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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공현혜의 ‘뒷마당’

기자명 신현득

자비 베풀라는 부처님 가르침 전한
운문사 뒷마당의 착한 비석 읊은 시

부처님인연 사람·땅 착한 것은
전생부터 쌓아온 자비행 때문
‘자비무적’ 새겨놓은 비석 있어
운문사는 뒷마당이 더 착한 절

부처님은 부처를 이루기 위해 많은 인행(因行)을 하셨다. 그것이 10만겁 전 연등부처님 때에 설산 수행을 하던 선혜 비구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 뒤 부처님은 수많은 인간의 왕으로 선행을 쌓으셨고, 수많은 동물의 왕으로, 심지어는 새의 왕, 물고기의 왕으로 자비를 베푸셨다. “나는 부처를 이루리라. 나와 인연을 가진 중생은 모두 내 가르침을 좇아서 자비를 베풀게 되리라.” 이것이 부처님의 바람이었다. 그중 이야기 하나가 이렇다. 

매에게 쫓기던 비둘기가 급히 시비왕(부처님의 전신)의 품으로 들어왔다. “대왕님, 그 비둘기는 내 밥이에요. 나는 배고파요. 비둘기 내어주세요. 아니면 대왕님 살점을 비둘기의 무게만큼…” 매의 재촉이었다. 

비둘기의 생명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시비왕은 수평저울 한쪽에 비둘기를 앉혀 놓고 한쪽에 자기의 다리 살을 베어다 놓으며 고통을 참았다. 마침내 저울은 수평이 되었고, 비둘기는 살아났다는 부처님 전생 설화다. 이것은 부처님이 한갓 동물에게까지 놀랍고 큰 자비를 베푸신 이야기다. ‘중경찬 잡비유경’
   
뒷마당 / 공현혜
 
운문사는 
뒷마당이 착하다. 

사람들은 앞마당에서 
돌아나가지만 

할머니는 
뒷마당에서 쉬어간다. 

‘자비무적(慈悲無敵)’ 비석 아래
풀도 착한 빛으로 자란다. 

누가 세웠을까?
부처님도 모르게. 

공현혜 동시집 ‘애벌레의 꿈’(1918)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사람은 모두 착하다.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땅도 착하다.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풀과 나무도 착하다. 모두 부처님이 전생부터 쌓아온 선행과 자비행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도 땅 운문사에서 신라 진흥왕 때부터 대웅보전과 보물 석불·보물 석탑·보물 석등·보물 석주·보물 비석·보물 구리항아리 등 수두룩한 보물을 받쳐 들고 있는 절터의 땅이 착하다. 여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가 있다. 모두 착하다. 

그런데 시에는 ‘운문사는/ 뒷마당이 더 착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앞마당을 돌며 절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 버린다 했다. 뒷마당에는 관심이 없다. 절을 잘 알고, 부처님 법을 잘 아는 할머니 한 분이 뒷마당에서 쉬며 ‘자비무적(慈悲無敵)’ 네 글자를 크게 새긴 비석을 감상하고 있다. 이 착한 비석이 있기 때문에 운문사는, 뒷마당이 더 착하다는 거다.

글씨의 주인공도, 글을 돌에다 새긴 주인공도 이름이 없다. 시방상주하시는 부처님도 모르게 세운 비석이다. 그래서 이 자비무적비는 착한 비석이다. 착한 비석 아래에서 자라는 초록빛깔 풀까지 착해 보인다.   

‘자비무적’은 자비에는 적이 없다는 뜻이며, 자비를 베풀면 적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비를 베풀면 다툼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씀이며, 부처님 가르침의 중심사상이니 힘써 자비를 베풀라는 말씀이기도 하다.

시의 작자 공현혜 시인은 경남 통영 출생(1965)으로 다임(多稔)이라는 법명을 가진 신심 있는 불자이며, 한국 불교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시문학’(2009)을 통해 등단, 전기한 동시집 ‘애벌레의 꿈’(2018) 등을 출간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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