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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 국보 승격

  • 성보
  • 입력 2021.04.28 14:27
  • 수정 2021.06.23 13:45
  • 호수 1584
  • 댓글 1

“17세기 제작된 현존 국내 유일 삼신불 조각”
‘불영사 불연’ ‘완주 송광사 목조여래좌상’은 보물로

부드러우면서도 근엄한 표정, 두툼한 눈덩이와 작은 눈, 굵직한 옷주름의 표현…. 17세기 목조불상 가운데 가장 크면서도 각 유파(流派)의 조각 특징을 섬세히 담아낸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6월23일‘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을 보물에서 국보로, ‘울진 불영사 불연’과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을 보물로 승격 지정했다.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화엄사를 중창하며 대웅전에 봉안하고자 조성됐다. 최근 발견된 복장유물 등 기록에 따르면 인조 13년(1635) 수조각승 청헌, 응원, 인균 스님과 이들 제자가 불상 조성에 참여했다. 문화재청은 “17세기를 대표하는 조각승과 이들 제자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해 완성한 기념비적인 대작”이라고 평가했다.

임진왜란 이후 한국불교를 재건했던 벽암각성 스님(1575~1660) 주관 아래 선조의 여덟 번째 아들 의창군 이광 부부와 선조의 사위 동양위 신익성 부부가 대표 시주자로 참여했다. 시주자는 모두 1320명으로 왕실 인물과 스님 580여명이 포함됐다.

삼신불 높이는 3m이상으로 현존하는 17세기 목조불상 가운데 가장 크다. 본존 비로자나불은 얼굴을 약간 앞으로 내밀어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지권인을 한 손에는 대의자락이 자연스레 접혀있다.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불은 육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촘촘한 소라모양 나발이 특징이다. 상품중생인을 한 노사나불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특히 보관을 쓴 노사나불로는 이 불상이 유일하다. 문화재청은 “조선후기 불교 미술사에서 법신·보신·화신(응신)을 그린 삼신불 불화는 많이 남아있지만, 조각으로는 화엄사 삼신불이 유일하다”면서 “불교조각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신불은 화려한 연꽃 대좌와 팔각형 목조대좌에서 결가부좌하고 있다. 조각선은 단순하면서도 굵다. 이 기법에서 중후한 느낌이 풍겨온다. 동시에 각 유파(流派)의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의 근엄한 표정에서는 청헌파 특징이, 노사나불상의 부드러운 얼굴과 작은 눈, 두툼한 눈두덩이에서는 응원·인균파 특징이 두드러진다. 문화재청은 “예술·조형적 수준도 조선 후기 불상 중 단연 돋보이므로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없다”고 평가했다.

‘울진 불영사 불연’ 두 기와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도 나란히 보물로 지정된다.

현종 11년(1670) 조성된 ‘울진 불영사 불연’은 시련의식(侍輦儀式) 때 사용했던 불교 의례용 가마다. 불·보살, 사리, 경전, 불패(불·보살 존호나 발원 내용을 적은 나무패)를 법회로 가져올 때 사용된 법구다. 때론 영가를 실어 올 때 사용되기도 했다. 불교 의례용 가마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울진 불영사 불연’은 나간을 두른 집모양으로 지붕, 몸체, 받침대로 분리돼 있다. 둥근 궁륭형 지붕, 봉황조각을 한 귀퉁이, 용머리 장식의 난간, 연꽃·국화·화초로 조각된 몸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단아한 균형미를 선보인다. 특히 몸체 창의 주렴(구슬발)에 매단 동경(청동거울)에서 독창성이 돋보인다. 보통 불상 복장이나 불화 복장낭에서 발견되는 이 동경은 어둠을 밝혀 깨달음으로 인도한다는 상징이 담겨 있다. 문화재청은 “동경이 달린 불연은 ‘울진 불영사 불연’이 최초 사례로 불교 의례 연구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학술적 의의도 크다”고 밝혔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후기 불연은 모두 20여기로, 이 가운데 제작 연대가 명확한 유일 사례이기도 하다. 불연 받침대 하부에 적힌 조련기(造輦記)와 시주질(施主秩)에 제작 동기, 당시 배경, 동참 시주자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재돼 있다. 문화재청은 “불영사의 알려지지 않은 승려의 계보 등을 알 수 있어 불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며 “제작 당시 온전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고 공예기술면에서도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가진 작품으로 보물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은 효종 7년(1656) 조성된 불상으로 당시 제작된 나한상 가운데 수량과 규모 면에서 가장 많고 크다. 이들은 모두 송광사 나한전에 봉안돼 있으며 석가여래좌상을 본존으로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이 협시하는 석가여래삼존상, 십육나한상, 좌우 제석, 좌우 장군 등을 포함해 모두 526구의 존상이 있다. 당시 유행했던 목조, 소조, 채색 기법도 두루 사용됐다. 나한상과 동자상이 일체형으로 제작된 것도 눈 여겨볼 만하다.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작가의 재치와 개성, 창의성이 잘 드러났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17세기 뛰어난 조각승으로 알려진 무염 스님 통솔 아래 30여명 조각승들이 분담해 제작했다. 참여했던 조각승들은 ‘무염·승일파’ ‘현진·청헌파’ ‘수연파’ 소속으로 당시 완주 송광사 나한전 불사의 중요성과 위상을 가늠케 한다. 문화재청은 “송광사를 본산으로 활약했던 조각승들의 활동체계와 제작태도, 경향 등을 밝힐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조선 후기 불교조각사에 있어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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