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화의 노예가 되지 않기
30. 화의 노예가 되지 않기
  • 재마 스님
  • 승인 2017.08.2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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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감정 통제 안 되면 감정 노예로 전락

계속되는 흐리고 비 오시는 날씨가 장마철인지 여름인지, 계절을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니 가을이 오심을 느낄 수 있는데요, 지난 주 내면아이를 잘 돌보셨는지요? 붓다께서는 조건과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화를 마음챙김으로 알아차리고 흘려보낼 수 있다면 수행의 진보와 향상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정들은 늘 변하며 무상한 것
화 날때 나무처럼 가만히 있고
내 쉬는 숨에 흥분 흘려보내면
알아차려지고 인식하여 사라져


틱낫한 스님은 화를 풀어야 하는 7가지 이유를 말씀합니다. 분노는 우리를 추하게 하고, 마치 불 위에서 구워지는 새우처럼 고통 속에 등을 접어 웅크리며 괴롭게 하기 때문에, 또 우리를 발전시킬 수도 꽃피울 수도 없기 때문에, 물질적 정신적 부와 행복을 잃기 때문에,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만 알려져 친구들과 멀어지고, 상쾌하고 즐거운 무리에 끼지 못하고 유령처럼 홀로 떠돌게 되기 때문에 화를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화를 표출하게 된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소리를 지르거나 고함을 치면 몸에서 엔도르핀이 나오는데, 이것은 격렬한 운동 뒤에 오는 카타르시스적인 활동이 공격성을 줄여준다는 정신분석적 견해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를 내는 순간 얼굴에 열이 올라 긴장으로 인해 빨개지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가슴은 빨리 뛰고, 피가 온 몸으로 솟구치고, 심하면 몸의 떨림 등을 경험합니다. 이런 부정적 정서와 기운 때문에 화내는 사람 옆에 가고 싶지 않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몸의 상태가 이렇다 하더라도 감정적으로는 화라고 직접 느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불안, 분함, 원망, 짜증, 창피, 속상함, 슬픔, 억울함, 복수심, 부끄러움, 미안함, 욕하고 싶음, 불만 등의 감정이 분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들은 화의 군락이기 때문에 과다한 긴장과 스트레스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정서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분노와 불안수치가 높게 나타나며,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폭발가능성을 보입니다.

이 정도 되면 분노가 나를 노예처럼 부리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감정의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분노 감정 속에 다른 감정이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아내어 이름을 붙이면 분노를 줄이거나 조절할 수 있습니다. 화를 안으로 안고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만사를 자기 탓으로 여겨 자기가 못나고 바보 같다고 화를 자신에게 내는데요, 화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리고 느낀 감정을 잘 반영해주고 자기감정을 인식하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수피시인 루미는 인간에게 찾아오는 매일의 감정을 손님처럼 접대하라고 합니다. 인생의 하루라는 여인숙에 찾아오는 손님들, 어두운 생각, 수치심, 악의들을 문간에서 고맙게 잘 맞아들이라고 합니다. 방안의 모든 것들을 쓸어가 버린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들은 우리를 정화하는 훌륭한 안내자들이라고 노래합니다. 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근원적으로 이 감정들은 늘 변하며 무상합니다. 잠시 왔다 가는 것이지요.

화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얘기해주는지 귀를 기울여봅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입보살행론’에서 “화가 일어나면 나무토막처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노래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분노의 공격성이 부리는 횡포에 우리 자신과 이웃이 피해를 가장 적게 입는 방법으로, 반복적인 수행으로 익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화가 일어날 때 나무토막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보기, 그리고 내쉬는 숨에 이 뜨겁고 흥분된 에너지를 밖으로 흘려보내실 것을 권합니다. 각자 건강한 자신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요? 화와 분노를 느끼는 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수행을 한 번이라도 성공한다면 다음에 격한 분노의 감정이 찾아오더라도 더 이상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어 있는 곳에 친절한 사랑(loving-kindness)의 에너지를 채워보시기를 권합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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