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吟枯木猶生喜 髑髏生光識轉幽용음고목유생희 촉루생광식전유磊落一聲空粉碎 月波千里放孤舟뇌락일성공분쇄 월파천리방고주(용이 고목에서 우니 오히려 환희가 솟아나고/ 해골에서 광채가 빛나니 알음알이 깊어지네./ 한 자락 벼락같은 큰 소리는 허공을 부수고/ 달빛 파도치는 천 리에 홀로 배 띄우네!)조선 후기 고승 청매인오(靑梅印悟 1548~1623) 스님은 동진 출가해 청허휴정 스님의 문하에서 수학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사명유정 스님과 함께 의승장으로 3년간 참전했다. 부안 월명사, 구례 연곡사에서 수행한 뒤 76세로 입적했다. 이후 문도들이
法空非我道非親 樹倒藤枯笑轉新법공비아도비친 수도등고소전신風掃止啼黃葉盡 千林全體露天眞 풍소지제황엽진 천림전체로천진 (법공(法空)도 아(我)가 아니요, 도(道)도 친하지 않도다./ 나무가 넘어지고 등나무가 마르니 그 웃음 더욱 새롭도다./ 바람 불어 울음 그치게 한 황엽(黃葉)마저 다 쓸어 버린 곳에/ 온 산 수풀 전체가 천진(天眞)을 드러내도다.)‘금강경’ 제31 지견불생분(知見不生分)에서 “수보리야, 말한 바와 같이 법상(法相)이란 여래가 설하되 법상이 아니고 그 이름이 법상이니라(須菩提 所言法相者 如來 說卽非法相 是名法相).”라는
月照諸品靜 心持萬緣輕월조제품정 심지만연경獨坐一爐香 金文誦兩行 독좌일로향 금문송량행知機心自閑지기심자한(달빛 비추니 온 세상 조용하고/ 마음 굳게 지니니 모든 인연 가볍도다./ 홀로 앉아 향로에 하나의 향 사르고/ 경전 말씀 외우노라./ 세상 돌아가는 것 알기에 마음은 스스로 한가하다.)표충사 만일루는 조선 철종 11년인 1860년 월암(月庵) 스님이 세웠다. 1926년 화재로 소실됐으나 1929년 중건됐다. 2010년 보수할 때 주련을 유물관으로 옮겼다. 그러나 주련은 게송을 온전하게 인용한 것이 아니다. 앞의 두 구절은 당나라 시인
阿彌陀佛非聾漢 念念彌陀奈爾何아미타불비농한 염념미타나이하空山雨雪無人境 驀地相逢是自家공산우설무인경 맥지상봉시자가(아미타 부처님은 귀머거리가 아니라서/ 생각을 끊이지 않고 염불하면 그대 어이 할 수 있으랴/ 빈산 눈 내려 인적마저 드문 곳에/ 별안간 서로 만나면 바로 본래 자기일세.)주련의 내용은 ‘대동영선(大東詠選)’의 ‘증운공유마경[강추금](贈雲公維摩經[姜秋琴])’이라는 시제(詩題)에 나오는 일부분이다. 운(雲)은 스님의 법명이며 강추금은 경기도 광주 출신의 강위(姜瑋, 1820~1884)를 말한다. 강위의 호는 추금(秋琴) 외에도
淸淨廣大喩芳池 能療衆生煩惱渴 청정광대유방지 능료중생번뇌갈普願空花發勝心 永離凡愚虛妄識보원공화발승심 영리범우허망식(청정하고 광대하기가 아름다운 연못과 같아/ 중생의 번뇌 갈증을 치료해 주시네./ 널리 중생[含生]들이 훌륭한 마음을 내도록 발원하고/ 어리석은 범부의 허망한 의식을 영원히 여의게 하려네.)이 주련은 당나라 의정(義淨)이 711년 천복사에서 한역한 5자 4구의 게송 ‘일백오십찬불송’ 가운데 마무리 부분을 인용하였으나 온전하게 인용하지 못했고 주어가 빠진 것이 아쉽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一毫一相充法界 一行一德遍心源 ( 일호일
佛眼如千日 照異體同還불안여천일 조이체동환圓明法界內 無處不鑑容 원명법계내 무처불감용(부처님 눈은 천 개의 해와 같아서/ 비춤은 다르나 체(體)는 한가지라서/ 완연하게 밝은 법계 내에/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네.)‘금강경오가해’ 제18 일체동관분에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께서 불안(佛眼)이 있느냐?”라고 하자 수보리는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불안이 있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 양나라 때 부대사(傅大士)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내용을 인용해 주련으로 삼았다. ‘금강경’에서 일체동관분이란 “모든 것
忍受井枯魚少水 寧容象逼鼠侵藤인수정고어소수 영용상핍서침등覩玆脆境早修行 勤念彌陀生極樂도자취경조수행 근념미타생극락(물고기가 옹달샘 물이 말라 적어지면 어찌 견딜 것이며/ 설령 코끼리는 등나무를 흔들고 쥐들은 갉아먹는데/ 이런 위태한 지경을 보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조급히 수행하라./ 부지런히 아미타불 염불하여 극락왕생하리라.)이 주련의 일부는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 제2권 불자필람(佛子必覽)과 ‘석문의범(釋門儀範)’ ‘칠중수계의궤(七衆受戒儀軌)’ ‘화엄대례문(華嚴大禮文)’ 등을 통해 서둘러 수행할 것을 경책하는 문구로 자주 거
寒山唯白雲 寂寂絶埃塵한산유백운 적적절애진草座山家有 孤燈明月輪초좌산가유 고등명월륜(한산(寒山)은 비록 흰 구름만 찾아오지만/ 고요하고 평온하여 번거로움 없다네./ 산속의 초암(草庵) 풀방석에 앉았더니/ 방안에는 등잔불 산 위에는 둥근달만 휘영청 하구나!)‘한산시(寒山詩)’에 나오는 내용으로 전반적으로는 세속을 초탈(超脫)하여 그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유유자적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작품으로 보면 소박하고 솔직하다. 물론 한산시에 나오는 내용이 거의 그러하다. 또 한산시는 어려운 시구를 고집하지 않는다. 알기 쉬운 내용으로 주변을 노
拈花四十九年後 擊鉢千七百案中염화사십구년후 격발천칠백안중一毫頭建寶王刹 微塵裏轉大法輪일호두건보왕찰 미진리전대법륜(염화미소 49년에/ 발우를 들고 천 칠백 공안 중에/ 하나의 터럭 끝에 보왕 세계를 건립하고/ 미세한 티끌 속에서 대법륜을 굴린다.)불보종찰 통도사 보광전(普光殿)에 걸린 주련으로 구하천보 스님의 필적으로 보인다. 게송의 첫 구절은 부처님 가르침을 언급했으며 이어서 열반 후 부처님 가르침의 본의(本義)를 알고자 치열하게 참선 수행해 한소식을 얻는 과정을 말했고 나머지 두 구절은 여래장의 묘명(妙明)함을 노래하고 있다.염화는
白雲堆裏屋三間 坐臥經行得自閒 백운퇴리옥삼간 좌와경행득자한磵水冷冷談般若 淸風和月遍身寒간수냉랭담반야 청풍화월변신한(흰 구름 덮인 언덕 속에 세 칸 누옥(陋屋)이 있어/ 앉고 눕고 거닐므로 스스로 한가함을 얻었네./ 골짜기 물 흘러가는 소리 반야를 이야기하고/ 맑은 바람 달과 함께 어울리어 온몸에 그득하네.)고려 말 고승 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 스님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에서 출생했다. 20세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경북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 대승사에 딸린 공덕산(功德山) 묘적암(妙寂庵)에서 요연(了然) 스님을 찾아가 문하
淸淨善根普回向 利益群迷恒不捨청정선근보회향 이익군미항불사悉令一切諸衆生 得成無上照世燈실령일체제중생 득성무상조세등(훌륭한 선근으로 널리 회향해/ 언제나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이롭게 하고/ 모든 중생에게/ 세상 비추는 가장 높은 등불 이루게 하네.)佛智廣大同虛空 悉了世閒諸妄想불지광대동허공 실료세한제망상(부처님 지혜 넓고 커서 허공과 같아/ 세간의 헛된 생각 모두 알도다.)80권 ‘화엄경’ 권제24 십회향품에 실린 게송과 이어서 나오는 두 구절은 ‘화엄경’ 권제80 입법계품에 실린 게송을 인용했다. 이 주련은 밀양 표충사 대광전, 김천 직지
千年石上古人從 萬丈巖前一點空천년석상고인종 만장암전일점공明月照時常皎潔 不勞尋討問西東명월조시상교결 불로심토문서동(천년의 반석 위에는 옛사람의 발자취/ 만 길의 바위 앞은 한 점의 허공이네./ 밝은 달이 비출 때면 늘 맑고 깨끗하거늘/ 괜히 동서(東西)를 물어서 찾느라고 수고롭지 않다네.)당대 고승으로 알려진 ‘한산시(寒山詩)’의 시문이다. 한산자(寒山子)는 중국불교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은자(隱者)로, 천태산에 머물며 나무와 바위에 새긴 시를 국청사(國淸寺) 스님이 편집했다고 전해지는 시집이다. 한산시에는 한산자의 시 300여수뿐 아니라
雲歸峰翠屹 石立水聲虛 운귀봉취흘 석립수성허相與逍遙日 淸緣自有餘상여소요일 청연자유여(구름 걷히자 푸른 봉우리 우뚝하고/ 선바위 사이로 물소리 허허롭네/ 서로 더불어 소요하던 날/ 맑은 인연이 저절로 넉넉하네.)해인사 궁현당(窮玄堂)에 걸린 주련이다. 이 주련은 수행자가 아닌 한자를 아는 이가 풀이하면 깨우침을 주는 시(詩)가 아니라 서정적으로 이해하거나 도가 사상으로 해석하여 시문의 본지를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시의 출처와 글쓴이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잘 살펴보면 현묘한 도리를 궁구(窮究)한다는 ‘궁현당’에 걸맞은 주
七重寶樹圍金界 一點閒燈伴白雲칠중보수위금계 일점한등반백운簇簇法雲生片刹 霏霏花雨散諸峰족족법운생편찰 비비화우산제봉(금계(金界)는 일곱 겹의 보배나무가 둘러있고/ 등(燈)마다 한가로이 흰 구름과 짝하고/ 뭉게뭉게 법운(法雲)은 조각마다 찰토(刹土)요,/ 모든 봉우리마다 꽃비 흩날리네.)경남 합천 해인사 주련에는 칠중보수위금계(七重寶樹圍金界)로 시작하는 주련이 명안각(明眼閣), 심검당(尋劍堂) 두 곳에나 있다. 명안각의 주련은 독창적이지 못하고 앞의 두 구절은 다른 시문에서 차용을 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인 내용은 해인사 도량을 정토 세계에
鐸鳴鍾落又竹篦 鳳飛銀山鐵壁外탁명종락우죽비 봉비은산철벽외若人問我喜消息 會僧堂裡滿缽供약인문아희소식 회승당리만발공(목탁 소리 울리고 종소리 끝나자 또한 죽비를 치니/ 봉황새는 은산철벽(銀山鐵壁) 밖으로 날아가 버렸네./ 만일 사람들이 내게 기쁜 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스님들 모인 승당에서 만발공양을 올리리라.)이 주련은 내소사에서 수행하시던 해안봉수(海眼鳳秀 1901~1974) 스님의 오도송이다. 해안 스님은 한학을 배우다가 14세 때인 1914년 내소사에서 만허(滿虛)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축발했다. 1917년 장성 백양사에서
擬將修福欲滅罪 後世得福罪還在의장수복욕멸죄 후세득복죄환재但向心中除罪緣 各自性中真懺悔단향심중제죄연 각자성중진참회(장차 복을 닦아서 지은 죄를 소멸시키려 하나/ 복이야 후세에 받는 것이지 죄는 도리어 그대로 남아 있네./ 다만 마음속으로부터 죄연을 제거해야만/ 각자 자기 성품 속에서 참으로 참회하는 것이라네.)중국 선종 제6조는 대감혜능(大鑑慧能 638~718)이다. 혜능은 당나라 사람이며 대만홍인(大滿弘忍)의 법을 잇고 남악회양(南嶽懷讓)에게 물려주었다. 혜능의 사상은 중국 선종사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여 법호인 대감(大鑑)이나 법명인
貞筠柚箭 潤璧懷山정균유전 윤벽회산華藻雲浮 沈思泉湧화조운부 심사천용澤雨無偏 心田受潤 택우무변 심전수윤(바르기를 대나무 살대처럼 하면/ 산이 옥(玉)을 품은 것과 같다./ 곰곰이 생각하면 지혜가 샘솟듯 하여/ 갖가지 망상은 뜬구름처럼 여길 뿐이다./ 연못에 내리는 비가 치우침이 없듯이/ 마음 밭 적심도 이처럼 받아들여라.)주련은 8언 3연으로 이뤄졌다. 글씨는 미루어 짐작하건대 통도사에서 수행하셨던 구하천보 스님의 묵적으로 보인다. 삼청각은 승방(僧房)이다. 여기에 걸린 주련은 온전한 시문이 아니라 구절을 인용하였으며 옮김에 있어서 순
惡因誰作罪誰招 眞性如空不動搖악인수작죄수초 진성여공부동요曠劫無明俱蕩盡 先天後地寂寥寥광겁무명구탕진 선천후지적요요(악업의 인연은 누가 짓고 그 죄는 누가 부르는가?/ 참된 성품은 허공과 같아서 동요함이 없도다./ 오랜 겁 동안의 무명을 모두 다 없애고 나니/ 하늘도 땅도 예나 지금이나 고요하고 고요하도다.)‘금강경(金剛經)’ 제16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은 ‘금강경’ 수지독송의 공덕으로 전세에 지은 업장도 깨끗이 소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중업경수(重業輕受)라 하며 경(經)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나타낸다. 어찌하여 ‘금강경’의 공덕
示寂雙林問幾秋 文殊留寶待時求시적쌍림문기추 문수유보대시구全身舍利今猶在 普使群生禮不休전신사리금유재 보사군생예불휴(묻노니 쌍림에서 열반에 드신 지 그 몇 해인가?/ 문수보살 보배를 모시고 때와 사람을 기다렸네./ 부처님 진신사리 오히려 지금도 있으니/ 많은 군생 예배하여 쉬지 않네.)‘화엄대예문(華嚴大禮文)’의 내용을 변형해 주련으로 삼았다.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萬代輪王三界主 雙林示滅幾千秋만대윤왕삼계주 쌍림시멸기천추眞身舍利今猶在 普使群生禮不休진신사리금유재 보사군생예불휴시적(示寂)은 부처님이나 고승의 죽음을 표현하는 말로 흔히 열
摧殘枯木倚寒林 幾度逢春不變心최잔고목의한림 기도봉춘불변심樵客遇之猶不顧 郢人那得苦追尋초객우지유불고 영인나득고추심(앙상한 고목이 차가운 숲에 의지했나니/ 몇 번이나 봄을 만났으나 변심하지 않았노라./ 나무꾼도 이를 보고 본체만체하거늘/ 초(楚)나라 사람이 무슨 일로 애써 찾는가.) 김룡사 상선원의 편액은 조선 후기에 전서(篆書)로 써진 글씨로 고졸(古拙)한 멋이 있다. 주련은 ‘경덕전등록’ 권제7 명주대매산법상선사(明州大梅山法常禪師)편을 비롯하여 여러 선문어록에 실려 있다. 흔히 고목게(枯木偈)라고 한다. 대매법상(752~839) 선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