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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과 박홍우

사법부 불신 확산되며 재조명
불광사 박홍우 법회장도 관련
탐심 내려놓을 때 사태 해결

‘부러진 화살’은 2012년 개봉한 영화다. 2007년 벌어졌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의 석궁사건을 소재로 만든 법정스릴러다. 제작비 5억원의 예산으로 만들었지만 340만명이 영화관에서 관람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실화에 바탕하고 있다.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는 대학 입시에 출제된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로 인해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 대학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김 교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항소심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김 교수는 담당 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했다.

이 사건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로 규정되면서 일파만파 확대됐다. 한 치 양보도 없는 법정, 엇갈리는 진술, 결정적인 증거인 ‘부러진 화살’은 행방이 묘연하다. 여기에 비타협 원칙을 고수하며 재판장에게도 독설을 서슴지 않는 김 교수의 성격에 변호사들도 하나둘씩 변론을 포기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선임된 자칭 ‘양아치 변호사’ 박준의 등장으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을 비판하고 있으며, ‘석궁사건’이 조작됐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가 상영되자 석궁사건 진위여부가 곧바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법원이 영화와 실제 사건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해당 판사를 비롯한 사법부에 분노와 야유를 보냈다. 더욱이 김 교수 복직소송 주심을 맡았던 판사가 영화 개봉 이후 “당시 재판부 전원이 김 전 교수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며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해 법원조직법 위반으로 징계 받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6년이 지난 요즘 ‘부러진 화살’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면서부터다. 게다가 ‘부러진 화살’에서 김 교수의 사건을 맡았던 박준 변호사 모델인 박훈 변호사가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불교계와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부러진 화살’이 불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입에 오른다. 최근 불거진 불광사 사태 핵심 인물인 박홍우 법회장이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됐던 항소심 판사이자 석궁으로 상해를 입었다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불광사 신도들을 대표하는 박 법회장은 창건주 권한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불광사 사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런 탓에 많은 신도들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스님과 종무원 폭행’ ‘신도들의 막말’ 등 논란이 벌어질 때면 비판의 화살도 그를 향하고 있다. 심지어 “박홍우 측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불전 수입을 가로채기를 하고 있으며, 별도 통장까지 마련해 사찰경영이 붕괴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형 국장

박 법회장은 지난해 초 교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갈등과 대립은 탐심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돼 있다고 하는 연기적 관점에 입각해서 사물이나 사건을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불광사 사태는 탐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해결책도 서로 연관돼 있다는 연기적 관점에 있다. 허나 불광사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훗날 누군가 ‘부러진 불광’으로 이번 사태를 조명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라도 모두들 탐심을 내려놓을 때다. 무엇보다 해결방법을 잘 알고 있는 박 법회장이 갈등해소에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형 국장 mitra@beopbo.com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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