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 영천 은해사 심검당

기자명 법상 스님

올바른 믿음 발심할 때 깨달음 성취

송나라 고봉원묘 스님의 선시
도를 이루고자 수행하게 되면
마음 깨어있어 변심 없게 돼

영천 은해사 심검당 / 글씨 서암홍근(西庵鴻根 1914~2003) 스님.
영천 은해사 심검당 / 글씨 서암홍근(西庵鴻根 1914~2003) 스님.

學道如初不變心 千魔萬難愈惺惺
학도여초불변심 천마만난유성성 
直須敲出虛空髓 拔卻金剛腦後釘
직수고출허공수 발각금강뇌후정
突出眼睛全體露 山下大地是空華
돌출안정전체로 산하대지시공화

도를 배우려고 한다면 처음의 마음이 변치 않아야/ 온갖 마장과 갖가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 성성하리라./ 곧바로 모름지기 허공의 골수를 두드려 빼내고/ 금강신장(金剛神將)의 뒤통수에 박힌 못을 뽑아 버려라./ 안구가 돌출하여 전체가 드러나면/ 산하대지가 바로 허공의 꽃이로다.

송대 고봉원묘(高峰原妙 1238~1295) 스님의 선시(禪詩)이며 ‘고봉원묘선사어록’ 제2권에 실려 있다. 주련에는 불변심(不變心)이나 원문에는 막변심(莫變心)이다.

학도라는 표현은 불도를 배우고 익히는 것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참선학도를 줄여서 표현했으며 참학이라고도 한다. ‘참선하는 학인은’ 이란 표현이다. 도를 구하는 학인은 처음 먹었던 그 마음이 요지부동해야 한다. 신라시대 고승 의상(義湘 625~702) 조사의 ‘법성게’에도 ‘초발심시변정각’이라고 하여 처음 올바른 믿음을 발심할 때 바른 깨달음을 성취한다고 하였다.

천마(天魔)는 사마(四魔)의 하나로 욕계 제육천(第六天)에 사는 마왕과 그 일속을 말한다. 불법과 수행과 사람이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하며 이를 천자마 또는 파순이라고 한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마지막으로 파순의 방해를 물리치시고 부처를 이루셨다. 사마는 불도를 이룸에 있어서 방해의 요소가 되는 네 가지를 말하는데, 바로 오온마, 번뇌마, 사마, 천자마다.

만난은 천고만난(千苦萬難)이라고 하여 천 가지 괴로움과 만 가지 어려움을 말하기에 온갖 고난을 모두 말하는 것이다. 성성(惺惺)에서 성(惺)은 슬기롭다, 고요하다, 이러한 뜻이다. 도를 이루고자 수행함에 온갖 시련이 닥칠지라도 여기에 굴하지 아니하고 마음이 깨어 있어서 늘 고요하기에 변심이 없게 되는 것이다. 

직수는 ‘머뭇거림 없이’라는 표현이다. 여기서는 허공에 있는 골수를 두드려서 빼내라고 하였으니 이는 수행자가 가져야 할 올바른 수행관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마음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그 마음을 보는 것을 견성(見性)이라고 하듯이 수행자는 무(無)에서 유(有)를 끌어내어 이를 다시 무(無)로 돌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허공은 수행자가 노니는 공간일 수도 있으며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허허로움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허공이라는 것은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광대무변하기에 가끔 허공에 비유하기도 하고 그 어디에도 구속됨이 없기에 백운(白雲)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골수(骨髓)는 무엇인가? 망심이 아닌 진심이 바로 골수가 되는 것이다. 

금강신(金剛神)은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의 하나로 우람한 근육질에 전신을 드러내고 허리에만 옷을 걸친 모습으로 나타낸다. 그 힘이 굉장하기에 금강역사(金剛力士)라고 한다. 이렇게 무서운(?) 신장의 뒤통수에 박힌 못을 뽑아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용맹심을 말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주련의 구절은 기둥 수에 맞추기 위하여 고봉 스님이 저술한 ‘선요’의 시중(示衆) 가운데 일곱 번째 게송을 인용했다. 안구가 툭 튀어나온다고 하는 것은 안목이 트이는 것을 말한다. 전체가 드러난다는 것은 실체를 바로 보게 된다는 표현이다. 형상에 집착하여 법을 구하려고 한다면 본성을 등지게 된다. 이를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고 하였다. 고로 알라. 미혹한 망상을 모두 버려야 비로소 본성을 볼 수 있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