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회’ 내세운 미신고 종교집회에 전국 광장·공원 ‘몸살’
‘기도회’ 내세운 미신고 종교집회에 전국 광장·공원 ‘몸살’
  •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 승인 2018.07.06 16:52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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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모임 ‘에스더기도운동’
“거리와 광장서 기도·전도하자”
전국 50개 지역 역광장·공원서
2011년부터 ‘통일광장기도회’
매주·매월 지속적 시설 점유
확성기·조명·무대차량도 동원
7월2일 전주역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광장기도회'. 이들은 확성기와 조명을 설치해 놓고 2시간 남짓 기도회를 이어갔다.
7월2일 전주역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광장기도회'. 이들은 확성기와 조명을 설치해 놓고 2시간 남짓 기도회를 이어갔다.

7월2일 오후 7시. 전주역광장은 확성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전주역광장 내 공원에 모인 20여명의 사람들은 발전기를 이용, 조명과 확성기까지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8시가 가까워지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마이크를 잡고 모임을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소서” 등을 선창하고 “아멘” 등을 후창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확성기소리와 더불어 전주역광장을 가득 채웠다. 60m 남짓 떨어져 있는 전주역사 내에서도 확연히 들릴 정도였다.

이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전주 통일광장기도회’로 이번이 269회째였다. 1부 찬양과 말씀, 2부 기도, 3부 봉헌 및 축복 등의 순서로 진행돼 일반 교회의 기도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여러 명의 목사가 참석해 기도를 이어가는 형태였으며 교회가 아닌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 탓에 이날 전주역 광장은 시민들의 편익을 위한 공공장소가 아니라 특정종교의 종교시설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집회신고 여부를 묻는 취재기자를 향해 “말해줄 용의가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보이기도 했다. 또 일부는 “종교집회라 신고 대상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집회는 9시가 가까워서야 끝났다.

전국의 광장 및 공원 등 시민들의 편의와 휴식을 위해 마련된 공공장소들이 특정종교의 기도 장소로 점용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집회는 특정 종교단체의 주도하에 전국에 걸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소음 등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한다는 점을 넘어 공공장소를 특정 종교행위 장소로 지속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장이나 공원 등이 종교활동 및 선교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전국 50여개의 광장과 공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광장기도회'를 주도하고 있는 에스더기도운동 본부의 홈페이지.
전국 50여개의 광장과 공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광장기도회'를 주도하고 있는 에스더기도운동 본부의 홈페이지.

전주역광장에서 열린 ‘통일광장기도회’는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이라는 기독교계 모임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에스더기도운동은 지난 2007년 시작된 기도모임이다. 이 단체 초대고문이자 한국대학생선교회(일명 C.C.C)를 설립한바 있는 고(故) 김준곤 목사가 “거리와 광장에서 기도하고 전도하며 나라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2011년부터 ‘통일광장기도’가 시작되었다. 이후 모임은 전국으로 확산, 현재 전국 50개 지역 광장과 공원 등에서 매주 또는 매월 정기적으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고 에스더기도운동은 밝히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서울역광장을 비롯해 수원, 평택, 의정부, 부평, 대전, 천안, 부산, 구미, 동대구, 안동, 경산, 밀양, 경주, 전주, 익산 등의 역광장과 강화 평화전망대, 청주 중앙공원, 충주 시계탑 광장, 강릉 솔올분수광장, 울산 태화로터리 강변공원, 울진 연호정공원, 창녕 시외버스터미널, 양산 물금분수공원, 통영 문화마당, 거제 옥포공원, 여수 거북공원, 함평 엑스포공원, 영광 만남의광장 등 각 시군을 대표하는 공원과 광장에서 ‘통일광장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법보신문의 취재 결과 실제로 전주역 외에도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의 주요 역 광장과 공원에서 이들 집회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됐다. 집회의 규모와 참석 인원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 등 규모가 큰 지역의 경우 조명과 확성기, 스크린 등의 장치가 탑재된 무대차를 동원하고 의자를 설치해 광장이나 공원의 상당부분을 점유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실제 지난 7월2일 오후 7시를 전후해 전주역광장에서 2시간 가까이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전주역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들도 적지 않았다.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전주역을 찾은 한 시민은 “확성기 소리가 너무 커서 열차 도착 안내 방송이 제대로 안 들릴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전주역 인근 한 점포의 주인도 “매주 월요일마다 확성기를 갖고 와 집회를 여는데 오늘은 오히려 규모가 적은 편”이라며 “현수막을 거는 날도 있고 시민들에게 유인물 같은 것을 나눠 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역 관계자는 “역을 이용하는 승객들 가운데 불편을 제기하는 승객들도 있었다”고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거나 집회를 빨리 끝내도록 요청할 뿐 집회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규제에 난색을 표시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만당 스님은 “시민들의 편의와 휴식을 위해 마련된 광장과 공원이 특정 종교의 선교행위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시설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교 갈등 유발의 소지도 높다”며 “모든 종교들이 광장이나 공원 등에서 종교집회라는 이유로 기도나 선교를 한다면 시민들에게 종교공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님은 “무종교인이나 타종교, 그리고 다수의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종교단체들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법률적으로도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입법을 통해서라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boori13@beopbo.com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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