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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 "이대론 안된다…잘못된 관행 바로잡자”

  • 교계
  • 입력 2022.01.21 19:43
  • 수정 2022.01.21 21:00
  • 호수 1618
  • 댓글 3

원로스님·행자·노보살·외국인 등 전국 곳곳서 조계사 결집
참석대중 “대회 계기로 한국불교 건강한 발전·성장 발원”

사진 승려대회 공동취재단.
사진 승려대회 공동취재단.

“매일같이 발생하는 불교계를 향한 폄훼와 왜곡에 많이 화가 났습니다. 지금껏 자비와 관용으로 넘겨왔지만 뚝배기가 끓듯 참고 참아온 울분이 터져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지금껏 쌓여온 정부 잘못을 지적하고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자는 전국승려대회가 대선개입이라는 논란을 받고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종교편향은 반복되고 우리 사회의 발전도 없겠죠.”

“정청래 의원 한명 꾸중하겠다고 모인 게 아닙니다. 지금껏 국민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잘못된 견해가 고착화될 때까지 방치한 것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중대한 움직임입니다.”

끊임없는 불교탄압에도 1700년의 공고한 역사를 이어온 한국불교. 정부와 지차제, 공공기관의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뿌리 뽑기 위한 사부대중의 간절한 원력이 서울 조계사에 결집됐다.

1월21일 오후 12시가 조금 넘자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스님들이 서울 조계사를 가득 메웠다. 이제 막 출가한 행자에서부터 종단의 원로급 스님들까지 지정된 장소에서 발열검사와 손 소독을 한 후 질서정연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종교편향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 오직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스님들은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울산 신흥사 주지 종현 스님은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끼니도 거르고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스님은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문재인 정부의 잦은 종교편향으로 전국의 스님들이 분노하게 됐다”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와 개선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밝혔다.

합천 해인사 미디어국장 서현 스님은 “모든 스님들이 승려대회의 취지를 잘 알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스님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옳고 그름을 바로잡을 수 있을 때 행동에 나서야한다.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천 상원사 법전 스님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무지와 몰이해가 불러온 결과”라며 “종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차별행위를 없애기 위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직장인, 외국인,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한 노보살님도 결연한 스님들의 의지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조계사 한 켠을 지켰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문희(74) 불자는 “암수술을 받고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스님들의 목소리에 미력하게나마 뜻을 보태고 싶어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며 “내 종교가 소중하듯 다른 종교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진정한 종교 화합을 이루기 위해 불자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산(61, 서울) 불자도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을 해소키 위해서는 불교 내부의 결집이 우선시 돼야한다”며 “사부대중 모두가 더 열심히 정진하고 우리사회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질 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우렁찬 범종 소리를 시작으로 5000여 스님들이 함께 하는 전국승려대회가 시작됐다. 스스로 자성하고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108참회 기도도 이어졌다.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스님들의 장중한 참회진언을 따라하는 불자들의 얼굴도 사뭇 진지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 스님의 연설, 종교편향 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의 결의문 낭독 등으로 “승가와 교단을 지키기 위한 파사현정과 정법”을 외치자 참석대중들은 박수를 치며 “불교는 살아있다” “옳소” 등의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사과 메시지가 영상으로 상영되자 절정에 달했던 전국승려대회는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스님들은 “듣고 싶지 않다” “말뿐인 사과로 기회를 주면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일부 스님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이에 주최 측은 곧바로 영상을 중단했고,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의 발원문 낭독을 끝으로 전국승려대회는 마무리 됐다.

전국승려대회에 동참한 스님들은 이번 대회가 한국불교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지길 발원했다. 종회의원 지우 스님은 “전국의 많은 스님들이 파사현정의 심정으로 함께 모인 전국승려대회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정법의 현장”이라며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공직자들이 지혜의 눈을 가지고 종교간 화합·상생을 위한 정책을 펼쳐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네팔 출신의 설래 스님(경기도 양주 육지장사)도 “한국은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이 공존하는 다종교국가다. 세 종교 모두 국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부는) 한 종교에 편향되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승려대회를 계기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고 한국불교의 발전이 있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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