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니메칼라이의 출가를 도와준 꿈
10. 마니메칼라이의 출가를 도와준 꿈
  • 심재관 교수
  • 승인 2018.05.2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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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서 전생 본 신비체험 후 수행자 삶 발심

▲ 바루후트 스투파 조각 속에 묘사된 왕실의 무용수. 캘커타 인도박물관.

힌두교 전통이 강한 타밀지역의 불교는 어떠했을까. 남인도의 타밀지역에서 불교가 번성했었다는 흔적을 보여주는 문학과 미술품은 의외로 적지 않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불교 타밀 서사시라 할 수 있는 마니메칼라이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불교문학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불교적인 소재로 채워진 이 아름다운 문학이 한국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축제 때문에 찾은 꽃밭에서 꾼
꿈속 여신이 보여준 전생 모습
과거 삶의 고통과 비루함 절감
낮 왕자는 라훌라·자신은 부인
인간 인연사에 회의감만 깊어

사원에서 몸 바꿀 만트라 습득
배고픈 이 먹일 기적 발우 받고
현실 돌아와 굶주린 중생 보시
출가 후 수행 끝에 깨달음 얻어


마니메칼라이(Maṇimēkalai)는 타밀어로 쓰인 불교 문학작품인데 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다. 마니메칼라이는 부모로부터 세습적으로 전해지는 무용수이자 기녀(妓女)로 태어난다. 고대 남인도 전통 속에서, 기녀들의 신분(이들을 파티야르(patiyār)라고 불렀다)은 어머니로부터 세습되며 무용수와 매춘부로서의 기술도 어머니에게서 전수받는다. 이들은 사원의 축제나 궁중의 잔치가 있을 때면 신들을 찬양하기 위해서 춤과 노래를 부르며 때로는 왕실의 귀족들이나 돈 많은 부호들의 요청에 따라 유흥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실제의 역사적 사료 속에서 그녀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대개 밝혀지지 않는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마니메칼라이는 그러한 전문적인 기녀였다.

이 문학은 그러한 전문 기녀였던 마니메칼라이가 어떻게 출가하여 여성수행자가 되었는가를 매우 극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 대강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도시 푸카르는 인드라 축제가 열릴 예정이지만, 그리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가장 뛰어난 기녀였던 마타비가 앞으로 축제 때에 더 이상 노래나 춤을 추지 않을 것이며, 기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불교에 귀의해 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이 마타비가 바로 마니메칼라이의 어머니였다. 마타비는 젊은 시절에 돈 많은 한 상인을 축제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이미 결혼하여 처가 있었음에도 마타비와 사랑에 빠져 본처를 버리고 마타비와 따로 살림을 차렸다.

그 행복이 오래가지는 않았는데, 같이 살던 마타비의 어머니가 상인과 마타비 몰래 돈과 재물을 빼돌렸고, 그것을 그 상인이 알아차렸던 것이다. 결국 상인은 마타비를 버리고 다시 본처에게로 돌아가버렸다. 그 상인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본처에게로 되돌아간 그 상인은 도시를 떠나려던 참에 왕실의 물건을 탈취했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그는 결국 문초를 받은 후 머리가 잘려 죽게 된다. 억울한 죽음이었으나 누구의 위로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마니메칼라이는 이 상인과 마타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으며, 어머니 마타비는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만큼은 결코 기녀로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터였다.

자신의 출생 비밀을 듣게 된 마니메칼라이는 슬픔에 빠진 채, 축제 때 사용할 꽃다발을 만들 요량으로 자신의 친구 추타마티와 함께 도시 외곽의 꽃밭으로 꽃을 따러간다. 거기서 우연히 그 도시를 다스리던 왕자 우타야쿠마랑이 그 꽃밭 근처를 지나다 마니메칼라이를 만나게 된다. 그 왕자는 금세 마니메칼라이에게 강한 욕정을 느꼈으나 추타마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곳을 떠난다. 하지만, 반드시 그녀를 차지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며, 마니메칼라이도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사랑의 감정이었다. 마치 이들의 감정은 마니메칼라이의 어머니 마타비가 과거 상인과 겪었던 삶의 여정을 다시 반복할 것 같은 예감을 던져준다.

이때, 운명을 뒤바꾼 순간이 이 꽃밭에 찾아온다. 갑자기 이들에게 바다의 여신이 나타난다. 때는 밤이었으며, 이 꽃밭에서 밤을 맞이한 두 여인에게 여신이 나타난 것이다. 마니메칼라이의 운명을 바꿔준 것은 이 여신이 만들어준 어떤 계기였다. 꽃밭에서 저녁을 맞이한 두 여성은 꿈을 꾸는데, 이들의 꿈속에 여신이 나타난 것이다. 여신은 마니메칼라이를 어떤 섬으로 인도한 후에 그 섬 안에 있는 불교사원에서 자신의 모든 전생을 보게 한다. 그녀는 자신의 전생을 회상하며 과거 삶의 고통과 비루함을 절감하게 된다. 꽃밭에서 만난 그 왕자 우타야쿠마랑은 전생의 라훌라였으며 자신은 그의 부인이었다. 그러한 전생의 인연이 현생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마니메칼라이는 인간의 인연사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신비로운 불교사원에서 마니메칼라이는 하늘을 날아 어디로든 갈 수 있으며 어떤 형상으로든 몸을 바꿀 수 있는 만트라를 배우게 되며, 또한 모든 배고픈 중생들을 다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적의 발우를 선물로 받는다.

이 이야기 속에서 마니메칼라이가 실제로 섬에 간 것인지, 아니면 꿈을 통해서 섬에 갔다 온 체험을 하게 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바다의 여신은 마니메칼라이를 다시 꽃밭으로 데려오고 마니메칼라이는 꿈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녀가 꿈속의 불교사원에서 본 것과 거기서 얻었던 신비로운 만트라와 발우는 그녀의 소유가 되어 있었다.

이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마니메칼라이는 불교수행자로 살아가게 되는 확고한 발심의 계기를 얻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살던 푸카르로 돌아와 꿈속의 섬에서 받았던 기적의 발우를 이용해 굶주린 수많은 중생들에게 보시한다. 그 발우 속은 늘 공양물로 가득했으며 중생들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마니메칼라이는 왕에게 부탁하여 감옥의 공간을 포교 장소로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살행을 실천하던 중 마니메칼라이는 왕자 우타야쿠마랑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출가수행자로 살아갈 자신의 결심을 전하고, 자신을 소유하고자 하는 왕자의 욕망을 되돌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결국 왕자가 다른 인과로 인해 죽게 됨으로써 종말을 고한다. 마침내 마니메칼라이는 출가하여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마치 조신의 꿈과 같이, 이 마니메칼라이의 여정 속에 나타나는 꿈 혹은 비몽사몽의 체험은 발심의 계기를 제시해주었던 꿈의 불교적 기능과 의미를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심재관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 phaidrus@empas.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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