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자율성 박탈할 ‘세계유산관리법’ 제정되나
불교계 자율성 박탈할 ‘세계유산관리법’ 제정되나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9.09.20 14:28
  • 호수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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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광위 통과해 법사위 접수
세계 유산 소유한 전통사찰 배제
동의·협의 없이 정부서 일방 관리
“위헌적 자율성 박탈” 반발 거세
조계종·교구본사주지협 등 반발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세계유산관리법)’은 세계유산지구 지정, 기본계획 수립 등 보존관리와 세계유산보존협의회 구성 운영, 재정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문제는 전통사찰이 소유 중인 세계유산에 대한 전통사찰의 보존·관리 및 활용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독소조항에 있다. 사진은 세계유산 해인사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대장경.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세계유산관리법)’은 세계유산지구 지정, 기본계획 수립 등 보존관리와 세계유산보존협의회 구성 운영, 재정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문제는 전통사찰이 소유 중인 세계유산에 대한 전통사찰의 보존·관리 및 활용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독소조항에 있다. 사진은 세계유산 해인사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대장경.

전통사찰이 소유한 세계유산 등을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불교계의 자율성이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불교 관련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여러 차례 패싱당했던 불교계가 이번에는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세계유산관리법)’은 세계유산지구 지정, 기본계획 수립 등 보존관리와 세계유산보존협의회 구성 운영, 재정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11월 정진석 의원 등이 발의, 지난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문제는 전통사찰이 소유 중인 세계유산에 대한 전통사찰의 보존·관리 및 활용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독소조항에 있다. 세계유산관리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장을 비롯해 시장, 도지사 등은 세계유산 등재·보존·관리·활용 및 지원 관련 계획을 수립할 때 문화재청장하고만 협의토록 명시했다. 문화재청장은 세계유산을 소유한 전통사찰 동의 없이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할 수 있으며, 관할 시·도지사 혹은 문화재청장은 세계유산 보전·관리 및 활용을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세계유산 소유자인 전통사찰 동의나 협의 없이 수립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특히 문화재청장이 해당 세계유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관할 지자체의 요청이나 지자체의 관리가 소홀할 때로 한정했지만 세계유산이 전통사찰의 소유일 경우 관리권과 자율성이 박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의 7개 사찰이 포함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였던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계유산관리법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장경판전’은 물론 3번째 한국불교 세계유산인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역시 국가나 문화재청이 보존·관리하고 활용하게 된다. 석굴암과 불국사를 불국사와 관계없이,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판전을 해인사와 무관하게 문화재청이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와 관련 조계종과 세계유산을 소유한 전통사찰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문화체육관광위에서 세계유산관리법 수정안을 의결하자 조계종 문화부는 문화재청에 불교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명하고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요구대로 문구 수정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등으로 해당 법안 심의가 미뤄지고 있지만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유산관리법 문제의 심각성은 9월18일 수덕사에서 열린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9월19일 개최된 중앙종회에서 공론화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해인사장경판전’ 세계유산을 보존·관리하는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세계유산관리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이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에 포함된 마곡사 주지 원경 스님도 공감을 표하고 “악법 중에 악법이다.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세계유산관리법 입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결의하고 종단 집행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세계유산을 보유한 영세한 지자체가 국가예산으로 세계유산을 보존·관리하고 활용하고자 만든 세계유산관리법으로 전통사찰이 소유한 세계유산까지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통사찰 소유의 세계유산은 해당사찰이 소유권에 기초한 보존·관리 및 활용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유산을 오랫동안 보존해온 전통사찰과 스님들의 노력이 묵살되고 관리권과 자율성이 박탈되는 일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505호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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