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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사대부 관점서 왜곡된 ‘한양불교’ 실상 밝힌다

  • 교학
  • 입력 2021.10.21 10:48
  • 수정 2021.10.21 11:46
  • 호수 1606
  • 댓글 1

10월2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서 개최
선교양종 정책부터 내불당, 능침사원, 정업원까지 집중 탐색
한양천도 627주년 기념문화제도…장윤정·박현빈 등 다수 출연

호암산 호압사는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삼성산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창건한 비보사찰이다.
호암산 호압사는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삼성산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창건한 비보사찰이다.

‘숭유억불’이라는 단어에 묻혀 그간 부정적 면모만 부각돼 왔던 조선불교. 신진 성리학자들이 조선 건국을 주도했고, 사상과 문화의 근간이던 불교는 하루아침에 척결해야할 대상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정도전, 조준 등 사대부가 한양천도를 강력하게 반대할 때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합심해 새로운 도읍지로 서울을 택했고, 건국 이후로도 불교는 가장 중요한 신앙이자 수행으로 남아 왕실·양반·백성과 함께 했다.

신진사대부 관점에서 왜곡된 조선 전기 불교사를 바로 잡고 서울 속 불교문화를 되찾아가는 자리가 마련됐다. 호암산 호압사(주지 우봉 스님)가 10월29일 오후 1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의 개회사,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치사로 열리는 이날 학술대회는 ‘한양과 조선 전기 불교’를 주제로 5명의 연구자가 나서 당시 불교계를 다각도로 탐색한다.

첫 발표는 황인규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여말선초 불교계와 한양불교’이다. 고려말에 이르러 불교계 보수화로 승정 문란과 사원 비대화가 일어났으나, 황 교수는 “이러한 가운데 스스로 쇄신 운동을 펼치며 자정에 나선 불교계 4종파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들이 여말선초 불교계를 혁신으로 이끈 주역이고, 한양을 중심으로 불교계의 새로운 판을 설계하고자 했으며, 조선 건국 사업에 동참했고, 국도 한양 전도(奠都)에도 앞장섰다고 분석하며, 여말선초 불교사에 대한 인식 전환을 시도할 예정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는 ‘조선전기 본산 사찰과 불교계’를 발표한다. 세종 6년, 불교 종파들은 선종과 교종으로 통폐합된다. 김 교수는 조선을 건국한 주체 세력이 매우 이른 시기부터 불교 종단을 축소하고자 했으며 ‘선교 양종’(禪敎兩宗)이 그 결과물이라 설명한다. 이어 통폐합 정책을 통해 태종~세종 연간 진행된 폐불 조치와 선교 양종이 지닌 의도를 분석하고, 불교사적 의의를 규명한다. 김 교수는 또 조선전기 수사찰을 통해 당시 한양 사찰이 지녔던 의미를 파악한다. 여기서 수사찰은 흥천사와 봉은사다. 김 교수는 “흥천사는 선종도회소(禪宗都會所)였고, 봉은사는 선종수사찰로서 사격을 지녔었다”면서 “조선 전기 두 사찰을 살펴 불교적 위상을 알아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궁궐 안에 있던 불당(내원당)을 통해 조선 전기 왕실 불교를 탐색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양혜원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조선전기 궁궐사찰과 왕실불교’를 주제로 내원당의 역할과 그 의미에 대해 조명한다. 내원당은 궐내 불교 신행의 장이였다. 왕실을 위한 기도가 이뤄졌고, 왕이 의지하던 스님이 머물렀다. 하지만 내원당은 치폐를 반복하며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양 연구원은 이날 내원당의 굴곡진 역사를 소개하며 조선전기 왕실 불교신앙은 물론 내원당 치폐의 의미까지 고찰해볼 예정이다.

궁궐 바깥에 세워진 능침사찰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을까. 탁효정 순천대 연구교수는 ‘조선전기 왕실과 능침사찰’을 통해 사찰을 설치한 조선 전기 왕실의 배경을 추적한다. 조선에는 50개 왕릉이 있었고, 이 왕릉에 62개의 사찰이 배속됐다. 이 가운데 조선 전기 서울에 설치된 사찰은 모두 3곳. 정릉의 흥천사, 경릉·창릉의 정인사, 선릉·정릉의 봉은사이다. 탁 교수는 세 사찰이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중창됐다고 분석하며, 능침사찰을 추진했던 각 왕실의 의도를 파악한다.

‘조선전기 정업원과 비구니 도량’에 대한 연구도 주목된다.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왕실 비구니 도량과 한양 도성 안팎의 비구니 사찰에 대한 연구 현황을 체계화한다. 이를 통해 비구니 스님에 대한 국가권력의 태도와 관리 방식을 소개한다. 이어 스님들의 활동과 도량의 기능에서 보이는 특징을 정리해 당시 비구니 승가는 어떤 종교성을 가졌는지 섬세하게 분석본다.

사회는 김광식 동국대 특임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한기문 경북대 사학과 교수, 이종수 순천대 사학과 교수, 이병희 한국교원대 역사학과 교수, 손성필 조선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이기운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나선다. 주제 발표가 끝난 후 황인규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진행되며,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의 총평으로 학술대회는 마무리된다.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이 지난해 11월7일 열린 ‘2020 호압사 한양천도 기념 문화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 한양도성과 불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며, 서울 속 불교문화 정립에 앞장서온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불교가 소멸했다고 오해하고 역사서에도 잘못 서술돼 있지만, 종교나 문화는 그렇게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 없다”면서 “서울이 산과 강, 교통이 어우러진 완벽한 장소에 터전을 잡은 건 무학대사 역할이 크고, 불교는 조선시대에도 왕실과 양반, 그리고 민중 속에서 면면히 살아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학술대회로 열어 국민들의 역사적 지평을 넓히고 서울의 불교문화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데에도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 하루 전날인 10월28일 오후 5시부터는 ‘한양천도 기념문화제’가 열린다. 우봉 스님은 이날이 627주년 ‘서울의 생일’이라고 전하며, “서울시의 생일 잔치를 열 수 있는 주체가 이씨 왕조와 사대부, 그리고 불교계라고 생각하는데, 이씨 왕조와 유학자는 사라졌고 불교계가 남아 있으니 행정 주체인 서울시와 불교계가 힘을 모아 서울의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장윤정, 박현빈, 윙크, 설하윤, 전통예술공연단 타투, 춤 짓는 사람들 우직컴퍼티, 전태원, 오리엔탈쇼커스가 출연한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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