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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마저 멈춰 세운 코로나

코로나19 이전 세계를 마음껏 여행하던 때, 동남아시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스님들의 ‘탁발’ 행렬이다. 동이 틀 무렵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발우를 가슴에 안고 시선을 고정한 채 침묵을 지키며 맨발로 단정하게 줄 맞춰 탁발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스러워 신심이 절로 났다.

탁발로 유명한 장소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넘쳐났다. 우리 또한 동남아시아 여행상품에는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지순례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도 탁발 행렬 참관이 빠지지 않았다. 불자들 중에는 탁발 행렬의 평화로움과 감동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불교국가를 찾는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탁발(托鉢)은 스님들이 재가불자들의 공양과 보시로 수행자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다. 출가수행자는 발우를 들고 마을로 나가 직접 음식 등 공양물을 얻는다. 이는 단순한 구걸이 아닌 하나의 수행이다. 탁발을 통해 아집과 아만을 내려놓고 무욕과 무소유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보시하는 이에게 공덕을 쌓게 해주는 복전(福田)의 역할이다. 이렇게 탁발한 공양물은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고 동료 수행자와 평등하게 배분하고 가난한 이들과도 나눈다.

탁발은 부처님 당시부터 이어져 온 불가의 전통이지만 한국불교에서는 1964년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상좌부불교에서는 부처님 당시부터 지켜오던 탁발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는 스님들의 탁발 행렬마저 멈춰 세웠다. 5인 이상 집합금지는 물론 마을간 이동마저 제한됐기 때문이다. 탁발에 의지해 생활하는 상좌부불교 스님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BWC아동센터를 운영 중인 로터스월드에 의해 전해졌다. BWC아동센터 관계자와 학생들은 4월26일 캄보디아의 부처님오신날인 베삭을 맞아 공양을 올리려 인근 사찰을 찾았다가 스님들의 어려움을 보게 됐다. 탁발은 물론 불자들이 공양을 가지고 절에 오는 것 또한 감염의 우려로 전부 차단됐다. 스님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로터스월드가 미얀마와 라오스지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도 캄보디아와 다르지 않았다.

로터스월드는 지난 한 달 부족하지만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지부 인근 사찰 16곳에 쌀과 라면 등을 전달했고, 형편이 되는 대로 계속해 지원할 계획이다. 스님들을 돕기 위한 별도의 계좌도 개설해 모연에 나설 계획이다.

김현태 기자

우리 역시 코로나로 더할 나위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불제자로서 상좌부불교 스님들의 어려움을 모른 채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위기에 빠진 동남아 불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불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은 불교에서 비롯된 용어다. 다른 스님을 위해 자신의 발우에서 한 숟가락씩 덜어주는 것을 뜻한다. 동남아 불교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십시일반의 자비심을 내는 일이다.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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