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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김천 고방사

기자명 법상 스님

범종은 중생 성불 기원 위해 울린다

아침 종성게로 널리 통용된 게송
종소리엔 지옥 벗어날 서원 담겨
마음을 추슬러 본심 찾으라는 것

김천 고방사 / 글씨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1913~1999).
김천 고방사 / 글씨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1913~1999).

聞鐘聲煩惱斷 智慧長菩提生
문종성번뇌단 지혜장보리생
離地獄出三界 願成佛度衆生
이지옥출삼계 원성불도중생
(이 종소리 듣고 번뇌를 끊을지어다./ 지혜가 자라고 보리심이 생기며/ 지옥과 삼계의 고통 벗어나/ 원하건대 모든 중생이 제도 되길 원합니다.)

이 게송은 아침에 행하는 ‘종성게(鐘聲偈)’로 널리 통용된다. 명(明)나라 성기(性祇) 스님은 ‘화엄경’ 정행품과 밀교 경전의 게송, 주문을 선별하여 ‘비니일용록(毘尼日用錄)’을 편찬하였다. 청(淸)대에 이르러 견월독체(見月讀體 1601~1679) 율사가 이 책을 원문으로 하여 ‘비니일용절요기(毗尼日用切要記)’를 지었다. 그 후 청나라 불암서옥(佛庵書玉) 스님이 주석을 덧붙여 ‘비니일용절요향유기(毗尼日用切要香乳記)’를 편찬했다. 후대에 홍찬(弘贊) 율사가 ‘사미율의요약증주(沙彌律儀要略增註)’를 썼는데 여기에도 종성게가 실려 있다. 중국 원문은 다음과 같다.

“聞鐘聲煩惱輕(문종성번뇌경) 智慧長菩提生(지혜장보리생) 離地獄出火坑(이지옥출화갱) 願成佛度衆生(원성불도중생), 이 종소리 듣는 자는 번뇌가 가벼워져 지혜가 자라고 보리심이 생겨나서 불구덩이와 같은 지옥에서 벗어나 원하건대 모든 중생이 제도되길 원합니다.”

종소리가 들리거든 응당 공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바르게 하고 앉거나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마음을 모으고 경건한 마음으로 발원해야 한다. 종소리에는 번뇌를 가볍게 하면 지혜가 생겨날 것이고 이에 따라 지옥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서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화갱(火坑)은 ‘법화경’에 나오는 삼계화택(三界火宅) 비유를 말한다.

문(聞)은 문틈으로 귀를 대고 듣는 것이다. 범종 소리를 고요히 듣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을 치는 것이다. 중생을 미혹하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잡념으로 일어나는 망상이다. 

망상이 곧 번뇌며 번뇌가 곧 망상이기에 이를 댕강하고 자르기를 염원하는 표현이다. 번뇌는 마음과 몸을 괴롭히는 욕망이나 분노 등 모든 망념을 이른다. 번뇌가 끊어지면 보리(菩提)가 저절로 솟아난다고 하였다. 보리는 깨달음의 지혜를 말한다.

사찰에서 만나는 법구(法具)는 무엇 하나라도 그냥 그저 매달린 게 없어서 모두 각자의 역할대로 말없이 법을 전하는 도구다. 그 가운데 하나인 범종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엄숙함이 스며든다. 종성게는 곧 번뇌를 끊으라는 다짐의 노래다. 성불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싶은가? 그러면 번뇌를 끊어라. 번뇌는 몸과 마음을 미혹하게 하는 정신적인 작용이다. 

지옥은 육도(六道)의 하나이며 또한 삼악도의 하나다. 우리는 지옥에 대해서 너무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중요시하는 불교에서는 극락도 지옥도 모두 이 마음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범종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추슬러 본심을 찾으라고 하는 것이다.

삼계(三界)는 미혹한 중생이 윤회하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다. 삼계를 벗어나면 부처님 세계인 불지(佛地)에 이른다. 여기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삼계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마음이다. 원효성사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통하여 삼계가 오직 일심에서 비롯되며 일심이 미혹하면 삼악도가 생겨나 윤회하므로 이를 삼계유일심(三界唯一心)이라고 하였다. 출삼계(出三界)에서 출(出)은 탈(脫)과 같기에 삼계에서 벗어나면 해탈이 되는 것이다. 

지혜는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달아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정신적인 능력이다. 지혜가 있어야 번뇌를 능히 끊을 수 있다. 지혜가 자라면 보리에 이른다. 보리심이 자라면 부처를 이룬다. 범종은 신심의 보이지 않는 거름이 되고 불지로 나아가기를 독려하는 채찍이 된다.

범종의 목적은 마지막 게송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든 중생이 성불하기를 기원하기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성불을 왜 하는지도 명확한 답을 세운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함이다. 제도는 괴로운 삶을 즐겁게 해주는 것, 고통의 바다에서 극락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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