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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 스님, 선학원 이사들에 일침 "추문 뭉갤수록 번질 것"

기자명 송지희
  • 교계
  • 입력 2019.02.22 18:59
  • 수정 2019.02.25 17:37
  • 호수 1478
  • 댓글 13
선학원 전 이사 성열 스님.

재단법인 선학원 전 이사이자 서울 강남포교원(원장 각천 스님) 창건주 성열 스님이 선학원의 현 사태와 관련한 기고문을 보내온데 이어, 이사장 법진 스님을 여전히 비호하는 선학원 이사들의 행보에 묵직한 죽비를 내렸다.

성열 스님은 기고문 '선학원 이사들에게 쓴다'에서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고 고소되어 대법원에서까지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버티고 있는 재단 이사장의 몰염치가 가관이거니와, 그 이사장을 옹호하며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임원들의 낯간지러운 의식 또한 가증스럽다"며 "지금 선학원을 이끌어가는 임원들은 더이상 정당성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말일랑 그만하고 아첨하고 아부하기에 급급한 모리배의 근성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일침했다.

스님은 특히 "이사장의 추문사건은 무시하고 뭉개려고 하면할수록 더욱 더 추문이 번진다는 것을 알아 임원들은 더이상 뭉개려고 애쓰지 많기를 바란다"며 "잘한 일은 쉽게 잊어도 추한 일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다음은 기고문 전문

선학원 이사들에게 쓴다

어떤 직책이든 그 직책에 따르는 합당한 권한과 책임이 있고, 업적을 평가할 때 그 나름대로의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功)하고 과(過)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공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고, 공이 있다고 해서 과가 상쇄되거나 과가 묻힐 수도 없다. 그래서 남보다 높은 직책을 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직책에 따르는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그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그 직책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이고 양심일 것이다. 그 도리나 양심을 외면하고 모르쇠로 뻔뻔하게 버틸 때는 후안무치한 철면피라는 혹평을 벗어날 길이 없을 터이다.

휘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고 고소되어 대법원에서까지 확정판결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재단 이사장의 몰염치가 가관이거니와 그 이사장을 옹호하며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임원들의 낯간지러운 의식 또한 가증스럽다. 그토록 막무가내로 재단의 임원자리를 유지하고 싶거든 이에 거부하고 비판하는 구성원들을 그들이 제공한 재산과 함께 재단에서 방출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재단에서 나가고 싶으면 재산은 놓아두고 사람만 나가라는 식은 오만함을 넘어 도를 넘는 폭거라 할 것이다.

재단 이사장이 신년인터뷰에서 ‘재단 구성원의 건전한 비판이나 건의는 재단 이사회가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고 했기에 그 말의 진정성을 믿고 기다려 보았지만 역시 헛소리였다. 이제는 헛소리의 차원을 넘어 비판하는 것 자체를 억누르려고 하니 유신말기에 긴급초치를 남발했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속담에 ‘쇠귀에 경 읽기’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우리 재단의 임원들에게 맞는 말인 것만 같아 씁쓸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금 재단법인 선학원을 이끌어 가는 임원들은 더 이상 정당성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말일랑 그만하고, 아첨하고 아부하기에 급급한 모리배의 근성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혹시 내 말이 귀에 거슬리고 정 듣기 싫으면 『태자서응본기경(太子瑞應本紀經)』의 '정언사반(正言似反)'이라는 말이나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의 '고구적시양약(苦口的是良藥)이요 역이필시충언(逆耳必是忠言)'이라고 한 혜능스님의 말씀을 곱씹어 보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사회는 그릇된 오만과 편견을 한 동안 가지고 있었다. 영웅호걸이 설사 부도덕한 짓을 좀 했기로서니 무슨 문제가 되느냐 라거나 능력만 있으면 됐지 지난날 행동의 흠결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 라거나 남자가 바람 좀 피웠거늘 그게 무슨 대수냐 라는 식의 시어머니가 아들 감싸고돌기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만과 편견은 시대착오적이란 평가 아래 이제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이것이 시대조류이고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그 단적인 예가 근래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미 투’(me too) 운동이라고 본다.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빚어진 이사장의 추문사건은 그것을 무시하고 뭉개려고 하면 하면할수록 더욱 더 추문이 번진다는 것을 알아 임원들은 더 이상 뭉개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잘한 일은 쉽게 잊어도 추한 일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라는 바이다.

강남포교원에서 聖 悅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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