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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김명규의 ‘소소한 행복’

기자명 신현득

코로나19에 멈춰선 일상의 소중함
이웃 간 나누던 ‘정’ 떠올리며 각성

대문에 걸린 봉지 속 딸기청
옆집에서 전해오는 안부인사
코로나시대가 바꿔놓은 일상
소소함이 행복이었음 알게해

온 세계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생활한 것이 1년이 넘는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2019년 12월에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증상이 없는 초기에 전염성이 강하다. 감염이 되면 먼저 목 안에 통증이 오고, 열이 나고, 기침이 난다. 호흡곤란 증상을 거쳐서 폐렴으로 발전한다.

이 호흡기 질환은 확진자의 호흡과 침 등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마스크를 껴야 하며, 사람과의 대화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 사람의 모임에 인원 제한을 두어야 하니, 모임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학교가 교문을 닫고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집콕’ ‘방콕’이라는 낱말이 생겼다. 방에, 집에 콕 박혀 있으라는 말이다. 같은 반 동무와 어울려 이야기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은 동심의 어린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코로나19가 동시에 등장하게 되었다.   

 

소소한 행복 / 김명규

갑작스런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에 
두려움으로 굳게 닫힌 문에 
덩그러니 달린 검정 비닐봉지 하나. 

옆집 정현이 엄마표
딸기청 한 병과   
잘있다는 묵언의 안부가 가득

하얀 플레인 요거트에
목젖 보이도록 웃던 웃음소리 송송 썰어서 깔고 
딸기청도 듬뿍 올리고, 
오가며 나눈 안부와 수다도 솔솔 뿌리니
달달 상큼.

“맛 있소.”
“고맙소.”
“너무 보고 싶소.”
코로나19가 가르쳐 준 
일상의 소중함.   

늘푸른아동문학회의 회지 ‘선물’제4호(2020)에서.

 

코로나19의 두려움 때문에 대문을 열어둘 수 없다. 굳게 닫힌 대문에 무엇을 담은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걸려 있다. 옆집 정현이 엄마가 직접 만든 딸기청이 한 병 들어 있다. 전날 같으면 “순이 엄마, 내가 만든 딸기청이예요”하며, 들고 와서 안부 얘기도 하고 딸기청을 만든 얘기도 하며 잠깐 쉬고 갔을 텐데, 검정 비닐봉지에 병을 담아서 대문에 걸어두고 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여서 조심을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웃이 만나면 인사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그러다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갈 우려가 있으니 서로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눈과 귀에는 그 검정 비닐봉지 안에 가득 담긴 안부 인사가 보이고, 들린다. 그 표현이 매우 시적이다. 

그 딸기청의 달달 상큼한 맛 속에서도 그것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목젖이 보이도록 웃던 정현이 엄마의 웃음소리다. 웃음을 송송 썰어서 깔고 그 위에 딸기청을 듬뿍 올렸다. 그리고 정현이 엄마의 수다스런 말솜씨도 솔솔 뿌려서 달달 상큼한 딸기청 맛이 돼 있다. 그러면서 “맛있어요” “고마워요” “너무 보고 싶은 걸” 하는 이웃끼리의 대화가 딸기청의 분위기에서 들리고 있다. 이웃끼리라지만 만난 지가 오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모든 사회생활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날 소소하다고 여겼던 이웃 간의 정이 행복이었던 것을 느낀다. 

시의 작자 김명규 시인은 경북 의성 출신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늘푸른아동문학회 회장 일을 맡고 있다. 동시로 창주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2013), 창주아동문학상은 대구 아동문학의 개척자 창주 이응창 선생을 기념하는 문학상이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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