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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초심학인문(11)

기자명 지묵 스님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승부를 다투어 서로 논란함을 삼가며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잡담함을 삼가라

〈제10과〉
居衆寮하되 須相讓不爭하며 須互相扶護하며 愼諍論勝負하며 愼聚頭閒話하며 愼誤着他鞋하며 愼坐臥越次하며 對客言談에 不得揚於家醜하고 但讚院門佛事언정 不得詣庫房하야 見聞雜事하고 自生疑惑이어다

대중방에 머물 때에는 서로 양보하여 다투지 말며, 서로 도와주며, 승부를 다투어 논란함을 삼가하며,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잡담함을 삼가하며, 남의 신발을 잘못 신지 않도록 삼가하며, 앉고 눕는 차례 어기는 것을 삼가하며, 객을 만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절 집안의 추함을 드러내지 말고, 다만 절 집안의 불사를 찬탄할지언정, 고방(庫房)에 나아가서 잡사를 견문하고 스스로 의혹을 내지 말지니다.
거중료(居衆寮) 수상양부쟁(須相讓不爭) 수호상부호(須互相扶護)중료(衆寮)는 큰 방, 대중방, 선방 등이다.

싸우지 말고 서로 형제처럼 돕고 친하게 지내도록 하였다.옛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풍수가 아주 나쁜 땅에서도 착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많이 모여서 지내면 복지(福地)가 되는데 이것은 선정삼매의 기운이 어리고 서려서 땅의 기(氣)가 바뀌기 때문이다.

반대로, 천하 길지(吉地)에서도 화합하지 않은 대중이 모여 지내면 나쁜 땅이 되어 삼재팔난이 끊임없이 다가온다고 하였다.신토불이(身土不二). 몸도 땅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나쁜 몸으로 태어 났고 못난 가문에서 자랐어도 착한 마음을 먹고 남을 위해 마음을 열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32상과 80종호를 갖춘 불보살이다. 1000일 동안이면 피부가 바뀌고, 3000일 동안이면 뼈가 바뀌고, 10000일 동안이면 골수가 바뀐다는 말도 이와 같다.

신쟁론승부(愼諍論勝負)
승부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승자, 패자가 있고 승자 역시 언젠가는 패자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승부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난 대로 다 말해서는 안된다. 생각이 떠올랐어도 잘 걸러서 지금 적당한지 살펴보고 말을 해야 한다. 문화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생각이 튀어 오르면 오른 대로 제멋대로 말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제 한 몸만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떠나야 품위 있는 문화인이다.

신취두한화(愼聚頭閒話)
모여서 소일거리가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좋은 말 대신 남의 허물을 잡고 말하는 쪽으로 떨어진다. 법정 스님은 한때 이런 교훈을 말씀하셨다. 대중방에서는 토굴처럼, 토굴에서는 대중방처럼. 대중방에서 대중생활을 잘 하려면 호젓한 토굴에서처럼 조용하게 지내고, 반대로 토굴생활은 대중생활에서처럼 근면하게 지내야 진정 수도자라고.

대객언담(對客言談) 부득양어가추(不得揚於家醜)
객을 맞이해 이야기를 꺼낼 때에, 좀 부끄러운 절 일, 불미스러운 내용은 밖으로 드러내서 말하지 말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듣는 사람의 신심을 떨어뜨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면 선신(善神)이 가까이 다가와 귀를 기울려 듣고 나쁜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면 악신(惡神)이 가까이 다가와 귀를 기울려 듣는 다는 고사가 있다. 선신이 옹호를 해도 일을 이룰까 말까 하는데 악신이 가까이 있으니 어떻게 일대사 마치기를 기약하랴.

부득예고방(不得詣庫房) 견문잡사(見聞雜事)
고방(庫房)은 원주실이나 종무소의 창고 같은 곳이다. 소임자가 아닌데 공연히 고방에 가서 잡다한 여러가지 일을 보거나 듣고 의심을 내지 말라는 말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사판(事判)의 살림하는 소임자 스님의 처소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차라리 공부인에게는 매사가 모르는 게 약이 된다.


송광사 지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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