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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답변 없으면 동의”라는 황당한 승려대회 추진위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8.13 14:13
  • 수정 2018.08.13 14:16
  • 호수 1452
  • 댓글 7

승려대회추진위, 스님들에 문자 살포
봉행위원 반대의사 없으면 승낙 간주
교통카드 만들더라도 본인확인은 필수
종단운영 확 바꾸겠다며 절차부터 ‘날림’
“기본도 못 갖추고 신뢰 얻겠다니” 비판

일부 승가단체들이 종정교시도 외면한 채 승려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회 주최 측이 전국의 스님들에게 참가를 독려하는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최 측은 승려대회 봉행위원을 구성한다면서 개별적인 동의절차 없이 “문자에 답변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알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승려대회추진위 측은 8월13일 오전 전국사찰 주지스님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문자메시지에서 “승려대회는 출가자 권리를 되찾는 날”이라면서 “이 거룩한 불사에 스님을 봉행위원으로 모시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답변을 부탁드린다”면서 “답변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알고 봉행위원으로 모시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자메시지는 승려대회 추진위원회 상임대표 원인, 월암, 퇴휴 스님 명의로 발송됐다.

이와 관련 A주지 스님은 “승려대회 봉행위원을 모은다면서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승려대회를 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B스님은 “종단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무슨 승려대회를 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신들의 뜻에 동의하면 개혁세력이고, 반대하면 적폐로 몰겠다는 것 아니냐”고 개탄했다. C스님은 “내 동의 없이 봉행위원 명단에 포함된다면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승려대회 추진위원회 측이 무리수를 두는 배경은 종단 안팎에서 승려대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대회 동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승가단체 가운데 전임 총무원장 체제를 함께 이끌었던 실천승가회 등이 포함되면서 승려대회 개최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선거 때만 되면 승려대회 개최를 운운했던 일부 정치적 성향이 짙은 수좌스님들이 참여하면서 승려대회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종단 안팎에서는 승려대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열리더라도 참여하는 스님의 수가 수백 명에 이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까닭에 승려대회 추진위원회 측이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봉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겠다’는 것은 결국 승려대회 참여자 수를 부풀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스님들의 성향 상 문자메시지에 일일이 답신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으면 찬성’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통카드 하나를 발급받더라도 본인의 서명과 직접적인 의사확인 절차를 거치는 상황에서 승려대회 봉행위원을 구성하면서 직접적인 동의의사를 구하지 않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 운영의 틀을 확 바꾸겠다’는 추진위원회가 정작 자신들은 승려대회의 절차부터 ‘날림’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기본도 못 갖춘 저들의 승려대회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이어 “승려대회는 종헌종법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란한 종단 상황을 틈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충족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전국 사찰 스님들의 상당수는 일부 승가단체의 선동에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종단 혼란을 부추기지 말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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