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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암당 고우 대종사, 연기로 화해 그렇게 떠나가다

  • 교계
  • 입력 2021.09.03 00:08
  • 수정 2021.09.03 18:21
  • 호수 1600
  • 댓글 0

9월2일 봉암사서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영결·다비식 봉행
무여 스님 “유지 받들어 선의 대중화·세계화에 진력할 것”
9월4일 종립선원 문경 봉암사서 초재…막재는 10월16일

봉암사 결사정신을 계승하고 한국불교 수행가풍을 되살리기 위해 헌신했던 은암당 고우 대종사의 영결식이 봉행됐다.

조계종 원로 은암당 고우 대종사 전국선원수좌회장 장의위원회(장의위원장 무여 스님)는 9월2일 오전 10시30분 조계종 종립선원인 문경 봉암사에서 ‘은암당 고우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을 봉행했다. 고우 대종사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고자 모인 스님들과 불자들의 발걸음은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영결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암사 입구에서부터 여러 차례에 걸친 발열 체크,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이 엄수된 채 봉행됐다. 법회는 명종 5타, 개식 및 삼귀의, 전 조계종 어산어장 원명 스님의 영결 법요, 행장소개에 이어 추도입정, 추모 영상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추모사, 조사, 헌화, 문도회 인사말, 사홍서원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를 비롯해 원로의장 세민, 부의장 원경, 명예원로의원 밀운, 명선, 혜승, 설정(전 총무원장), 원로의원 철웅, 원행, 자광, 전계대화상 무관,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등이 참여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도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스님들,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등이 참석했다. 전국선원수좌회에서도 장의위원장 무여 스님을 비롯해 석종사 조실 혜국,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영진, 일오, 의장 선법, 전 봉암사 주지 석곡, 함현, 안국선원장 수불, 봉암사 문경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 스님 등 수좌 스님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 이원욱 국회 정각회장, 주호영 정각회 명예회장 등이 자리했다.

축서사 조실이자 장의위원장 무여 스님은 영결사에서 “노구를 사양하시고 종횡무진으로 정법당간을 드높이고자 고구정녕 중도정견을 설파하시어 법의 안목과 선의 종지를 세우심에 그 자애로운 음색이 지금도 사부대중의 귓가에 쟁쟁하다”며 “남은 후학들은 황망한 심정으로 애도의 심지를 밝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고우 큰스님께서 보여주신 화광동진의 유지를 받들어 선의 대중화와 세계화가 이루어져 억조창생이 안심입명하는 그날까지 이 땅의 선사들은 백의단월과 더불어 무한향상의 죽비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종정 진제 대종사는 법어에서 “향상일구의 진리만이 모든 불조가 면밀히 법을 전한 바탕이며, 그러한 안목을 갖춘 자는 천불 만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하를 횡행하는 것”이라며 “ 금일 고우 대종사의 영전의 공양을 올립니다”라고 애도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깊은 애도를 표명했다. 스님은 “고우 대종사는 원근을 마다하지 않으시며 종도들에게 진정한 간화선법문을 펼쳐 주셨다”며 “그 누구보다도 간화선법의 수승함과 한국선이 지니고 있는 세계사적 가치를 찬탄하셨던 명안조사이셨다”고 밝혔다. 원로의장 세민 스님도 추모사에서 “스님의 걸림 없는 모습과 직절의 기봉과 날카로운 선지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 격외의 진수를 묻고 배워야 합니까”라며 애통한 마음을 내비쳤다.

전국선원수좌회 스님의 조사도 이어졌다.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일오 스님은 “이제 사바의 언덕에서 스님의 따뜻한 미소 다시 볼 수 없고, 스님의 정연한 법어 거듭 들을 수 없게 되었으니, 저희 사부대중들은 어디에서 안심입명의 휴헐처를 구해야 할지 혼망하기만 합니다”라며 “그럼에도 시대대중의 큰스승 고우 대종사께서 일깨워주신 만법의 쌍차쌍조함이 불이중도라는 가르침에 의거해 일심만년 오롯이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도 “스님은 늘 불교의 근본이 중도이고, 선은 중도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설하셨다”며 “화두 참선의 대중화에 한 획을 그으며 수행하신 올곧은 선승의 모습으로 오래토록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원욱 국회 정각회장, 고윤환 문경시장 등 재가자들도 조사를 통해 애도했다.

영결식 이후 은암당 고우 대종사의 법구는 봉암사 연화대로 이운됐다. 사부대중은 합장한 채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이어 스님의 법구가 안치되고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영진 스님의 “거화” 소리에 스님들이 연화대에 불을 붙였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를 외치는 사부대중의 목소리에는 비통함이 가득 묻어났다. "나무아미타불" 염불 소리가 봉암사 경내 가득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님의 연기로 화해 사바세계를 떠났다. 사부대중은 오랫동안 다비단 주변에 머물며 탄식과 눈물로 스님을 배웅했다.

고우 스님은 1937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군 복무 중 폐결핵에 걸린 스님은 생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김천 수도암으로 출가했다. 은사는 직지사 영수 스님이다. 고우 스님은 불교와 처음 인연 맺은 수도암에서 불법에 심취해 공부하니 약을 버렸음에도 병이 저절로 나았다. 청암사와 남장사 강원에서 고봉, 관응, 혼해 대강백에게 강원 교과를 이수했다. 강원을 마칠 무렵 참선에 발심해 29세 되는 해 향곡 스님이 주석한 묘관음사 길상선원에서 첫 안거를 시작했다. 고우 스님은 이후로도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며 평생 참선의 길을 걸었다.

1968년에는 문경 김룡사에서 법련, 무비, 법화, 정광, 혜규 등 10여명의 스님들과 ‘제2 봉암사 결사’의 뜻을 모았다. 직후 봉암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으며 당대 선지식인 서옹, 서암, 지유 스님을 모시고 결사 정신을 되살리고 지금의 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 태고선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1975년에는 돈오돈수를 주창한 성철 스님을 남해 용문사 염불암에서 만나 스님께 가르침을 받았다.

1980년 신군부가 10·27법난을 자행했을 당시에는 총무부장을 맡아 법난을 원만히 수습하는 등 종단을 수호했다. 1987년에는 봉화 각화사 동암에서 정진 중 ‘백척간두진일보’의 뜻을 깨쳤다. 스님은 항상 “불교의 근본이 중도이며 선은 중도를 체험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본래부처인데 중생이라 함은 착각이니 그 착각 망상을 완전히 없애 본래부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체 번뇌망상을 완전히 타파하는 ‘확철대오’가 깨달음의 기준이라 설파했다.

이후 도반 적명 스님과 함께 선납회(현 전국선원수좌회)를 창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아 참선 수행을 바르게 하고 선을 널리 전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1987년에는 ‘제1회 선화자법회’를 주도해 선풍 진작에 힘을 쏟았다. 이후 ‘조계종 수행의 길, 간화선’을 편찬해 화두 참선의 현대적 지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봉화 금봉암을 창건,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에 추대됐으며 대종사 품계를 받았다. 2011년에는 조계종 한국문화연수원이 주최한 ‘간화선과 위빠사나 국제연찬회’에 참석해 미얀마 파옥 스님과 2박3일간 문답을 주고받았으며 2012년에는 조계사 선림원 증명법사에 추대돼 불교인재원과 더불어 서울 도심에서 재가자들에게 중도 정견과 화두 참선을 안내했다.

스님은 평소 참선 수련과 법문에만 매진했으며 특히 제방에서 선 법문 요청이 오면 원근을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80세에 이르자 스님은 이제는 은퇴할 때라며 일체 대중을 만나지 않았으며 손수 빨래를 하는 등 소욕지족으로 살았다. 가까운 이들이 안부를 여쭈면 “폐결핵으로 죽으러 절에 왔는데 불교를 만나 병도 낫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다”며 “아무런 여한이 없다. 혹 누가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전해라”라고 했던 것으로 전한다.

결국 스님은 8월29일 오후 3시30분 문경 봉암사서 세납 85세, 법랍 60세에 홀연히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고우 대종사의 49재는 9월4일 봉암사에서 초재를 봉행한다. 이어 9월11일 봉화 금봉암, 9월18일 충주 석종사, 9월25일 공주 학림사, 10월2일 봉화 축서사, 10월9일 고양 흥국사에서 봉행된다. 막재는 10월16일 봉암사에서 봉행된다.

문경=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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