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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익산 숭림사(崇林寺) 우화루(羽化樓)

기자명 법상 스님

팔만사천 가르침 모두 부처님 마음에서

진호석연 스님 편찬한  ‘석문의범’
청허유정 스님 문집 ‘청허집’ 발췌
부처님 말씀은 지금까지 이어져와
불교는 마음 벗어나면 존재 안 해

익산 숭림사(崇林寺) 우화루(羽化樓).
익산 숭림사(崇林寺) 우화루(羽化樓).

鶴樹潛輝示寂滅 金剛舍利放光明
학수잠휘시적멸 금강사리방광명
八千經卷胸中出 百億乾坤足下藏
팔천경권흉중출 백억건곤족하장

부처님께서 학수에서 열반에 드시어 적멸을 보이시니/ 금강과 같은 사리가 광명을 발하도다./ 팔만사천 경전은 마음으로부터 나왔으며/ 백천만억의 세상은 발밑에 숨어 있다.

이 게송은 ‘범음산보집’이나 진호석연(震湖錫淵) 스님이 편찬한 ‘석문의범’의 불사리이운(佛舍利移運)편 사리게(舍利偈) 가운데 일부를 취하여 문장으로 삼았다. 익산 숭림사를 비롯해 공주 갑사, 서울 법성사 등에도 걸려 있지만 아쉽게도 주련의 순서는 제각각이다. 이를 바로 잡으면 다음과 같이 걸어야 한다. 

鶴樹潛輝示寂滅-金剛舍利放光明-百億乾坤足下藏-八千經卷胸中出

학수는 사라수를 중국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은 두 그루의 사라 나무 아래에서 열반에 드셨기에 사라쌍수라 하고 이를 중국 사람들은 학수쌍존이라 한다. 학수라는 표현은 왜 생겼을까? 부처님께서 북인도 구시라성 서북쪽으로 흐르는 발제하 언덕 위 두 그루 사라 나무 아래에서 열반에 드시자 주변의 나무들도 부처님의 열반을 애통하게 여겨서 그 숲이 모두 하얗게 변했다고 하여 이를 학(鶴)에 비유해 학림(鶴林)이라 한다.

잠휘에서 잠은 ‘잠기다’라는 표현이고 휘는 ‘광채를 발한다’라는 뜻이다. 고로 ‘빛이 잠기다’라는 표현이므로 열반을 말하는 것이다. 적멸(寂滅)은 번뇌의 세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산스크리트어 ‘nirvana’의 열반을 의역한 표현이다. 이는 불교가 지향하는 것으로 생사를 벗어난 이상적인 경계이기도 하다. 적멸 외에도 원적, 멸도, 무위, 해탈, 자재, 안락, 불생불멸 등도 거의 같은 표현이다.

금강은 몹시 단단해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것을 비유하기에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도 있고, 영원하다는 의미도 있다. 사리는 산스크리트어의 ‘sarira’를 음사한 표현이며 이는 부처님의 육신을 화장하고 난 후 고체(固體)인 유골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사리를 폭넓게 적용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법신에 비유해 법신사리라고 한다. 여기서 ‘금강사리’는 곧 부처님의 말씀을 격조 높게 표현한 것이다. 방광명은 ‘광명을 발한다’라는 뜻으로 부처님 말씀이 지금도 이어진다는 비유다. 여기서 방은 곧 설법을 말함이다. 

팔천경권흉중출(八千經卷胸中出), 이 게송은 청허휴정(淸虛休靜, 서산대사 1520~1604) 스님의 문집인 ‘청허집’에 나오는 원교송 일부를 발췌해 문장으로 삼았다. 팔천경권은 팔만사천법문을 말하는 것으로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인 교법을 이르는 표현이다.

흉중은 가슴속의 생각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심중(心中)이라는 표현으로 쓰였다. 팔만사천의 가르침이 모두 부처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으니 이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 심교(心敎)라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을 심왕(心王)이라 하는 것도 모두 마음을 밑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불교는 마음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백억은 백천만억을 말하며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게 많은 수를 뜻한다. 건곤은 하늘과 땅을 말하기에 천지라고도 하나 불교에서는 시방삼세(十方三世)라는 표현으로 주로 쓰인다. 족하는 발아래이므로 모두가 그 아래에 있다는 표현이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지 못하듯 중생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감춘다, 저장하다, 품는다는 의미인 장(藏)을 더해 족하장이라 했으니 부처님 품 안이라는 뜻이다.

익산 숭림사 주련의 글씨는 미루어 짐작하건대 성당 김돈희(惺堂 金敦熙 1871~1936) 선생의 글씨로 여겨진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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