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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보타사 마애불 방치 말라

  • 기자칼럼
  • 입력 2022.01.28 19:50
  • 수정 2022.02.07 17:40
  • 호수 1619
  • 댓글 0

고려시대 조성된 ‘서울 보타사 마애보살좌상’(보물)이 서울시의 무관심 속에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이 마애불 얼굴 중앙과 좌우 이마에서 뺨까지 긴 균열이 발생했다. 기다란 금이 오른쪽 귀 부분에도 가로지른 상황. 왼쪽 귀 일부와 목 부분 등에도 손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마애불은 개운사 암자인 보타사 대웅전 뒤 기역(ㄱ)자로 휘어진 암벽 전면을 가득 채워 조각돼 있다. 높이 5m, 폭 4.3m 규모다. 좌우로 길게 뻗은 눈과 높게 솟은 콧등, 길고 늘씬한 손가락이 잘 드러나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마애불 무릎 옆 새겨진 명문을 통해 고려시대 남경(南京)을 수호하고자 조성된 ‘마애 제석천상’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기도를 올렸다던 보도각 백불인 ‘서울 옥천암 마애보살좌상’(보물)과 꼭 닮은 모습으로 동일 조각가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등 학술적 가치도 높다. 그럼에도 마애불이 훼손되면서 사찰은 물론 학계에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1999년 마애불 인근에서 진행된 도로확장 공사를 훼손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미술사연구소가 2019년 발간한 ‘학술총서-보타사 마애보살상·암반훼손에 대한 복원방안’에서도 마애불 훼손 원인을 도로 공사로 지목했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은 “2018년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마애불 곳곳에 금이 간 상태였다”며 “이는 마애불 뒤편에서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깊이 5m나 되는 암반을 무리하게 폭파하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서울시가 문화재 훼손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시행규칙에 따르면 문화재로부터 반경 50m 이내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또 문화재보호법에도 문화재 반경 50m 내에서 공사 등 현상 변경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사업체와 서울시 모두 이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공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2001년에야 제정돼 당시엔 위법이 아니었다”며 “(공사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잘 모르지만) 심의를 안 거치고도 가능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문명대 소장은 “공사가 진행되기전부터 시행되고 있던 문화재보호법 기본 사항을 몰랐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문화재보호법은 모든 법의 상위법이다. 서울시가 개발 이익으로 문화재 가치는 뒷전에 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 마애불 훼손이 심각하다는 한국미술사연구소의 보고서가 나오고 보타사에서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이를 계속 방치한 것은 서울시의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구구한 변명보다 문화재 훼손에 대한 근본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즉각적인 보수에 나서야 한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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