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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천도에 담긴 불교계 노력 간과해선 안돼”

  • 교학
  • 입력 2021.10.29 20:58
  • 수정 2021.10.30 14:38
  • 호수 1607
  • 댓글 3

10월29일, 제3회 호압사 학술대회 개최
‘한양과 조선불교’ 알리는 주지 우봉 스님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개국 2년 만에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누가 한양 천도를 기획했고, 어떤 이념으로 도시를 설계했는지에 대해 이견이 많다. 정도전을 중심으로 성리학자들이 주도했다는 시각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무학 스님을 중심으로 불교계 역할이 컸다는 견해가 있다. 

‘한양과 조선불교-조선전기 한양의 사찰과 불교’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10월2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2016년과 2020년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학술대회다. ‘한양과 조선불교’를 연구하고 있는 우봉 스님은 이날 주제 발표에 앞서 “신진사대부 관점에서 왜곡된 조선 불교사를 바로잡아 국민들에게 올바른 사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봉 스님이 한양 불교에 관심을 갖게된 건 우연히 보게 된 공중파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그날 토론자로 나선 한 대학교수가 “한양 천도에 무학대사의 역할은 사실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발언을 들은 스님은 ‘가만히 있다간 세종을 도와 한글창제에 앞장섰던 신미 스님처럼 무학 스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다’고 생각했다. 

천도와 관련한 문헌과 논문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니 TV에 나왔던 그 교수처럼 주장하는 학자가 한두 명이 아니란 걸 알게됐다. 모두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고 있었다. 성리학적 유교사관으로 기록된 숭유억불 시각에서 역사를 판단하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스님이 한양천도 학술대회를 추진하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부터가 문제더라고요. 조선 개국에 대한 설명이 한 페이지도 되지 않으니 하늘에서 나라가 뚝 떨어졌다 생각하는거죠. 종교나 문화는 그렇게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 없어요. 조선을 세운 3대 주체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필두로 한 신진사대부, 그리고 무학대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계가 있었습니다. 이성계와 제휴했던 불교계는 고려말 개경불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 불교계와는 결이 달랐던 세력들이었죠.”

한양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설계하고자 했던 불교계가 왕조와 뜻을 함께하며 건국 사업에 동참했고, 무학 스님이 한양천도에 있어 불교계를 대표한 핵심축이었다는 사실도 조금씩 밝혀졌다.

“서울은 철저한 계획도시였습니다. 물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북동풍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모든 것을 고민한 장소예요. 산과 강이 잘 어우러져 있고 국내외 교통 인프라까지 갖춘 천혜의 수도죠.”

우봉 스님은 ‘한양과 조선불교’ 연구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21세기 도시 철학을 새롭게 정립하고, 한양에 대한 역사 지평을 넓혀 서울의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더구나 스님의 취지에 공감한 서울시가 연구를 지원해 이번 행사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스님은 서울시와 함께 한양을 천도한 날을 기리고 이를 조명할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은 분명한 생일이 있어요. 1934년 10월28일이죠. 올해는 한양천도 627주년입니다. 이 생일 잔치를 열 수 있는 주체는 천도를 이끌었던 이씨 왕조와 사대부, 그리고 불교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씨 왕조와 유학자는 사라졌고, 불교계가 남아 있죠. 그러니 행정 주체인 서울시와 불교계가 힘을 모아 생일을 축하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 궁궐과 한성부 주요 시설이 위치했던 강북 중앙으로는 낙산·인왕산·남산·북악산이 있다. 이 산들 사이로는 한강이 동에서 서로 흐른다. 스님은 끝으로 “한양이 수도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있었다”며 “이들의 피와 땀, 눈물을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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