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구니역사 산증인 광우 스님 원적
한국 비구니역사 산증인 광우 스님 원적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9.07.18 20:51
  • 호수 14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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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8일 세납 95세 법랍 80세
비구니회 최초 우담바라회 창립
법룡사 건립 비구니 위상 제고
조계종 첫 비구니 명사도 품수
광우 스님.
광우 스님.

조계종 첫 비구니 명사이자 한국 비구니역사의 산증인 태허광우 스님이 7월18일 오후 4시경 서울 망월산 정각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납 95세, 법랍 80세.

광우 스님은 한국불교 비구니 역사에서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현대 비구니계의 역사” 상찬도 나온 비구니스님이다. 일제강점기가 끝나지 않은 민족의 수난기, 1939년 15살의 소녀는 김천 직지사에서 성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조계종출판사, 2008)’에 따르면 광우 스님은 “교과서는 그렇게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더니, 경전은 독경 소리만 들어도 절로 외워졌다”고 회고했다. 부친이 당대 최고 선지식으로 추앙받던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혜봉 큰스님이었으니, 숙연이었으리라.

광우 스님은 후학들이 걸어야 할 길을 가장 먼저 성큼성큼 걸으며 발자취를 남겼다. 국내 첫 비구니강원 남장사 관음강원의 첫 번째 학인이었고, 4년제 정규대학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수학한 ‘비구니 학사 1호’였다.

비구니스님 권익에 남다른 열정을 가졌던 광우 스님은 지금의 전국비구니회 모태인 ‘대한불교우담바라회’ 결성을 주도했다. 1995년 5월18일 서울 목동청소년회관에서 열린 전국비구니대회에서 제6대 회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1999년 9월15일 제7대 회장에 재선됐다. 회장 재임시절 광우 스님은 1998년 9월10일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기공식을 갖고, 2003년 8월19일 개관기념법회를 봉행하면서 비구니승가의 독립적 위상을 확보했다. 8년 동안 120억원의 정재를 모아 세계 최초로 비구니전용회관을 마련하는 원력을 실행으로 옮겼다.

평소 수행지침이 ‘사사무애 요익중생’이었던 것만큼 포교원력도 남달랐다. 불교 최초 통신포교지라 일컬어지는 ‘신행불교’를 창간해 30년 넘게 신행단체와 군법당, 교도소에 무상으로 보시했다. 1950년대 후반 도심포교의 효시격인 정각사를 창건하고 당시로는 드물게 어린이, 중고생, 대학생, 일반법회 등 계층별 법회를 시작했다.

특히 정각사에서는 김동화, 홍정식, 원의범, 황성기, 홍영진, 김대은 박사 등 당대 최고 학자들이 법회를 이끌면서 젊은 불자는 물론 이웃종교인까지 찾아오는 일이 빈번했다. 뇌허불교학술상, 정각사장학회 등 다양한 장학사업으로 우수한 학자들을 길러내는 등 인재불사에 삼보정재를 아끼지 않아 학승과 불교학자들의 대모(大母)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조계종 비구니계단증사와 전계사 등을 역임하며 한국불교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던 광우 스님은 2007년 조계종으로부터 명사법계를 품수했다. 비구스님의 가장 높은 법계인 대종사와 동등한 법계인 명사를 광우 스님이 혜운, 묘엄, 지원, 명성, 정훈, 정화 스님 등과 함께 처음 품수한 것이다.

광우 스님은 자신과 제자들에게는 엄격했다. 예불 한 번 빠지지 않고, 자신의 빨래는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았다. ‘법화경’ ‘능가경’ ‘금강경’ 등 경전에 이해가 깊었던 스님은 제자들이 경전 한 구절 잘못 해석하면 그 자리에서 지적했다. 광우 스님 수계제자 중 국민힐링멘토 정목 스님은 “광우 스님 자체가 경전이요 법이다. 향훈을 통해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종종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부터 정각사 주지를 상좌인 정목 스님에게 맡기고 오로지 전법과 보림행에 힘써오던 광우 스님. 스님은 고령으로 인한 미질을 앓다가 7월18일 상좌, 손상 등 문도들을 한 자리에 불러 후사를 당부했다. 이어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 갈 뿐이다“는 임종게를 남기고 상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홀연 원적에 들었다.

빈소 조문은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7월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영결식은 7월22일 오전 10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봉행되며, 영결식 후 다비는 서울추모공원에서 거행된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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