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보배라 하셨습니까? 그대의 사람이 되라 하셨습니까? 그 보배 내어준다 하셨습니까?”
짙은 녹색 띠로 이어진 붉은 가사를 수한 사명 대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용장 가토 기요마사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응시하며 외쳤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이번에는 사명 대사에게 영의정 보직을 하사하려는 조선의 임금을 향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명대사가 그토록 강조한 그 보배는 무엇일까.
임진왜란 당시 국난 극복의 선봉에 서서 활약했던 사명 대사의 호국 정신을 표현한 창작 뮤지컬이 사명대사의 호국성지인 밀양 표충사에서 초연됐다.
경남 밀양 표충사(주지 법기 스님)는 4월10일 경내 표충서원 앞마당에서 ‘제551회 호국대성 사명대사 춘계향사’를 봉행했다. 향사는 사명대사를 비롯해 서산 대사, 기허 대사 등 임진왜란 시기 민족 수호에 앞장섰던 스님들의 호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봄, 가을마다 유교와 불교가 합동으로 봉행해 온 추모식이다. 특히 올해 법석은 어느 때보다 눈길을 끌었다. 유·불 추모의식에 이어 문화재청의 ‘2019 전통산사문화재활용사업’으로 선정된 ‘뮤지컬 사명’이 처음 무대에서 공연된 덕분이다.
‘전통산사문화재활용사업’은 한국의 전통산사에서 계승되고 있는 인문학적 정신유산을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산사 문화재를 활용, 그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한 문화재청의 지원 프로그램이다. 특히 표충사는 지난해부터 사명대사의 호국성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일반에 더 쉽고 가치 있게 소개하기 위해 밀양 지역을 대표하는 연극 단체와 협력, 뮤지컬 창작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이번에 탄생한 ‘뮤지컬 사명’은 사명 대사의 임진왜란 시 전장에서 기록한 일기와 상소문을 담은 ‘분충서난록’, ‘사명대사교지’ 등 기록문화유산을 활용해 구성된 사명 대사 추모 헌정 뮤지컬이다. 표충사는 지난해부터 기획을 맡은 이승주 표충사 성보박물관 연구원의 공모를 통해 이 뮤지컬로 올해 전통산사문화재활용사업에 당당히 선정됐고 이날 춘계향사에서 처음 공연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뮤지컬은 밀양을 대표하는 향토 연극단체 ‘극단 밀양’의 장은주 씨가 연출을 맡고 전주백 씨가 곡을 썼다. 또 밀양 극단 소속 연극인 3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장엄함을 더했다. 장창걸 극단 밀양 대표는 “극단 밀양은 그동안 밀양 지역의 전통과 역사에 관심을 갖고 극의 주제와 소재로 다뤄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 대표는 “표충사를 통해 이 뮤지컬을 만들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고 밀양 지역의 연극단체로 자긍심을 느낀다”며 “사명 대사의 호국 정신을 공연으로 알리는 기회가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감동을 밝혔다.
표충사 주지 법기 스님은 “종교와 시대적 논리를 초월해 유교와 불교가 합동으로 삼대 성사께 국가 제향을 모시는 호국성지 표충사가 국민들의 가슴에 국찰로 자리하길 바란다”며 “많은 연극인들의 동참으로 더욱 빛나는 뮤지컬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모든 분들과 객석에 자리해주신 사부대중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석에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의현,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천성산 미타암 주지 동진, 포항 보경사 주지 철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진각, 불교음악가 시명 스님 등 대덕 스님들과 김봉태 밀양시 행정부시장, 김선규 밀양교육지원청 교육장, 김명환 성균관유도회 밀양지부 회장,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동참했다.
밀양=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85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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