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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땅 투기 의혹 ‘합천읍 역사’ 백지화해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4.20 09:50
  • 호수 1582
  • 댓글 3

정부, 합천·거창·대구 경제효과
담보한 ‘해인사 역’ 애써 외면
공동화 우려 역사만 고집하면
투기자 배만 불리는 무능정부

합천읍 서산리와 율곡면 임북리 일원에 대한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 이른바 ‘합천읍 역사’ 유치 계획 이면에 전‧현직 공직자와 선출직들의 투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합천 해인사역 유치위원회’ 주장에 따르면 2019년 11월, 202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합천읍 서산리 일대의 논 약 6000m²가 전 합천군청 행정국장의 부인 명의로 등기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위원회는 또 다른 공직자와 합천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LH 공무원 부동산 투기’와 유사한 사태가 합천에서 재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발 부동산 투기는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지자체 의원, 정치권 전수조사,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등의 키워드들이 지금까지도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사법 당국은 ‘합천읍 역사’ 관련 땅 투기 위법행위자들을 색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부내륙철도는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를 잇는 187.3km의 고속철도다. 2019년 1월 29일 국무회를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며 탄력을 받았다. 김천, 상주, 합천,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 7개 역을 선정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관광·물류·산업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돼 각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합천의 경우 해인사 인근에 역사가 들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까지 연 인원 100만명이 가야산을 찾았는데 80%가 해인사로 곧장 이어지는 홍류동 코스를 택했다. 등산객보다 관광·참배객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해인사 접근이 용이한 곳에 역사가 들어설 경우 관광·참배·등산객이 크게 늘 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 기록한 연간 ‘400만명 탐방’에 근접한 수치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해인사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나 떨어진 합천읍에 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다. 선뜻 이해할 수 없다. 합천읍은 초고령 농촌사회로 변하고 있어 10년 뒤에는 합천읍이 다른 지자체에 편입되거나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는 곳이다. 수요 저조로 공동화돼버린 경전선의 ‘함안역’ 과오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낙후된 곳에 역사를 지어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변명조차 될 수 없다. 노선과 역사 선정의 전제는 환경훼손 여부·혈세투입 최소화, 그리고 경제성이다. 예산 투입에 따른 경제 효과는 이른 시일 안에 최대로 나타나야 한다. ‘지역소멸·편입’, ‘공동화’가 우려되는 곳에서 경제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해인사역 유치위가 제안한 ‘합천 해인사역’은 광주대구고속도로 해인사IC 인근지역으로 고령IC에서 5분 거리, 거창IC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교통요충지다. 따라서 합천군 지역주민뿐 아니라 인접한 거창·고령군과 함께 대구 서부지역의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교통낙후지역이었던 대구경북 서부지역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합천군 사람들만 이용할 ‘합천읍 역사’와는 대조적이다. 지난 1월 ‘해인사역 추진위원회’ 총도감 진각 스님이 “합천읍 중심에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를 마련하는 것은 경제성도 없을 뿐더러 국민 편의적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현재 합천역사 예정지는 합천읍 서산리와 율곡면 임북리로 압축된 상태다. 국민편의와 경제·역사·문화성을 외면한 정부가 ‘합천 해인사역’을 사실상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합천 내 주민들은 물론 합천과 거창 군민들 간의 갈등까지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합천지역의 역사 선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합천읍 역사’가 그대로 추진된다면 “땅을 사놓고 기다리는 주요 공직자의 여론 조작에 휘둘린 무능한 정부로 각인될 것”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국책사업인가? 적어도 공무원이나 부동산 투기자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건 아니지 않는가.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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