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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제92칙 법안혜초(法眼慧超) (끝)

‘부처란 무엇인가’ 답 찾는 건 납자의 궁극적 목표

‘나는 누구인가’와 통하는 질문
‘그대가 바로 혜초’라 한 일갈은
승의 이름이면서 불법의 대명사
단도직입으로 직지인심한 대답

승이 법안에게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법안이 말했다. “그대가 바로 혜초이다.”
법안은 법안종(法眼宗)의 개조인 법안문익(法眼文益, 淸凉文益: 885~928)이다. 법안은 속성은 노(魯)씨로서 절강성 여항(余杭) 출신이다. 장경혜릉(長慶慧稜)을 참문하였고, 후에 나한계침(羅漢桂琛 : 867~928)을 참문하여 그 법을 이었다.

부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가장 근원적이고, 또한 납자가 반드시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달리 나는 누구인가 하는 본참공안(本參公案)과 통하는 질문이다. 이것은 승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제기되어 있지만, 사실은 승 자신이 평소에 공안으로 삼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때로는 좌선하는 가운데서 깊이 사유해보기도 하였지만, 모두 망상만 초래할 뿐이지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것이었다. 승은 경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도반과 토론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이에 승은 결심을 하였다. 부처를 찾지 못할 바에는 궁극적으로 자신도 찾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부처 또는 부처의 자기를 따로따로 구별하여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치에 대해서는 막상 체험할 수가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법안문익 선사한테 가르침을 구하였다. 그 질문이 바로 다름 아닌 자기의 부처 내지 부처의 자기에 대한 공안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특별히 법안문익에게 질문한 것도 사실은 질문의 형식을 취했을 뿐이지 자신의 견해를 점검받아보려는 행위에 속한다. 이러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있던 법안은 부처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하여 단도직입으로 직지인심하여 답해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선지식의 안목을 유감없이 발휘한 법안의 선기였다. 그래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대가 바로 혜초이다”라고 면전에서 일갈하였다. 승의 이름이 혜초인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혜초는 승의 이름이면서 혜초 자신이 반드시 알아차려야 하는 불법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승은 혜초와 궁극적으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진정한 깨침을 맛보지 못한다는 것을 고스란히 노출시켜준 것이다. 바로 그 점에 대하여 법안은 시의적절하게 지시해주고 있다.

이러한 대처는 이미 충분히 선기가 익어 있는 납자에게는 꽤나 효과적이다. 그렇지 못하고 진정으로 아무것도 몰라서 부처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경우라면 주장자로 한 방을 때려주었어야 했다. 승도 자신의 불성 내지 자신이 본래성불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법안의 그와 같은 답변이 뼛속까지 시리게 깊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는 그것이 언설에 그칠 뿐이지 경험되지 못하고 있었던 까닭은 분명하게 이해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짐짓 알고는 있으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안의 답변을 듣는 찰나에 승은 자신이 혜초라는 것을 새삼스레 자각하였다. 일찍부터 혜초였지만 법안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답변을 듣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이름을 초월해버린 이름이었다. 소위 부처란 다름이 아니라 혜초인 것은 분명한데 이제부터는 그 혜초가 부처인 줄은 일찍이 몰랐던 자신의 과거를 보게 되었다. 이제는 부처가 무엇이냐고 물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오히려 부처가 혜초에게 혜초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할 판이었다. 

사실 혜초와 부처는 애초부터 다른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혜초라는 인물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그때부터 혜초라는 부처가 함께 존재하였고, 혜초가 법안의 답변을 통해서 자신을 깨치는 찰나에 그 부처는 일찍이 혜초였음을 자각시켜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혜초는 부처가 질문을 하고 부처가 답변을 하고 있는 선문답의 한가운데서 법안에게 감사의 예배를 드렸다. 아니 감사의 예배를 법안으로부터 받고 있었다. 유불여불(唯佛與佛)이 실천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kimhogui@hanmail.net

[1614호 / 2021년 12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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