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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문경 봉암사 조사전(祖師殿) ②

기자명 법상 스님

격외 언어로 전하는 마음의 근본 자리

고려 말 나옹혜근 스님의 시문
언어 벗어난 격외 도리를 알아
살활자재로 세상의 주인돼야

문경 봉암사 조사전(祖師殿) 2 / 글씨 서암홍근(西庵鴻根, 1914~2003) 스님.
문경 봉암사 조사전(祖師殿) 2 / 글씨 서암홍근(西庵鴻根, 1914~2003) 스님.

打破虛空出骨 閃電光中作窟
타파허공출골 섬전광중작굴
有人問我家風 此外更無別物
유인문아가풍 차외갱무별물
(허공을 깨트려서 뼈를 들추어내고 / 번쩍이는 번갯불 가운데 토굴을 짓노라 / 누구 있어 나의 가풍을 물을진대 / 이 밖에 다른 물건 없다 말하리라.)

문경 봉암사 조사전에는 세 부분 12개의 주련이 있다. 이번 주련과 13회차에서 소개했던 주련은 모두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암 스님의 글씨다.

이번 주련은 고려 말 나옹혜근 스님(1320~1376)의 어록인 ‘나옹화상가송’에서 자찬(自讚)이라는 시제로 다섯 수가 실려 있는 가운데 네 번째에 해당하는 시문이다. 주된 내용은 격외(格外)의 도리를 설파하고 있다.

타파(打破)는 두드려 부순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어떠한 형체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고 허공을 두드린다고 하였으므로 격외구(格外句)에 해당한다. 이 첫 구절을 잘 알아차려야 그 나머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 선(禪)은 대개 격외의 도리를 말한다. 격외라고 하는 것은 언어의 규정된 형식을 벗어난다는 뜻이다. 격(格)은 세간의 규정된 척도, 외(外)는 이를 벗어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언어의 구절을 격외구라 한다. ‘벽암록’ 제21칙 수시(垂示)에 보면 “격외구를 알아차리면 하나를 들어도 세 가지를 명백하게 아는 것”이라고 하였다.

허공은 텅 빈 공중이다. 여기서는 마음의 역량을 허공에 비유한 것이다. 뼈는 곧 골수(骨髓)를 말하기에 마음의 근본을 말한다. 이를 불심, 자성, 진여, 법성, 여래장 등으로 표현한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물고기를 잡는 법이다. 부처님 가르침에서 마음을 등지고 부처를 찾는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부분 수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라는 올가미를 만들어 스스로 걸려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염려하여 ‘임제록’에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이나 권속을 만나면 모두 죽여라. 그래야만 비로소 해탈하여 사물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투철하게 벗어나서 자유자재하게 된다”라고 한 것이다.

섬전(閃電)은 순간 번쩍이는 번갯불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므로 이를 흔히 번갯불과 부싯돌 불빛에 비유하여 전광석화라 한다. 번쩍이는 번갯불 가운데 거처[窟]를 짓는다 하였음은 돈오의 경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섬전광중(閃電光中)은 주빈(主賓)을 말한다. 주는 체(體)에 해당하고 빈은 용(用)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심체(心體)와 심용(心用)을 바로 알면 삼계의 주인이 되기에 찰나 간에 시방삼세를 펴기도 하고 오므리기도 하므로 살활자재(殺活自在)하다고 하는 것이다. 고로 세상의 주인은 마음이다. 

유인(有人)은 ‘눈 밝은 이가’ 또는 ‘도를 구하는 자가’ 이러한 뜻이다. 이어서 가풍(家風)은 한 종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독특한 가르침이나 한 선승의 독자적 가르침 혹은 지도 방법을 말하므로 여기선 나옹혜근의 법풍을 말한다.

차외(此外)는 ‘이밖에’ 또는 ‘이외는’이러한 뜻이다. 위에서는 질문하고 여기서는 스스로 답을 하고 있기에 자문자답의 형식을 취한다. 갱무별물(更無別物)은 다른 물건은 전혀 없다는 표현이기에 마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오등전서(五燈全書)’ 권제14 장경혜릉(長慶慧稜) 선사의 게송에도 다음 내용이 있다.

“也大差也大差 捲起簾來見天下 有人問我解何宗 拈起拂子劈口打(야대차야대차 권기염래견천하 유인문아해하종 념기불자벽구타), 또한 기이하고 또한 기이하도다. 발을 걷어 올리다가 천하를 보았다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떤 종(宗)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불자(拂子)를 잡아 일으켜 곧바로 입을 때리리라.”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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