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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 김은하-하

기자명 법보

멀고 아득한 존재였던 관음보살
들어주고 안아주며 실천 가능해
힘든 이에게 따뜻한 손길 내밀며
관음보살로 살아갈 수 있길 발원

59, 대지월

누군가의 관세음보살이 되어 준 적이 있던가. 스스로를 돌아봐도 딱히 없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고,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냐고 묻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관세음보살이 되어보기로 했다. 미타선원 행복명상 커리큘럼에 있는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유독 “관세음보살 되어주기”가 감동이 컸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면서 진심으로 껴안아 주기를 배웠다. 이전까지 관세음보살이라는 존재는 멀고 아득한, 다가갈 수 없는 이상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전혀 관점이 달라졌다. 관세음보살이 된다는 것은 결코 아득하고 막막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 삶에서 실천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체험하던 당시를 떠올리는 이 순간에도 ‘매 순간의 삶을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된다.

명상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나갔다. 누군가는 이제 명상 수업이 지겹지 않느냐고 묻는다. 아마 지겹거나 지루한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만두었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날마다 신선하다. 그만큼 명상 프로그램은 하면 할수록 새롭고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최근에는 하림 스님의 지도아래 행복공감평생교육원의 1박2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다시 많은 경험을 했고 또다시 새로운 나를 보았다. 스님과 상황 극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이 떠올랐다.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남을 절실히 느꼈다. 스님의 수업은 잠재의식을 들추어서 업식이 드러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

나는 비로소 그렇게 기도하고 수행해도 해결되지 않던 답답함의 원인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부모님이 다투시는 모습이 내 업식에 쌓여 있었던 것이다. 상황 극을 통해 그 때 그 순간을 발견하면서 부모님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이후 나 자신이 화가 나려고 할 때를 발견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화를 멈추는 시간도 이전보다 더 좁힐 수 있게 되었다.

명상을 배우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대중 법회를 가서 법문을 들고 기도하고 경전을 읽는 사실은 모두 똑같다. 하지만 예전에는 대중 속의 한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더불어 함께하더라도 매순간이 오롯이 자신의 공부가 된다. 혼자 있을 때에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시간도, 대중 속에 있을 때에도 모두 공부의 과정이다.
매일 아침 5시 일어나서 나름대로 기도하는 시간 역시 비슷하다. ‘천수경’을 읽고 관음정근, ‘화엄경’의 약찬게, 일상발원문, ‘금강경’을 독송한 뒤 108배를 올리면 1시간20분이 금방 지나간다. 이렇게 아침 수행을 마무리할 때, 마치기 전 꼭 5분 정도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할 때는 고요하게 내면을 본다. 그 어떤 방법이 아니라 고요하게 자신을 지켜보는 시간이다. 이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가끔 명상을 이해하는 도반들과 야외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잠시라도 걷기명상을 함께 하곤 한다. 그 형태가 좌선이든 걷기이든 ‘자신을 지켜보는 것’은 한결 같다.

미타선원과 하림 스님 그리고 사라수 보살님…. 행복 명상 길잡이가 되어 주셔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 때 그 순간 미타선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맴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미약하나마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 듣고 익힌 것을 나만 알고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회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여전히 배움의 과정에 있지만, 나누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나누는 것도 소중하다고 믿는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변의 분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되어 드리고 싶다고 발원해본다. 나무 관세음보살.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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