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반려동물] 5.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사찰의 역할은
[불교와 반려동물] 5.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사찰의 역할은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9.05.07 14:06
  • 호수 1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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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같은 존재와 이별하며 겪는 상실의 아픔 어루만지는 자비 손길

사람보다 수명 짧은 반려동물과
친구·가족처럼 지내는 반려인들 
곁에서 죽음 바라보며 상실감 커
‘펫로스 증후군’으로 목숨 끊기도

사찰 천도·49재 요청 증가 추세
통도사 등 별도 공간에서 추모
불교심리치유·상담 역할 기대도
템플스테이 연계 프로그램 ‘인기’
사찰과 거리감 좁히는 효과 있어
지난해 양주 육지장사에서 최초로 열린 ‘반려견과 함께하는 템플축제’. 많은 반려인들이 참여해 사찰에서 반려견과의 교감을 배우고 법문도 듣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육지장사 제공

“우리 ○○가 얼마 전에 죽었어요. 스님, 49재를 지내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꼭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어요.”

반려견을 키우던 한 부부가 서울에 위치한 사찰 주지스님에게 간곡히 드린 부탁이다. 스님은 너무 슬퍼하는 부부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가족처럼 반려견을 생각하는 부부의 마음을 헤아려 49재를 지냈다. 평소 반려견이 즐겨 먹던 음식을 올려놓고 경전을 독경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부부는 “위로가 됐다. 좋은 곳에 간 것 같아 정말 위로가 됐다.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훔쳤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은 “불교는 마음의 고통을 없애주는 가르침이자 종교”라며 “상실의 큰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진입하면서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호소하는 반려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2000년대부터 반려동물 붐이 일었고, 개나 고양이 등의 평균수명이 10~15년인 점을 감안할 때 ‘펫로스 증후군’은 최근 몇 년 사이 확산되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증을 말하는데,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반려인도 있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저자이자 심리학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만 ‘펫로스 증후군’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려동물 앨범을 만들어 즐거운 기억을 간직하거나, 반려동물의 묘지나 기념비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례식과 천도재 같은 고별의식 역시 ‘펫로스 증후군’을 더는 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잘 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동물 장례식을 치르려는 반려인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리상 원칙적으로 동물 추모예배나 미사를 허용하지 않는 기독교는 난감한 형국이지만 불교는 수용하는 추세다. 스님들이나 사찰에 심심찮게 반려동물 천도재를 요청하는 불자 반려인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요청에 천도재나 49재를 지내는 사찰도 많아졌다. 

20년 동안 해마다 개산법회와 함께 동식물 영혼 천도재를 지내는 강릉 현덕사는 요즘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기쁨도 즐거움도 슬픔도 함께 나눈다. 

주지 현종 스님은 “반려인들은 대체로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과의 사별이나 이별의 아픔을 일평생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한다”며 “천도재는 동물을 잃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자 위로였다”고 밝혔다. 

국내 첫 장례서비스를 시작한 펫헤븐(페트나라)의 불교 분향소. 펫헤븐 홈페이지 캡쳐. 

최근에는 현덕사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천도재가 열리고 있다. 강남 봉은사의 경우 반려동물 장례 요청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합동천도재가 있을 때 불자들이 반려동물 이름을 올려 재를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 국제선센터는 2017년 10월 ‘반려동물과 맺은 인연을 위한 자비의 실천, 기도 및 천도재’를 봉행하기도 했다.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을 축복하고 먼저 떠나간 반려동물의 왕생극락을 기원한 의미 있는 법회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선센터는 “반려동물도 불성을 지니고 윤회를 하는 중생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적극적이다. 몇 해 전부터 화엄산림법회 기간에 반려동물 천도를 접수 받았다. 불자 반려인들의 요청이 많아서다. 화엄산림 동안 설법전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유주무주 고혼의 천도법회가 봉행되는데 일반인 영가 외에도 반려동물 영가 신청을 받고 별도의 추모공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2017년부터 설법전 내 영가단을 따로 비치한 것. 2018년에만 반려동물 250마리의 영가를 천도했다. 반려동물의 수계 문의도 적지 않다. 이번 보살계 수계법회에서는 반려동물 대신 반려인들이 계를 받는 방식으로 법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사찰에서 반려동물 장례의례와 화장시설, 반려동물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도 적극 만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찰 내 장례나 장묘, 화장시설 설치 및 운영으로 금전적인 이익이 발생하면 관련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을 단 연등을 밝히는 등 반려동물을 추모하거나 배려하는 문화 조성은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포교 외연 확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어서다. 특히 휴머니즘을 넘어 모든 생명이 중시돼야 한다는 불교의 이상을 실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동이·쥐콩이와 사는 반려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참견의묘미’ 캡쳐.
반려견 템플축제에 참여한 ‘스틸리맘’의 블로그 캡쳐.

실제 반려동물들에게 사찰 문턱을 낮춰 큰 호응을 받은 사례도 있다. 2018년 7월 양주 육지장사는 반려견들을 초청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템플축제’는 반려인들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참여하는 등 세간의 화제였다. 행동교정전문가 이웅종 동물매개치료센터 대표와 함께 교감마사지, 무료건강검진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체험이 진행됐다. 반려견과 생활하는 반려인들은 각종 블로그나 유튜브에 사진과 글, 영상을 올리고 퍼다 날랐으며 랩퍼 슬리피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게재하면서 육지장사는 반려인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반려견 스틸리와 생활하는 반려인 ‘스틸리맘’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반려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지원 스님의 말씀을 정말 잊을 수 없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주 안에서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행복할 권리를 꼭 찾아주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동동이·쥐콩이와 사는 반려인은 유튜브 ‘참견의묘미’에서 “절에 가면서도 한 번도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 이런 기회 자체가 전국에서 최초인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반려인 1000만명 시대, 불교계의 적극적인 역할은 당면 과제라는 게 여러 스님들의 주장이다. 육지장사 주지 지원 스님은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이 부담없이 사찰을 찾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도 “종단 차원에서 독경하면 좋은 경전이나 불단에 올릴 음식 등 표준화된 반려동물 천도재 의식이나 의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펫로스 증후군 치유 프로그램과 템플스테이 연계, 산책로 확보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불교계 역할은 이제 시대적 요청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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