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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호 노동자 추모기도회…“일하다 죽는 비극 없어져야”

  • 사회
  • 입력 2021.06.01 18:51
  • 수정 2021.06.02 08:23
  • 호수 1588
  • 댓글 0

조계종 사노위, 6월1일 평택 빈소서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촉구도

6월1일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안, 이선호 노동자의 넋을 기리는 스님들의 염불이 시작되자 고인의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선호를 위해 끝까지 힘내겠다”고 담담히 말하던 그였지만 한번 터져 나오는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날 ‘고 이선호 노동자 추모기도회’를 열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추모기도회는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사회노동위원 혜찬·도철·동신·서원·현성 스님, 유가족, 고인의 지인 및 친구 등이 참석해 40여분간 진행됐다.

고 이선호 노동자는 4월22일 상부 지시에 의해 컨테이너 청소 작업 하다 300kg 철강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그는 2019년 12월부터 아버지 이재훈씨를 따라 용돈을 벌기위해 평택항 하청업체 소속으로 동식물 검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원래 업무와 무관하게 이선호 노동자에게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 위 나뭇조각을 주우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나뭇조각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인 그를 미처 보지 못한 지게차가 왼쪽 컨테이너 벽을 밀었다. 그 충격으로 오른쪽 컨테이너 벽이 접히면서 300kg에 달하는 철판이 그를 덮쳤다. 이선호씨는 안전교육이나 장비 없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사고현장에는 안전관리자조차 없었다.

이날 추모기도회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동시에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이재훈씨는 “우리 아들 선호의 극락왕생을 빌어주기 위해 멀리서 한걸음에 와주신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과정이 순탄하지 않겠지만, 제 아이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와 불합리한 채용관계 개선을 위해 남은 생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도의식에 앞서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생전 이선호 청년 노동자는 정직하고 성실한 성격에 주위 사람들에게 늘 나눔을 실천하던 꿈 많던 대학생이었다”며 “군 제대 후 학비와 용돈을 손수 벌어 부모님 짐을 덜어드리려 일하다 황망한 죽음을 맞이한 그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추모했다.

스님은 이어 “이군의 죽음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고용구조 속에서 안전교육, 부실한 현장관리, 허술한 규제와 이 모든 것을 알고 법을 개선하지 않는 국회, 정부가 만들어낸 사회적 죽음”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납득할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이 만들어져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고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오길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올해 1~3월 여전히 238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마저도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3년까지 적용이 유예됐다. 그러나 산재 사망사고의 80%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김기홍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선호 노동자는 41일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들 비극적인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이 이선호 노동자의 아버지 이재훈씨를 위로하고 있다.

평택=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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