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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문화 연구 거장 홍윤식 교수 별세

  • 부고
  • 입력 2020.05.29 11:58
  • 수정 2020.05.31 07:25
  • 호수 1540
  • 댓글 1

동국대 일산병원에 빈소…5월31일 발인
영산재·수륙재 등 무형문화재 지정 주도
성보보존위원회·불교미술공모전 창설

유·무형을 망라한 불교문화재와 불교민속학에 이르기까지 불교문화 전반에 지대한 공헌을 한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가 5월28일 밤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4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홍 교수는 해인농림고등학교와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 붓교대학에서 불교학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3년 원광대 국사교육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동국대 박물관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서울 국악예술고등학교 교장을 비롯해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 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 한국정토학회장, 승가학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근래까지 동방문화대학원대 석좌교수, 불교민속학회, 한국전통예술학회, (사)진단전통예술보존회 회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홍 교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불교 무형문화유산을 학문적으로 정착시킨 개척자였다. 1960년대 산실될 위기에 처한 범패를 발굴해 무형문화재 등재의 기반을 마련하고 유형문화재에 한정돼 있던 불교문화유산의 영역을 영산재, 수륙재 등 불교의례로 확장시켜 무형문화재의 영역으로 안착시켰다. 또 불상, 불화, 탑에 대한 인식을 단순한 문화재에서 예경해야 할 성보로 전환시키며 조계종에 성보보존위원회가 설립되는 결실을 맺었다.

‘불교미술공모전’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홍 교수 제안과 추진으로 시작된 불교미술공모전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전통 계승과 현대적 창작의 길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 1993년 동국대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으로 열린 ‘고려불화전’ 역시 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며 이룩한 놀라운 성과다. 일본이 대다수를 소장하고 있던 고려불화를 한국으로 이운,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중국불화로 오인되던 고려불화에 대해 전 세계의 오해를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단절됐던 것으로 알려진 땅설법이 존속함에 따라 이를 학문적으로 조명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홍 교수가 지속적인 펴낸 저술도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한국불교’ ‘한국사’ ‘한국불교의례연구’ ‘한국불화의 연구’ ‘정토사상’ ‘고려불화의 연구’ ‘삼국유사와 한국고대문화’ ‘한국의 불교미술’ ‘자비의 미학’ ‘한국불교사의 연구’ ‘불화’ ‘극락도’ ‘만다라’ ‘한국불화 화기집’ ‘한국불교의 밀교적 특색’ ‘불교민속학의 세계’ ‘불교의식구’ ‘한국의 가람’ ‘문화유산의 전통과 향기’ ‘한일전통문화비교론’ ‘불교문화와 민속’ 등은 한국불교의 역사·문화·사상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같은 홍 교수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은 불교문화의 위상 제고와 재평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 홍 교수가 조계종 불자대상을 수상했던 것도 일평생에 걸쳐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국불교문화가 시대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매일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했던 홍 교수는 올해 1월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불교는 종교이자 사상이며 문화의 근간입니다. 의식에 담긴 의미와 문화재에 담긴 양식도 교리와 사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바르게 계승하고 전수할 수 있습니다. 불교문화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밝히고 연구하는 것이 내 생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홍 교수의 별세가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스님(수안사 회주)은 “홍 교수는 스님들이 문화재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때면 단 한 차례도 거절하지 않고 도움을 주려 애썼다. 그것은 특정 스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찰과 불교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었다”며 “수십 년간 인연이 있었던 홍 교수의 사십구재는 우리 절에서 지내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 스님은 “홍 교수는 지극한 신심으로 고려불화, 영산재, 불교민속학, 정토학 등 수많은 분야에 큰 업적을 남긴 학자로 지난해에는 불자대상 상금을 동국대 불교학술원 발전기금으로 희사하기도 했다”며 “고인이 늘 염불하고 마음에 품었던 대로 이제는 극락세계에 이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 빈소는 동국대 일산병원 vip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월31일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40호 / 2020년 6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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