 오히려 묻고 싶다. 그동안 원전일변도의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오면서 언제 한번 민의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지를.

기술적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이 적용되어 피해를 입든 혜택을 보든 그것은 순전히 시민들의 몫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의사는 진찰을 하지만 치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면허가 없는 환자의 몫이다. 왜일까? 치료의 결과는 온전히 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은 전문가의 영역이나 그것을 선택할지 말지를 시민이 결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민주적 절차다.

값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왔다는 말에도 제동을 걸고 싶다.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며 엄청난 전력복지를 누린 곳은 국민이 아니라 산업체다. 국민들은 누진제가 적용되는 요금으로 염천에도 에어컨을 켜는 일을 예닐곱 번 심사숙고하며 지냈다. 산업용 전력소비는 전체 전력소비의 55%를 차치하는 반면 가정용은 고작 13%내외인데도 말이다.

원자력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너무 비싸다고 한다. 세계의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가 현재시점 비싼 건 사실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의 장을 펼친다면 발전단가가 낮아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본다. 온갖 흠집을 내면서도 원자력계에서 함구하고 있는 게 있다.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할 고준위핵폐기물저장시설이다. 해마다 800 톤 가까이 핵폐기물이 나오고 있다. 핵폐기물은 특히나 고농도방사능물질이다. 이것을 저장할 시설이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다. 향후 7년쯤이면 현재 임시로 저장해둔 시설들마저 포화상태가 된다. 한반도 이 좁은 땅덩어리 어디에서 고준위핵폐기물처리장을 선뜻 받아줄까? 그러기에 무엇보다 그 위험을 몽땅 안아야할지도 모를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에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는 게, 시민의 안전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게 대체 왜 문제가 돼야하는 걸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용기없는관찰자 2017-07-10 23:10:10
탈핵은 경제도 학문도 과학도 아닌 윤리의 문제로 다뤄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