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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산 봉국사’ 오색찬란 문화제로 늦가을 수놓다

  • 문화
  • 입력 2021.11.14 13:00
  • 수정 2021.11.15 11:42
  • 호수 1610
  • 댓글 0

성남 봉국사, 대중과 함께한 ‘효사랑문화제’
11월13일, 방역패스 지참한 499명만 관람

“가례를 앞두고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이냐. 여봐라, 영장산에 봉국사를 중창하여 명선, 명혜의 넋을 달래고 가여운 두 공주의 명복을 비는 천도재를 봉행토록 하라. 내 이로써 부모와 자식 간의 효를 다하는 사랑의 표본으로 삼고자 함이니라.”

어둠이 짙게 내려앉자 울긋불긋한 조명이 영장산 봉국사를 환히 밝혔다. 무대에 오른 조선 현종 등 배우들의 열연에 사람들은 추위도 잊은채 ‘봉국사 창건설화 노래극’에 몰입했다. 

성남 봉국사(주지 혜일 스님)가 2년 만에 다시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백신 접종증명서나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확인자만 입장할 수 있었다. 객석은 고정된 자리에만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고 함성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금지됐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오랜만에 열린 축제에 관객들은 반색했다.

‘효사랑 문화제’는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이날 제2부 ‘효사랑 음악회’는 봉국사 창건설화 노래극으로 시작됐다. 봉국사는 독특한 창건 역사를 가졌다. 왕위에 오르자마자 양민 출가금지부터 비구니 환속, 자수원·인수원 철폐 등 불교에 아주 혹독했던 조선 현종이 두 딸을 위해 지은 사찰이기 때문이다.

가례를 앞두고 같은 해 요절한 명선, 명혜 공주를 위해 현종은 1674년 봉국사를 중창한다. 백곡처능 스님의 ‘대각등계집’ 2권에 따르면 죽음길에 복을 끼치기는 부처님 같은 이가 없다고 여겨 장례를 마친 이듬해 왕비가 금강산 축존 스님에게 명하여 두 무덤 가까이 절을 짓게 하고 신하를 보내어 감독을 완성했다고 한다. 

봉국사 신도라고 밝힌 김미애 불자(무진행)는 “봉국사에서 왜 위령천도재를 하는지 시민들 눈높이에 맞춰 알려준 것 같다”면서 “봉국사는 어렸을 적 친정엄마 손을 잡고 왔던 사찰이다. 공연을 보는 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 두 분을 봉국사에 모셨다. 심난했던 마음이 ‘효사랑 문화제’로 훈훈해졌다”고 전했다.

봉국사 위령천도재의 유래를 알리는 창작 노래극 이후, 대중가요 공연이 잇따라 열렸다. ‘국악소녀’ 이소원과 ‘미스트롯2’ 김용임이 구성지고 유쾌한 가창력을 선보이자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그간 묵었던 스트레스를 풀어냈다. ‘천년바위’를 부른 박정식과 손동철 성악가의 공연도 이어졌다.

봉국사 주지 혜일 스님은 “499명으로 제한돼 모든 분을 모시지 못해 송구스럽다”면서 “오늘 공연으로 인연된 영가들은 물론, 여러분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님은 이어 여인의 몸으로 성불한 모든 붓다의 어머니 아르야 따라(聖度母)의 진언인 ‘옴 따레 뚜따레 뚜레 사바하(Om Tara Tattare Ture Soha)’를 외며, “따라 보살진언은 질병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독약이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몸과 마음의 백신이라 생각하고 염불을 일상화하자”고 당부했다.

행사장에는 포교사 20명이 배치돼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했다. 박왕호 포교사(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원장)는 “오랜만에 탁 트인 곳에서 공연을 보니 행복하다. 특히 불교의 세계관을 시민들에게 쉽게 알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면서 “‘효사랑 문화제가 앞으로도 계승·발전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규태 국제포교사는 “공주님 영가만이 아니라 이 주변에 계신 모든 영가들이 오랜만에 편안해졌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앞서 제1부 ‘위령천도재’에서는 시련을 시작으로 대령, 관욕, 삼보예경, 신중권공, 삼보통청, 중단권공, 시식, 헌식이 이어졌다.

정유탁 조계종 총무원 기획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문화제는 문화재청 ‘전통산사문화재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행사에는 회주 혜성 스님을 비롯해 성남시불교사암총연합회장 일운, 조계종 신도시전법단장 도봉(원적정사 주지), 장안사 주지 성재, 홍법사 주지 해동 스님과 김학봉 수정구청장, 전동억 성남시공무원불자회장, 박창순·최만식 경기도의원, 김선임 성남시의회 의원(경제환경위원장), 이상호 성남시의회 의원, 신상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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