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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새 불교박사 21명 탄생…‘인물’ ‘문화유산’ 연구 강세

  • 학술·문화재
  • 입력 2021.09.06 13:44
  • 수정 2021.09.06 14:32
  • 호수 1600
  • 댓글 0

동국대 10명, 동방문화대 4명, 금강대·경북대 등 각 1명씩
선승 수행관 연구 다수…순수 교학, 명상·심리분야는 감소
판소리 사설 해석부터 근대 유학승까지 다양한 연구 눈길  

올 하반기 21명의 새로운 불교박사가 탄생했다. 법보신문 조사결과 2021학년도 하반기 불교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는 9월초 현재 2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별로는 동국대가 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방문화대학원대가 4명, 금강대·경북대·경주대·대구한의대·부경대·아주대·홍익대가 각각 1명이었다. 이를 분야별로 나누면 인물(6), 불교미술(3), 의례(3), 신앙(3), 명상(3), 심리(1), 음악(1), 불교행정(1) 관련 순이었다. 

인물에 집중한 논문은 모두 6건이었다. 이 가운데 문헌을 통해 선승(禪僧)의 수행관을 조명한 연구가 다수였다. 시대 범위도 8세기 당나라 하택신회 스님부터 근대 유학승까지 다양했다.

혜안 스님(이해영)은 일본 초기 법상종을 대표하고 남사인 원흥사의 대성기를 이룬 호명 스님(750~834)의 유일한 현존본인 ‘대승법상연신장’을 문헌학적 방법과 사상적 방법으로 구분해 탐색했다. 간본과 사본 중 7본의 교감사항을 총괄한 이후 각각 텍스트에 내재돼 있는 문제를 교정해 갔다. 특히 호명 스님의 사상이 당시 일본 법상종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았던 원인은 신라 불교와 제종(諸宗)들 영향 아래 다면적이고 자유로운 사상 경향을 가졌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진본 스님(하영수)은 수선사 2세 사주로서 보조 지눌 스님에 이어 고려에 간화선을 확고히 정착시킨 무의자 혜심 스님(慧諶, 1178~1234)의 대표 저술 ‘선문염송집’을 집중 고찰했다. 옛 화두 1225칙에 대한 여러 선사의 요어를 30권으로 집성한 공안집 ‘선문염송집’을 편찬한 의도를 밝히고, 고칙·착어에 사용된 선승의 인명과 중국 오가칠종 선승의 활용도를 분석해 한국 선종의 흐름을 파악했다.

명준 스님(엄미경)은 중국 원대 선승 고봉 원묘 스님(1238~1295)의 법문을 모아 간행한 ‘고봉화상선요’가 선종은 물론 한국 간화선 수행 지침서로 알려져 있지만 그간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조선 백파 긍선 스님(1767~1852)의 ‘선요기’를 통해 ‘고봉화상선요’에 담긴 사상적 체계를 집중 조명했다. 또 ‘선요기’에 담긴 주요 개념을 탐색해 백파 긍선 스님의 관점을 해석하고자 했다. 

김경의 박사는 하이데거의 철학과 신회의 선사상을 ‘상에 대한 비판’과 ‘해제적 사유’라고 파악했다. 두 인물은 무와 무념에 대해 상(相)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무와 무념을 전회성·자연성·본유성·통일성·체용성·일상성 개념 아래 촘촘히 검토했다. 또 두 인물의 차이는 ‘언어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하이데거는 존재 사유에 있어 언어를 부정하고 신회는 언어를 긍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수 박사는 20세기 초 본격화된 한국 스님의 해외유학 사례를 수집해, 당시 유학승들이 가졌던 시대인식을 탐색했다. 1910~1945년 근대기 유학승 536명이 작성한 1936편 글을 발굴해 유학승의 글쓰기는 식민지 조국 현실을 극복하고 한국불교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했던 열망의 발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문·수필·희곡·논문·교학·찬불가 등 다양한 글쓰기 가운데 기행문, 논설문에 초점을 맞춰 유학승들이 가졌던 문제 의식을 심층적으로 밝혔다.

거성 스님(신동호)은 천태종 중창조이자 총본산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원각 대조사(1911~1974)의 가르침을 ‘녹취록’을 중심으로 탐색했다. ‘녹취록’에 담긴 상월 스님의 육성 설법을 비롯해 스님의 가르침을 직접 체험한 출·재가자들의 구술 기록을 통해 상월 스님의 행적과 사상을 조명하고자 했다.

불교 문화유산과 관련한 논문은 모두 6편이었다. 이 가운데 불상·불화·불단 등 유형유산을 다룬 연구와 생전예수재·영산재·칠칠재(49재) 등 무형유산을 다룬 논문이 각각 3편이었다. 

유대호 박사는 조선후기 명부 존상 90여건과 관련한 기록을 분석해, 명부전 건립·명부 존상 조상이 17세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이유가 ‘시왕경’ ‘예수재 의식집’ 간행의 급증, 예수재의 유행과 관련함을 밝혔다. 또 명부 존상의 도상적·양식적 접근을 통해 17세기 활동한 조각승의 특징을 계보별로 유형화했다.  

양선희 박사는 2017년부터 제작해 온 본인의 채색화 작품 ‘비로자나 정토’ ‘꿈과 구도의 순례’가 화엄법계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양 박사는 작품의 도상을 조선 후기 제작된 수미단 20기와 불화·벽화 10기에서 추출했다고 설명하며, 이는 십바라밀의 실행과 현실적 염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현 스님(염중섭)은 신앙과 사상을 중심으로 고려불화 ‘지장보살도’에 담긴 도상의 의미를 해석했다. 지장신앙이 한반도로 유입된 시기부터 고려불화로 전개되는 양상을 통시적으로 살핀 후, 현존하는 지장보살 관련 고려불화 41점을 분석했다. 특히 자현 스님은 사자(獅子)가 표현된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4점에 대해 기존에 알려진 ‘금색 털의 사자(金毛獅子)’가 아닌 그냥 사자일 뿐임을 유물을 통해 논증했다.   

자운 스님(박희철)은 생전예수재의 설행 양상을 점검하고, 재의식에서 사용된 불화들을 연구했다. 자운 스님은 그간의 불화 연구는 미술사 관점에 한정돼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생전예수재가 열리는 설행 현장을 찾아 설치된 불화의 종류와 양식을 면밀히 기록하고, 재차와 작법에 담긴 의미를 파악했다. 또 종단별 비교를 위해 조계종 봉은사, 태고종 청련사, 천태종 구인사의 생전예수재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도경 스님(이연경)은 칠칠재 현황을 분석해 재의식에 담긴 절차와 구성을 검토했다. 이어 현재 설행되고 있는 칠칠재가 불교 고유 사후세계관이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는지 검토한 후, 어떻게 설행돼야 바람직한 지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수 스님(진광희)은 영산재 절차에 내재된 장엄 미학과 상징성을 고찰했다. 정수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장면을 의례화한 영산재에 자비를 기반으로 한 불심의 표현이 곳곳에 함축돼 있다고 강조하며, 장엄 미학에 담긴 상징성을 밝혔다. 또 영산재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 가상체험 현실 프로그램 등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앙을 다룬 논문은 3편이었다. 신앙의 전개 양상을 시대별로 분석해 역사 흐름을 탐색한 논문이 2편, 기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신앙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 논문이 1편이었다.

이경란 박사는 신라부터 조선까지 전개된 지장신앙의 변천사를 통해 한국 지장신앙의 시대별 특징을 소개했다. 삼계교를 경험한 원광 스님으로부터 시작된 신라 지장신앙은 고려시대 ‘지장경’이 유포된 이후 점차 타력신앙으로 변화됐고 신라의 점찰법회도 추선과 치병을 위한 기복성을 띠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선 전기에는 효 사상과 맞물려 지장신앙이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고 왕실 후원을 중심으로 망자의 명복을 위한 지장 계열 경전 편찬도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양란 이후 지장신앙은 피폐해진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불교계 노력으로 민속신앙과 습합하기 시작했고 민간 성격을 띠게 됐으며 명부세계를 관장하는 지장보살 이미지로 정형화됐다고 봤다. 

고산 스님(강심흔)은 ‘한국불교의 산신신앙과 지장신앙 연구’를 통해 신앙의 독자적 면모가 형성된 시기가 통일신라시대 이후부터라 설명하며, 산신신앙과 지장신앙의 융합·변용 역사와 의례화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 두 신앙은 ‘산’을 매개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접근하며 산신은 현실세계의 중생에게 복을, 지장은 사후세계에 있는 중생의 구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의례로 정착할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신앙 체계를 밝히고자 시도 했다. 

천윤성 박사는 관음 기도의 실효성을 검증하고자 집중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재가불자 34명 가운데 실험집단 17명에게 기도집중수행 프로그램을, 통제집단 17명에게 평상시 해왔던 기도를 7일간 매일 1시간씩 진행하게 했다. 이후 56개 문항이 담긴 검사지를 통해 프로그램 진행 전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제시했다.  

명상을 다룬 논문은 3편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대폭 감소한 수치다. 사고·정서·신체감각 등 효과적 자기조절 능력 향상을 위한 마음챙김(알아차림, sati)을 다룬 연구는 증가했지만 불교 성격은 점차 옅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의숙 박사의 ‘사념처 수행의 문헌사적 변천 연구’는 주목할 만 하다. 강 박사는 서구권에서 역수입되고 있는 명상 프로그램들이 본래적 취지를 살려내고 있는가를 검토하고자 초기불교 명상을 대표하는 주요 개념을 꼼꼼히 탐색했다. 또 시대별로 등장한 사념처 관련 주요 문헌을 개관해 명상의 실천 양상과 방식, 교리와의 연관성을 밝혔다. 특히 ‘빠띠삼비다막가’에 나오는 의지적 노력을 거두고 스스로 거리를 뒀을 때 드러나는 호흡과 ‘청정도론’의 16단계 호흡에서 이뤄지는 사념처가 사띠의 원래 의미에 충실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명상의 의미와 의의를 환기 시키고자 노력했다. 

김경선 박사는 ‘불교상담치료에 관한 연구’를 통해 서구의 정신의학적 치료가 인간 실존에서 유래되는 고통의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대안으로서 불교 철학적 치료를 제시했다. 김 박사는 원시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치료 방식을 죽음의 공포, 애착·탐욕, 교화, 무지, 거짓말, 장애, 불효, 원한, 가치관 혼란에 대한 교화로 사례를 유형화해 인지적 깨달음을 강조했다. 또 효과적 명상 치료를 위해선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전환시킬 인지적 깨달음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인 박사도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를 위해서는 무아의 통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세 집단(마음챙김 명상집단·집중 명상집단·무처치 통제집단)에게 8주에 걸친 프로그램을 진행해 마음챙김 명상의 고유한 효과를 검증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마음챙김 명상과 무아의 통찰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불교 경전에 나타난 행동을 심리학으로 조명한 논문도 있었다. 정영미 박사는 ‘법화경’에 등장하는 상불경보살, 약왕보살, 관세음보살, 보현보살의 보살행이 ‘자기실현’의 과정이라 정의한 후, 경전에 나타난 이들의 실천을 융, 매슬로, 로저스의 심리학으로 풀어냈다. 정 박사는 법화보살은 오종행과 더불어 각자만의 자기실현을 위한 과정을 거치고, 상불경보살은 불성예배로, 약왕보살은 소신공양으로,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보현보살은 수호자로 자기실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소리 사설에 담긴 불교 사상을 분석한 연구도 흥미롭다. 이지선 박사는 ‘심청가’ 사설의 장면묘사에 내재된 불교사상 다각도로 탐색했다. 장면에 담긴 효행과 보시바라밀 사상, 불전과의 연계성 등을 다각도로 조명했으며 심청이 벌인 잔치에 참석한 모든 맹인이 눈을 뜨는 장면은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길 바라는 불교 사상에 근원을 둔 묘사라고 설명했다.

전통사찰 관련 법률을 보완한 연구도 있었다. ‘전통사찰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2항에 따라 지정되는 전통사찰 지정방법에 대해 이상국 박사는 심사자의 주관적 기준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팔공산 은해사 산내암자 등 여러 전통사찰 지정을 위해선 현행의 4분류 가치 규정을 10단계로 구체화,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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