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바라는 것이 소원이다. 우리가 외우는 ‘천수경’의 대부분이, 부처님의 분신인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에게 소원을 비는 내용이다. ‘천수경’ 십원문(十願文) 첫 구절을 보자. “대자대비 관세음께 귀의하옵니다, 모든 부처님법 속히 아는 게, 제 소원입니다(南無大悲觀世音 願我速知一切法).”
‘천수경’ ‘육향문(六向文)’ 첫 구절을 보자. “내가 만약 칼산지옥 가게 되거든 칼산이 꺾어지게 해주소서(我若向刀山 刀山自摧折).”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그 많은 소원을 빠짐없이 들어주기 위해 천수천안이 되셨다. 참으로 고마운 보살님이시다. 소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소원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 소원을 써서 나뭇가지에 달면, 그 나무는 소원이 조롱조롱 달린 ‘소원나무’가 된다. 이런 소원나무를, 부처님을 모신 법당 곁에 두면 어떨까? 멀리 있어도 부처님은 다 아시니 걱정할 것 없다. 소원나무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소원나무에
설 용 수
소원을 적은 종이가
주렁주렁 걸려 있다.
할머니 빨리 낫게 해주세요,
부처님.
아빠, 술 뚝 끊게 해주세요,
부처님.
우리 엄마 매일 웃기를요.
바나이다. 비나이다.
손자 취직을 비나이다.
내 소원은 언니
빨리 시집 가는 것.
우리 딸의 취직을 기원합니다.
소원 나무엔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비는 소원들이
한 가득이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2017 연간집’
시에는 할머니 병환을 걱정하는 어린이의 소원, 폭주 아빠의 술을 끊게 해 달라는 어린이의 소원, 근심에 쌓인 엄마를 매일 웃게 해 달라는 어린이의 소원이다. 효성스런 3명의 어린이는 이 소원을 부처님께 부탁하고 있다. 다음 소원을 보자. 노처녀 언니의 결혼이 되었으면 하는 동생의 소원이다. 딸의 취직이 됐으면 하는 어머니와 손자의 취직이 됐으면 하는 할머니의 소원이다. 모두 부처님께 올리는 부탁이다.
그런데, 모두 합쳐서 소원이 여섯 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 겨우 여섯 소원 갖고 소원나무가 될 수 있을까? 시가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징적인 여섯을 시 속에 내세웠을 뿐이다. 들을 가꾸는 농부들은 농부로서의 소원이 있다. 교육자, 학자, 과학자, 기업가, 예술가 등 모두는 그들 나름의 소원이 있다.
소원이 많으니 소원나무가 되려면 1천 가지 소원은 걸려 있어야 할 것이다. 아주 큰 나무라면 10만 가지 소원, 100만 가지의 소원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한 나무 한 그루로 해결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구촌의 인구가 73억이라는 통계가 최근 것이다. 그 많은 지구촌 중생이 하나씩만 소원을 써서 내다 건다 해도 얼마나 많은 소원나무가 있어야 할지?
“부처님, 알사탕 먹고 싶어요.” “부처님, 학교에서 숙제가 너무 많아요. 줄이게 해주세요.”
이러한 소원도 있을 법한 일이다.
작자 설용수(薛龍水) 시인은 신심의 불자로서 법명이 용수행(龍樹行)이다. 동시시인이며, 동화작가, 극작가로서 동시집 ‘뽕망치 구구단’ 외에 동화집·동극집을 출간하였다. 극단 로얄시어터의 멤버로, 최근 희곡 ‘우리의 비겁을 위하여’를 쓰고 자기 작품에 출연까지 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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