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박장호
25. 박장호
  • 임연숙
  • 승인 2017.08.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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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를 맞춰 다름을 보다

▲ ‘네 마리가 있다’, 광목에 혼합재료, 58×82cm, 2016.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바뀔 만큼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가 뜨겁다. 생명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에 그만큼 깊숙이 들어와 어떤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있을까. 불가에서는 미물 하나에도 존재의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큰 의미에서 생명체에 대한 신비한 섭리는 아직 나에겐 끊임없는 물음표이다.

개는 동료이자 친구같은 존재
내면에 공존하는 이종의 의미
상대입장서 보면 가치는 동일


박장호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들이 반려동물 1순위로 여기는 개가 등장한다. 작가에게 있어 개는 하나의 동료이자 생각을 나누는 친구와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실제로 사람과 개의 시선은 물리적으로 차이가 있다. 사람은 키가 커서 위에 있고 개는 사람의 다리 정도에 있다. 박장호 작가의 그림에서는 개와 사람의 눈높이가 같다. 생각하는 머리의 높낮이가 같다. 개의 입장과 사람의 입장이 오버랩 되어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삶과 죽음은 반드시 인간의 삶과 죽음이 아니다.

작가는 생명과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인간이 주도해 나가는 현재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가운데 반드시 인간이 최상위 종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위트 있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만의 이야기가 담겼지만 때로는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실제의 풍경이 함께 들어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의 작품 속에 전통에 대한 고민의 흔적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동물이 주제가 되는 그림을 전통회화에서 찾자면 조선 초 이암(李巖, 1499-?)을 들 수 있다. 많은 회화에서 동물은 주제가 되는 인물의 부수적인 요소로 혹은 전통산수에서 상징적 의미로 등장하는 반면, 이암은 어미 개와 강아지, 고양이, 새 등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한국의 정취를 담백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옛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시선과 마음이 느껴진다.

반면 박장호 작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생명체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희노애락의 감정의 깊이까지도 나의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으로 가치가 경중이 같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의 한쪽으로 멀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회색빛 도시라 하기엔 너무나 우울한 분위기의 마을은 단순히 반려동물과 사람을 의미해 보이지는 않는다. 개에 대한 등장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을 만한 대상으로서가 아닐까.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개개인의 이야기 속에서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로 ‘개’가 되어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누구나 ‘개’가 될 수 있다. ‘이종(異種)’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다른 종의 성질, 또 언제든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던진다. 마치 알 수 없는 우주의 이치처럼 무엇으로 나고 무엇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우리가 늘 갈구하는 그 무엇처럼 말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이지만 표현이나 기법에서 전통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한국화는 기법이 아닌 다른 어떤 미감의 양식으로 규정지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선적인 묘사나 종이의 번짐, 먹의 느낌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명암이 들어간 서양화 기법도 아니다. 멀리보이는 마을의 풍경에서 산수화처럼 넓게 펼쳐진 표현정도가 전통화의 기법이라고나 할까. 기법보다는 이암의 ‘개견도’처럼 심성이 느껴지는 그림이라고나 할까. 이런저런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동시대 젊은 작가의 진지한 모습을 만나게 되는 그림이다. 눈높이를 맞추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 앞에서 꼭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상사와 직원, 남편과 부인의 눈높이를 맞추어 생각해 봐야하는 화두를 받아든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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