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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불교차별을 이어간 김영삼 정권

기자명 이병두

첫 문민정부였지만 종교차별로 국민화합 저해

첫 내각 인사부터 종교차별…장관급에 기독교 7명·불교는 전무
17사단 전차대대 훼불사건 이어 1994년 조계종 개혁 때 ‘악수’
정권 말기엔 국군중앙교회서 예배보면서 방송에 그대로 노출

의현총무원장을 찾아 선거대책을 논의하는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
의현총무원장을 찾아 선거대책을 논의하는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

1993년 2월 말 출범한 김영삼(YS) 정권은, ‘3당 야합’의 결과로 탄생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30여년 만에 맞은 문민정부였다. 그렇기에 선거에서 YS에게 표를 찍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 중에도 새 정권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았다. 임기 말 IMF구제금융 사태를 맞이하면서 YS정권의 모든 공적이 묻혀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와 쓰레기 종량제 실시 등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남긴 점까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 문제에 있어서만은 공과(功過)를 함께 이야기하기 어렵다. 잘못[過]이 공적[功]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 숱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며 임기 내내 불교계와 긴장 관계를 이어간 점은 매우 안타깝다. 지난번 제20회 연재에서 다룬 ‘육군 제17사단 전차대대 훼불 사건’으로 정권 출범과 함께 불교계의 ‘종교 차별’ 비판을 받게 되었으면 이를 시정하는 쪽으로 인사와 정책 집행을 이어가야 했지만, 오히려 불교를 차별하는 정반대의 길을 가면서 갈등을 더 깊게 하고 정권 안정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화합을 해치고 말았던 것이다.

어쨌든 스스로 ‘문민정부’라 내세우며 출범한 YS정권은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지나친 종교차별이 계속될 것 같다’는 우려를 낳게 하였다. 장관급 인사 중 기독교인은 7명이었던 데 반하여, 불교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항간에는 “충현교회 인맥이 정부를 장악했다”는 설이 넓게 퍼졌는데, 이를 부정하기 어려웠던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 이 흐름은 YS의 임기 5년 동안 그대로 이어져 YS정권에서 장‧차관을 지낸 175명 중 종교가 밝혀지지 않은 2명을 제외한 173명의 종교 분포 조사 결과 ‘개신교 76명(43.9%)-가톨릭 27명(15.6%)-불교 23명(13.3%)’ 등으로 확인된다. (그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는 ‘개신교 56.3%-가톨릭 25%-불교 6.3%’로 더욱 악화된다.) 물론 YS의 측근으로 통하던 대학생불교연합회 출신 박세일과 이각범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임명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대통령의 종교 정책집행과 인사에서 종교차별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었는지 아니면 그럴 의지가 없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YS정권의 종교차별을 막는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출범 초기에 육군 제17사단 전차대대 훼불 사건을 일으켜 사과와 함께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약속을 했지만, YS정권은 출범 1년 뒤인 1994년 봄에 일어난 조계종 개혁불사 과정에서 또 다시 악수(惡水)를 둔다.
 

1994. 4. 10. 전국승려대회 (조계사).
1994. 4. 10. 전국승려대회 (조계사).

199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의현)은 YS후보를 적극 지지하였다. 1992년 2월에는 제주의 한 호텔에 각 종단 총무원장을 포함한 불교계 인사 500여명을 모이게 해 ‘나라를 위한 기원법회’를 열면서 YS를 초청하여 지지를 표명하고 “3당 합당이라는 구국의 결단을 내리신 분”이라며 칭찬하였다. 선거 직전인 12월7일에는 조계종 전국신도회 주최로 청주에서 개최한 ‘민족대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한 불교중흥 대법회’에서도 “우리 김영삼 총재께서는 통일대불 점안식에 합장하시는 등 불교중흥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며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하였다. 이랬던 의현 총무원장이 3선 연임을 시도하자 동국대 석림동문회와 선우도량 등이 이를 반대하고 ‘범승가 종단개혁추진회(범종추)’를 결성해 3선 저지에 나섰다. 조계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경찰병력은 총무원 측이 폭력배를 동원해 범종추 스님들을 공격하는 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범종추 쪽에서 총무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연행하여 조사를 하는 등 3월29일부터 4월12일까지 형평성을 상실한 공권력을 동원하면서 불교계 내부에서 따가운 비판에 내몰렸다. 결국 여론의 힘에 밀린 YS정권에서 경찰 병력을 철수시킨 4월13일 새벽에 의현 총무원장이 사퇴하면서 이른바 ‘94년 조계종 개혁’의 첫 단계가 마무리되었지만 YS정권과 불교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개혁 불사가 본 궤도에 오른 뒤 새 총무원장이 선출되기 전 개혁회의 기간에 내무부장관 사퇴 요구와 함께 ‘전임 의현 총무원장과 YS정권의 밀월 관계’를 추궁하는 목소리가 불교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어졌고, 정권에서는 불교계의 여론을 달래려고 여러 경로로 접촉하며 ‘종정 추대식에 민자당 대표가 참석하여 사과’하고 ‘불교지도자들을 청와대 오찬에 초대하겠다’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지만 불교계의 거부로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6월16일 최형우 내무부장관이 총무원을 방문하여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을 조계종 개혁회의가 수용하고 장관이 이틀 뒤에 통도사로 종정(월하) 스님을 방문하는 것으로 형식상 갈등을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남은 YS정권 기간 내내 언제든 새로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었다.
 

국방부 청사 내 국군중앙교회 (1996년 1월21일 KBS 뉴스 캡쳐).
국방부 청사 내 국군중앙교회 (1996년 1월21일 KBS 뉴스 캡쳐).
1996. 1. 30.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사과하는 이양호 국방장관.
1996. 1. 30.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사과하는 이양호 국방장관.

정권이 후반기에 들어선 1996년 1월21일 대통령 부부가 국방부 청사 경내에 있는 국군중앙교회에서 이 교회 장로인 권영해 안기부장‧이양호 국방부장관 등과 예배를 보는 장면이 KBS 저녁뉴스에 생생한 화면으로 보도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헌병이 국방부 입구에서 불교인들의 법당(원광사) 출입을 막고 개신교 장병들의 예배 참석을 돕기 위해 당직 근무를 불교 신도 장병 등과 바꾸어준 일이 밝혀지면서 심각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군내 종교의 형평성을 들어 규탄성명서가 나오는 등 불교계의 항의가 거세지자 1월30일 국방부장관(이양호)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대통령의 국방부 중앙교회 예배에 따른 경호와 의전상의 문제로 군 법당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에게 불편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고 “앞으로는 군종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형평을 잃는 일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불교계의 어느 누구도 흔쾌히 그 사과를 받아들이거나 약속을 믿지 않을 정도로 YS정권은 신뢰를 잃고 있었다. 당시 총무원장(월주)도 “대통령의 특정 종교행사 참여를 자제해 달라”는 말을 전했다고 했지만, 그 말을 받아들일 사람이었다면 5년 임기 내내 불교를 차별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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