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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등록문화재 901건…불교는 37건

  • 성보
  • 입력 2021.04.19 10:20
  • 수정 2021.04.19 11:15
  • 호수 1582
  • 댓글 0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20주년’

2002~2011년은 기독교가 독식
불교계 문제 제기하자 지정 늘려

​​​​​​​2012~2021년, 앞선 10년과 달리
종교별 등록문화재 1위는 ‘불교’

2015년 이후론 지지부진…6건 불과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계승을 위해 2001년 ‘국가 등록문화재 보호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현재까지 총 901건이 지정됐고 이 가운데 종교관련 등록문화재는 모두 122건이었다. 법보신문이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등록문화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종교별 지정 건수는 가톨릭(46)·개신교(39)·불교(37) 순으로 집계됐다.

10년 단위로 구분해 살펴보면 2002~2011년 지정 건수는 가톨릭·개신교이 불교에 비해 4배 이상 많았다. 가톨릭(23)·개신교(19)·불교(5) 순이었다. 이후 2012~2021년은 등록문화재를 향한 불교계 관심이 커졌고 2014년 한 해 문화재가 24건이 대거 등록되며 불교(32)·가톨릭(23)·개신교(20) 순을 기록했다.

등록문화재 첫 지정은 2002년 2월28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공사 사옥’을 비롯해 10건이었다. 이 가운데 ‘옥천성당’ ‘대한성공회 진천성당’이 포함돼 종교 시설로는 성당이 첫 근대 문화재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불교 등록문화재는 2003년 7월15일 ‘군산 동국사 대웅전’이 처음 지정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동국사 대웅전은 1932년 일본 건축자재를 들여와 지은 일본식 사찰로 현재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도시대 사찰 풍격을 보여준다”며 지정 사유를 밝혔다. 두 번째로는 2006년 12월4일 ‘경주 구 서경사’가 등록됐다. 하지만 이 둘 모두 일본 조동종 사찰이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순수한 불교 포교 목적이 아닌 한국인을 일본에 동화시키고자 세운 포교소만 불교 근대유산으로 지정하냐”는 비판이 일었다. 2010년 ‘진관사 소장 태극기 및 독립신문류’, 2011년 ‘남양주 흥국사 대방’ ‘예산 수덕사 만공탑’이 추가로 등재됐지만 가톨릭·개신교 등록문화재 수에 비해 여전히 미미했다.

종교별 등록문화재 건수가 급격한 차이를 보이며 벌어지자 2010년 9월 불교계가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재청이 2006~2010년 등록문화재에 사용한 예산 분석해 배포하며 “근대 문화유산 국고 보조를 특정 종교가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해 10월 신대현 사찰문화재연구원 대표도 “2009년 12월 열렸던 ‘등록문화재 지정신청 일괄심의’에서 후보에 올랐던 불교문화재 60건이 모두 탈락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월간 ‘불교문화’ 10월호를 통해 “등록문화재 지정신청 일괄심의에서 가톨릭 성당, 개신교 교회는 다수 지정됐지만 불교문화재는 없었다”며 “문화재청이 불교에만 대단히 인색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탈락됐던 후보들 가운데 근대 도심포교당 효시였던 ‘삼대 포교당(각황사·강릉포교당·수원포교당)’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계는 공분을 일으켰다.

동시에 불교계 내부 성찰도 있었다. 그동안 근대 문화유산 등록에 너무 소홀했다는 반성이었다. 전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가톨릭·개신교는 50년 이상 된 유적·유물이 있으면 어떻게든 문화재로 만들고자 적극 나서지만 불교는 그렇지 못했다. 길게는 1000년, 짧게는 수백년 된 문화재가 즐비하다보니 50년 안팎 유적·유물은 문화재로 보는 인식이 희박했다는 아쉬움이었다.

이같은 성찰과 자각은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에만 머물던 불교계 관심을 근대 문화재로 확산시켰고 앞선 10년과 다른 10년을 만들어냈다. 2012~2021년 지정된 불교 등록문화재는 모두 32건으로 가톨릭·개신교를 앞섰다.

특히 2014년 성과는 이례적이었다. ‘양산 통도사 자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상’ ‘청도 신둔사 영산보탑 및 탑비’ ‘대구 동화사 괘불도’ ‘백용성 역 조선글화엄경’ ‘한암스님 가사’ 등 24건이 한 해에 대거 등록됐다. 불상·탑비·괘불·문헌·가사 등 지정분야도 다양했다.

다수 불교 문화재가 등록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에는 2013년 (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근현대 문화유산 종교분야(불교) 목록화 조사연구’ 사업이 있었다. 동시에 2013~2019년 문화재청근대문화재분과위원으로 활동한 보광 스님 역할이 컸다. 당시 스님은 “불교계가 등록문화재를 소홀히하면 200~300년 이후 국보·보물로 지정되는 불교 문화유산은 없을 것”이라며 “시대성을 반영한 근·현대 불교문화재 발굴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다시 지지부진해졌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등록된 불교문화재는 6건에 불과하다. 반면 가톨릭·개신교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꾸준히 발굴했다. 같은 시기 가톨릭은 20건, 개신교는 18건이 문화재 지정에 성공했다. 등록문화재에 소홀하면 근현대 불교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근대화 과정은 동서 문화와 사상의 충돌로 시작됐다. 서양문화에 취한 개화지식인들이 그 한계와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고 찬사만 보낼 때 불교계 젊은 지성인들은 근대화가 내포한 문제를 간파했고 분명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문명개화가 곧 서구화 과정이라 믿었던 이들이 불교를 힐난했을 때도 불교계는 새로운 포교전력을 수립하며 치열하게 생존했다. 단순히 양적 성장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를 소홀히 한 이들에겐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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