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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다른 종교’ 표방한 원불교, WFB총회 유치 논란

  • 교계
  • 입력 2019.07.18 10:53
  • 수정 2019.07.18 14:30
  • 호수 1498
  • 댓글 17

종단협, ‘이율배반적 행보’ 지적
“원불교가 불교인지 새 종교인지
분명한 정체성부터 밝혀야” 비판
원불교 유치 강행하면 불참 검토
문체부 국고지원에도 반대 표명
원불교 “개최여부 밝힐 단계 아니다”

불교와 다른 종교임을 표방하는 원불교가 세계불교도들이 참여하는 세계불교도우의회 (WFB, World Fellowship of Buddhist) 총회를 개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개 불교종단이 가입돼 있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스스로 불교가 아님을 부각하고 있는 원불교가 세계불자들이 참여하는 WFB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원불교가 WFB 총회를 개최한다면 조계종, 진각종 등 한국 WFB지부들은 대회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FB는 1950년 5월 상좌부와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27개국 불교계 대표들이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부처님 가르침 이행’ ‘불교도간의 일치와 단결, 우애 도모’ ‘신성한 부처님 가르침 포교’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불교단체다. 한국불교계는 지난 1958년 11월 동산, 청담, 경보 스님 등이 처음 참가하면서 WFB와 인연을 맺었고, 2012년 조계종에 이어 2016년 진각종이 총회를 유치한 바 있다. WFB는 현재 37개국에서 153개 지역본부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조계종, 진각종, 원불교 등 7개 지부가 개설돼 있다.

국내 WFB 관계자에 따르면 WFB본부는 올해 초 2020년 제30차 총회를 원불교가 주최하는 쪽으로 뜻을 모으고, 원불교 측에 의사를 타진했다. 원불교 측은 이를 토대로 지난 6월 2020년 제30차 WFB총회를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원불교신문’에 따르면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은 6월13일 “세계불교도우의회 제30차 총회를 교단에서 주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밝혔다. 이에 앞서 원불교 측은 지난 4월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 WFB총회 유치에 따른 국고지원을 요청하는 등 WFB 총회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원불교가 불교행사를 개최하면서 국고지원을 신청한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으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에서 동의할 경우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접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7월11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 원불교의 WFB총회 유치와 관련해 국고가 지원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이날 “원불교는 7대 종교로 구성된 종교지도자협의회 회원으로 불교종단이 아니다”며 원불교가 불교행사인 WFB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된 불교종단들이 원불교의 WBF 총회유치에 강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그동안 원불교가 정체성이 모호한 이중적 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Won-Buddhism’으로 표기하며 한국불교의 한 종파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불교와 관련 없는 새로운 종교임을 표방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불교가 불교의 한 종파인지, 새로운 종교인지를 두고 오랜 기간 논란을 되풀이 해왔다.

1914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에 의해 창립된 원불교는 1924년부터 광복 때까지 ‘불법연구회’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1948년 ‘원불교’라는 교명으로 종교적 행보를 본격화한 이후에도 불교적 색체를 유지했다. 1967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전신인 대한불교총연합회가 출범할 당시 12개 불교종단 가운데 하나로 참여했다. 이런 인연으로 원불교 대표들은 WFB 총회에 스님들과 함께 참여했고, 1980년 WFB 원불교지부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불교는 1970년대 중반 불교재산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대한불교총연합회에서 탈퇴해 불교계와 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6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고산 스님이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를 방문해 가입을 권유하면서 원불교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복귀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원불교 측은 “원불교가 기존 불교의 한 갈래로 인식될 경우 국내 4대 종교로 자리 잡은 원불교의 위상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내부반발을 이유로 “원불교를 독자교단으로 인정하고, 독립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끝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복귀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원불교는 불교를 비롯해 개신교, 가톨릭,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와 더불어 7대 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불교와 다른 종교임을 부각했다. 또 지난 2006년부터는 원불교 군종장교를 파송해 불교와 다른 독자노선을 걷고 있으며 불교의 최대명절인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불교계 내부에서는 “불교에서 벗어나 독자적 행보를 하고 있는 원불교가 불교행사인 WFB총회를 주최하는 것은 자신들의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불교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WFB 조계종지부 관계자는 “원불교 교단은 WFB총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자신들이 불교를 표방하는 종단이라고 공식 밝힌다면 불교계에서 굳이 WFB총회를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불교계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원불교 측이 WFB총회 유치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불교계 반발로 국고지원이 불투명해지면서 대회유치를 위한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원불교 내부에서도 WFB총회 유치에 대한 찬반 이견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공현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은 “WFB본부에서 총회개최를 의뢰해 와서 행사를 고민하고 기획하는 단계”라며 “현재는 WFB본부와의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총회 개최여부에 대해) 지금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원불교의 WFB총회 개최 논란이 커지면서 원불교가 불교인지, 아니면 새로운 종교인지에 대한 정체성 논란도 불교계 내부에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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