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상북도 동해안의 외딴 오지인 영덕군에서 나옹스님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정한 스님의 생애를 재조명해 보는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여러 가지의 난관을 무릅쓰고 세미나를 강행했다. 이러한 의사를 말하면서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대각사상연구원에서 맡아 줄 것을 의뢰한 것은 지난 11월이었다. 불과 3개월 남겨두고, 학술세미나를 주관해 달라고 하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며, 더구나 지방의 먼 곳까지 발표를 가줄 학자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을 말하니 담당 공무원도 수긍이 가는지 자리를 떠나려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우리 김병목 군수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그곳이 나옹 스님
“이 시대를 생명의 눈으로 성찰하는 계기 삼을 것”부처님이시여!길을 나섭니다. 길에서 나셔서, 길 위에서 가르침을 펴시다가, 길 위에서 가신 당신을 따라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왜 이리 두려운지요. 엄동에 한뎃잠을 자야 하는 일도 두렵고, 혹시라도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까 봐 두렵고, 길을 잃을까 봐 두렵습니다. 당신의 길을 따라온 40년이 헛공부였는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는 일이 더 괴로워서, 우선 제가 살기 위해서 이 길을 나섭니다. 하여 이 길은, 납자로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반조하고, 당신과 당신의 또 다른 몸인 뭇생명들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모두들 힘들어합니다.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다들 못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거리에는 차들이 넘쳐나고,
민족의 최대 명절 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신년이 시작된 지 이미 한 달 너머 지났습니다마는 수천 년 음력을 사용했던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설이 지나야 진정한 새해를 맞이했다 할 수 있겠지요. 법보신문은 올 한 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사훈으로 정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좋은 날이다’라는 뜻입니다. 참으로 의미가 깊은 문구입니다. 알다시피 일일시호일은『벽암록』에 실린 선가의 유명한 화두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나 생로병사, 길흉화복에 소란을 피우지만 우주는 한 개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의 본체에서 본다면 자연의 변화와 실상에 선악이란 없다.” 『벽암록』의 설명입니다. 우리는 태풍이 불면 태풍이 분다고 걱정합니다. 또 볕이 쨍쨍 내리쬐면 너무 뜨겁다고 불평을 하지요. 그러
1980년 10월 27일 새벽, 총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가 종교정화와 불순세력 색출이라는 미명하에 전국 사찰에 대한 강제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당은 무장 군인들의 검은 군화에 짓밟혔고 스님들은 절 마당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얼마 후 신군부는 사찰이 치부의 공간인 듯한 뉘앙스로 언론에 수사결과를 흘렸고 일순간 불교계는 도덕적으로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무뢰배 집단으로 내몰리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이후 한동안 숨죽였던 불교계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80년 10월 27일 있었던 신군부의 만행과 거짓 발표를 규탄하며 당시 사건을 법난으로 규정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군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당시의 신군부 행동이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불교계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이 어린이 포교 활성화를 위해 고화질 애니메이션 제작에 착수했다. 공중파에서도 방영이 가능한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겠다는 방침에 벌써부터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가톨릭과 개신교의 경우 이미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선교 애니메이션이 나와 있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불교를 맏형 격인 조계종도 드디어 어린이의 기호에 맞춘 포교 전략을 구상해 실천에 옮긴다는 점에서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총무원장 지관 스님 취임한 이후 종단의 운영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실 인사라 할 만큼 원칙에서 벗어난 특정 문중 중심의 인사와 함께 신정아 거짓 학위 사건
부처님은 “너희가 내 옷자락을 잡고 내 발자국을 졸졸 따라 다녀도 내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지 않고 등지고 있다면 멀리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시간적, 공간적 공간) 있다 해도 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면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이르셨다. 오로지 자신만의 복을 빌면서 부처님의 형상만을 짝사랑하는 요즘 불자들의 세태를 비판하는 쓴 소리로, 가끔 큰스님들이 인용하는 경전의 한 구절이다.요즘 불교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겐 참으로 깊은 의미를 던져 주는 말이다. 지나온 삶을 가장 수승하게 정리하는 길은 오직 수행이라 믿고 있지만, 말처럼 실행으로 옮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부류의 사람들처럼 부처님을 짝사랑하기보다 초심 불자로서 어떻게 하면 부처님과 함께하고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고심하고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우리 불교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이른바 ‘대운하’ 착공을 강행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번지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당초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당선인이 선거공약으로 내걸면서 격렬한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환경시민단체, 문화계, 불교계에서는 즉각 대운하 계획을 ‘나라의 장래를 망치는 대재앙’으로 규정하고 대운하 공약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다시 힘을 얻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대운하 공사 강행의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교계는 사실상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1월 3일 문화재청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때마다 불거진 교회 등 종교 투표소 문제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 동안 불교계와 시민들의 의견을 검토해 시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변명으로 일관해 왔던 선관위가 1월 10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의 항의 공문에 대한 답신을 통해 “종교시설 투표소가 다른 종교인들과 일반 유권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인식을 함께 한다”며 “오는 4월 9일 실시할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투표소를 신규로 설치하거나 위치를 변경할 경우 교회 등 종교시설 내 설치를 자제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해 왔다. 선관위의 이러한 변화는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알다시피 그 동안 선거를 할 때마다, 특히 교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선거를 할 경우 개신교를
진각복지재단은 종교와 사상 그리고 이념에 관계없이 소외된 이웃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는 것은 물론 현세정화를 원력으로 삼아 첫 발을 내 디딘지 10년 만에 참다운 불교복지의 모델을 구축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그야말로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복지서비스의 영역을 다변화하는데 성공했고, 지역사회와 계층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시설을 36곳이나 운영하는 굴지의 복지재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각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해온 진각복지재단은 노인요양원, 종합사회복지관, 일자리 지원센터, 장애인시설, 청소년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의 시설에 이어 스리랑카에 해외지부를 설립하면서 해외로 복지 영역을 넓히며 불교복지의 세계일화를 향한 발
새해 벽두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메아리친다. 여기서 ‘복’은 기쁨, 즐거움, 행복과 같은 의미를 지니지만 이 단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쓰지는 않는다. 지난해의 우울함과 어두웠던 마음을 툭툭 털고 일어나 막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전해주기 딱 좋은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정말 특별한 한 해가 될 거란 확신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한데 그 덕담이 그대로 들어맞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되돌려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복이란 원래 좀체 다가오지 않는 것이니 상호 이를 복창함으로써 어떻게든 그것을 불러들이겠다는 자기암시의 몸짓이라고 할까. 아무튼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으니 이 말에 시비를 걸 수는 없을 것
“스님, 스님. 이것 좀 보세요. 별일이네요.”우리 절 한 보살님이 내 앞에 불쑥 신문을 내밀었다. 「법보신문」이었다. 평소에는 비교적 꼼꼼히 신문을 보는 편이지만, 요 며칠 많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번 주에 도착한 신문을 이제껏 보지 못했던 터라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보살님이 펼쳐 보인 지면에 서둘러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신문 지면에 ‘성모 마리아’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의 그림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는 것이었다. 신도 교육과 포교를 주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는 불교계 전문 신문에서 이웃 종교의 ‘성화’로 불리는 그림이 보이다니 보살님 말대로 ‘별일’이었다. 지면을 펼쳐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보니 비교종교학자로 이름 높은 오강남 교수님이 인류 역사에 등장한 여러 종교들의
최근 문화재청이 경부운하 예정지 주변 500m 이내에 국보 제6호 중원탑평리칠층석탑을 비롯한 지정문화재 72개소와 매장문화재 177개소가 분포돼 있다고 밝히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의 동북공정보다 더한 문화유산 파괴 사업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교계 역시 피해가 예상되는 문화재 가운데 불교관련 문화재가 1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부운하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 시점에서 불교계 전체적으로는 경부운하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 어떤 종교보다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불교계 입장에서는 ‘어떠한 개발도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패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