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행 임미강-상
명상수행 임미강-상
  • 법보
  • 승인 2018.12.10 17:17
  • 호수 1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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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만 하던 신행에 답답함 느껴
자주 화내는 성격도 고치고 싶어
명상 프로그램 접하고 점차 변화
현상 알아차림 하려는 습관 생겨
55, 원혜화

불교 인연은 참 오래되었다. 25년 전으로 기억된다. 첫 딸이 아직 어릴 때, 몸이 약한 아기가 안쓰러워 이런저런 용하다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굿을 하기도 했지만,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도량을 찾아 열심히 기도해 보라는 주변 권유에 찾아간 포교당에서 아기를 업고 그저 기도하며 매달렸다. 어느새 딸은 건강을 되찾았고, 이것이 부처님의 가피라 여기며 절에 더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그저 소원을 빌기만 하는 신행 생활이 과연 올바른 불자의 삶인지 의문이 생겼다. 불교대학에 문을 두드리고 1년 과정을 마쳤다. 그래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불과 1년 공부로 내실 있는 불자가 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직장을 다니며 야간에 불교 공부를 하다 보니 반은 졸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요가도 하고, 명상심리상담 공부도 하며 이 길, 저 길, 문을 두드렸지만 삶은 큰 변화 없이 바삐 흘러가기만 했다. 무슨 일이든 화를 자주 내는 성격을 고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변화의 지점을 찾지 못해 방황을 이어가던 몇 해 전,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는 지인의 제안으로 ‘복습하는 셈 치고 나도 같이 해보자’는 심정으로 기초교리 과정을 운영하는 부산 미타선원을 찾게 되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행복공감평생교육원의 ‘명상프로그램’ 안내지가 눈에 띄어 관심이 생겼다. 이전에 명상심리상담공부를 6개월 정도 할 때 이해하기 힘들어 중단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서 관심도 커졌다.

처음에는 호흡도 생소하고 앉아 있는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진행 선생님이 차근차근 안내해 주셨고 쉽게 익혀갈 수 있었다. 그런 연습으로 인해 시간의 지남에 따라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명상할 때 숨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느끼면서 몸의 느낌, 그리고 일어나는 생각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것을 지켜보며 사라짐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배운 다양한 명상법 중에서도 집중명상인 ‘건포도 먹기 명상’은 오감을 자극하는 것으로 직접 건포도를 손 위에 얹어 관찰하는 과정도 해보았다. 눈으로는 쭈글쭈글한 모습을 보게 되었고, 코로는 시큼한 냄새를 맡고 다시 귀로 갖다 대어보니 씨앗 소리가 바스락거림을 듣게 되었으며, 그것을 입안에 넣어보니 새콤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을 해보았다. 이러한 집중명상을 통해서 사물을 명료하게 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고, 거기에 대한 마음 현상이 알아차려 지기도 하였다. 그 이후 음식을 먹기 전 먼저 음식을 대하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눈으로는 음식을 보고 코로 들어오는 냄새를 의도적으로 맡으며 입안에서 혀의 맛봄을 느껴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 그렇게 느껴보면서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일어남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명상하면서 그 전의 습관화된, 이른바 무조건 ‘화’부터 내는 자동모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그 행함을 알아차리려 하고 일어나는 대상의 접촉에서 멈춤이란 것을 해보고 그것을 지켜보는 여유도 만나게 되니 급한 성격에서 화를 내고, 실수를 남발하는 것 등이 많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를 온전히 만나는 명상에서 가장 쉽게 와 닿은 것은 먼저 몸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어나는 감정, 생각들이 갈구하는 욕망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그 하나하나가 의도하지 않아도 발생한다는 것이 또렷해짐으로써 부정적 생각에서 긍정적 생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물론 단번에 이룬 변화는 아니다. 그런 경험들이 거듭되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연습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에는 서운한 감정이 드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를 떠올리면 그 감정이 일어나 괴로웠다. 그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알아차림을 반복했고, 서운한 감정이 사라지는 속도 역시 점점 빨라졌다.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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