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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 감소에 방장선출 논란까지…총림의 위기

  • 교계
  • 입력 2019.08.09 14:54
  • 수정 2019.08.09 15:19
  • 호수 1500
  • 댓글 3

총림특위, 총림실사 결과 발표
영축총림 제외하곤 대부분 부실
“학인부족에도 중장기 대책 없어”
방장선출 때마다 혼란…위상실추
“총림제도운영 재검토 시급”지적

선·교·율을 아우르는 종합수행도량인 조계종 총림에 대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8대 총림 가운데 선원, 승가대학, 율원, 염불원을 모두 갖춘 곳은 영축총림이 유일하고, 급격한 학인수 감소로 대다수 총림이 승가대학과 율원 운영의 최소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몇몇 총림에서 방장 선출을 두고 크고 작은 잡음이 속출하면서 법의 상징이라는 방장의 위상도 실추되고 있다. 특히 방장스님이 총림주지 추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문중 간 알력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교구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조계종 총림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종단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위원장 각림 스님)가 최근 8대 총림을 실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림 구성요건인 선원, 승가대학, 율원, 염불원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곳은 영축총림이 유일했다. 해인총림, 조계총림, 팔공총림, 쌍계총림, 금정총림은 염불원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덕숭총림은 율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불총림은 선원과 승가대학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총림해제 사유에 내몰리고 있다. 총림법에 따르면 2개 이상의 수행기관을 1년 이상 운영하지 않으면 총림 해제사유에 해당된다. 고불총림 측은 2016년부터 백양사 말사인 담양 용흥사에서 율원을 대신해 율학승가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내년부터 다시 기존 율원인 ‘청류암’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총림특위는 총림 밖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총림기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고불총림을 제외한 7대 총림이 3개 이상의 수행기관을 운영해 총림으로서 자격요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승가대학 최소 정원(40명 이상)을 갖춘 곳은 영축총림(44명)이 유일했다. 해인총림이 24명, 조계총림이 20명, 팔공총림이 16명, 금정총림이 15명, 덕숭총림이 9명, 쌍계총림이 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년 과정의 전체 학인수를 모두 합산한 것으로, 각 학년별로는 1~2명에 불과한 총림 승가대학도 즐비하다. 이로 인해 덕숭, 쌍계총림은 교육원으로부터 상주교수에 대한 연구지원비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율원을 대신한 율학승가대학원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팔공총림(14명)과 영축총림(12명)을 제외하고 대다수 총림이 상주 학인수가 5~6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총림특위 한 스님은 “출가자 감소에 따라 승가대학 등의 학인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종합수행도량이라는 총림에서조차 1~2명의 학인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대다수 총림들이 총림 운영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없다는 것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몇몇 총림에서 방장 선출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도 ‘총림 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다. 방장은 선·교·율을 겸비한 법계 대종사급의 본분종사로, 총림을 대표하고 법을 상징한다. 그러나 방장 선출 기준이 모호해 대중을 통섭할 수 있는 확고한 리더십을 갖춘 스님이 있는 몇몇 총림을 제외하곤 대다수 총림에서 방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5년 해인총림이 방장선출로 큰 후유증을 겪었고, 영축총림도 방장선출을 두고 1년여 가까이 진통을 겪었다. 1년 5개월 간 방장 공백사태를 맞고 있는 조계총림은 여전히 차기 방장 선출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총림마다 방장선출에 난항을 거듭하는 것은 방장에게 부여된 총림주지 추천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들이 많다. 차기 총림주지가 방장의 추천으로만 결정되다보니 누가 방장이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장 선출과정에서의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방장의 권위마저 훼손되고 있다. 따라서 총림주지를 합리적으로 선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앙종회의원은 “조계종이 2012년 5대 총림에서 8대 총림으로 확대한 것은 본사주지 선거의 과열과 폐단을 막자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총림이 된 이후에는 그 대상이 본사주지에서 방장으로 옮겨간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스님은 “총림 방장선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총림주지 추천권을 방장이 복수추천한 뒤 총림 임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 중앙종회는 9월 임시회를 열어 총림특위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총림제도에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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