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연민수행
33.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연민수행
  • 재마 스님
  • 승인 2017.09.19 13: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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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냄의 독소로 자신에게 폭력 가하지 마라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순수한 동기로 타인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지혜로운 연민수행을 해보셨는지요?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인 연민(karuna- compassion)은 생명을 소중하고 귀하게,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말합니다. ‘법구경(Dhammapada)’에는 “살아있는 생명은 폭력에 떨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내가 두려워하듯 남도 그러하니 그 누구도 괴롭히지 말라. 모든 존재는 폭력을 두려워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내가 소중히 여기듯 남도 그러하니 누구도 해치지 말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폭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거나, 겪은 이들에게 그 고통에 공감 하며,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일으키라는 말씀으로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회서 애쓰며 사는 현실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일 수도
몸속 여러 아우성에 귀 기울여
혼돈과 고통에 연민을 보내야


특히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쁘게 애쓰며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단지 그것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면서요. 현재의 제 경우를 예를 들면 3개 대학에서 몇 시간씩 강의를 하면서 한 학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또한 법보신문에 매주, 월간지엔 매월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잘하기 위한 공부모임에 참석하거나 수행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이번 학기에는 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 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매일 해야 하는 수행을 정해서 하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엄청나게 잘게 쪼개서 거의 15분, 30분, 한 시간 단위로 살아가는 수준입니다. 일이 잘 풀리고 수행으로 고양이 될 때는 몸도 가볍고 마음도 맑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 앓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일들이 생기려고 할 때마다 그 일을 제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낍니다. 이 정도면 일중독 수준입니다. 수행자의 고요함은 짧게 자주 가지려는 명상시간으로 대체하고, 한가함은 공양 후에 가지는 짧은 산책시간과 지방으로 오가는 기차 안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차 안에서 독서나 일들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제일 많이 희생하는 것이 밤잠이지만 어느 때는 끼니를 제 때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일을 헤쳐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누가 또 부탁하면 그 일을 거절하는 것이 무척 힘이 듭니다. 이것이 현재 제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입니다.

이때 고통의 상황에서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추는 것(stop)입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해 머물러 보는 것(stay)입니다. 숨을 고르고, 제가 그렇게 애쓰고 살려는 동기가 무엇인지 깊이 살펴보면서 저를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민의 눈으로 바라봅니다(see). 그리고 제 자신에게 좀 덜해도 되고, 욕심을 줄이고 내려놓아도 되는 것들을 일러줍니다(sophia). 4s수준으로 제 자신을 비추다보면 잘해서 인정받으려는 욕심과 잘하는 것으로 제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오만함과 분수를 모르는 어리석음이 저와 제가 하는 일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 가한 해와 폭력을 참회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제 심장과 내장기관들에게, 혈관과 림프액 등 순환기 계통의 여러 선들의 고통스런 아우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특히 12경락의 기(氣)들과 뇌척수액이 만나는 천골(엉덩이의 넓적뼈)의 혼돈과 고통에 연민의 마음을 보냅니다. 저의 천골은 제가 너무 잘하고 싶다는 무리한 욕심을 내면서 제 자신을 몰아갈 때면 어김없이 통증으로 신호를 보내는 곳입니다. 제 몸과 마음에 연민을 보내며 적어도 이번 100일 수행기간에는 새로운 일을 맡지 않겠다는 발원을 다시 새깁니다.

이러한 자기연민수행의 한 방법을 공개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지치고 예민한 몸의 상태에서는 작은 불쾌감도 반응하며 성냄의 독소로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고통의 패턴을 반복하는 습관의 윤회에서 해탈하기를 원하는 분이 계실지 몰라 부족하지만 회향합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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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기 2017-09-19 18:06:45
진정한 출가의 목적은
쉼을 완성하기 위한 선택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