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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 퍼지는 증엄 스님의 선한 영향력

기자명 혜달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2.02.14 15:29
  • 수정 2022.02.15 12:10
  • 호수 1620
  • 댓글 4

증엄 스님 서원으로 설립된 
대만 자제공덕회 자제병원
생명 살리는 데 보시금 써야
보시자에 대한 정확한 보답

1989년 증엄스님의 재가제자가 제공한 집에서 대만유학생활을 시작한 나는 자제공덕회의 공익활동실황을 보고 들을 기회가 꽤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놀라웠고 부러웠다.

하루는 자제공덕회 소식지에서 두 팔, 두 다리가 없는 소년이 화련 자제병원 병상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고 이 보다 더 비참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참을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진 속 병원자원봉사자와 소년의 표정에는 어색함이 없었고 그들의 평범한 일상사를 들려주는 듯 평화로움에 나는 그들에게서 한참을 더 벗어나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 자제공덕회 위원으로부터 사진 속 소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너의 두 다리마저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걱정하자, 이 소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저는 척추를 다치신 분보다 훨씬 행운입니다.”

척추가 다쳐 앉아있을 수도 없는 사람보다 내가 더 행운이라는 이 소년의 목소리! 독자 여러분에게는 어떤 울림으로 전해지십니까?

2016년 대만을 재방문한 나는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한참을 가다 택시 운전사는 자제공덕회를 아느냐고 물어왔고, 내가 알고 있다 말하자, 택시운전사는 친형의 이야기를 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다 암에 걸린 친형이 있었는데 신죽(新竹)에 있는 자제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자제병원은 가난한 형을 무료로 치료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형에게 매달 용돈으로 5,000원(한국화폐 20만 원 상당)을 줘서 형이 쓰고 싶은 것에 쓰게 해주었습니다. 형은 그 돈으로 조카들 용돈도 주었고, 사고 싶은 것을 사서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형은 암으로 사망했고, 자재공덕회에서 장례까지 치러 주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자선단체가 있습니까?”

자제공덕회는 생명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자제병원에 일단 들어온 환자는 부자든 극빈자든 치료가 최우선이고 생명부터 살리고 본다. 자제병원에는 보증금제도가 아예 없다. 게다가 부자든 극빈자든 모든 환자는 동일한 의료혜택을 제공받는다. 부처님의 자비에 조건이 없듯 말이다.

화련의 한 진료소에 신도 병문안을 갔다 나오면서 병원 바닥에 피가 낭자한 것을 본 증엄스님은 원주민 임산부가 난산으로 병원에 왔다가 의료비와 보증금이 없어 다시 들것에 실려 나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비통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던 증엄스님은 “이 곳에 생명의 소중함이 과연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돈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한다. 하지만 돈이 있어도 환자가 위급할 때 의사의 손길이 바로 닿지 못하면 생명을 구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보증금 없는 병원설립을 서원했고, 그렇게 해서 설립된 것이 ‘자제병원’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빈곤한 환자에게는 매달 용돈까지 챙긴다는 택시운전사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놀라서 그만 목적지를 훨씬 지나 하차한 나는 택시를 타고 온 나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생명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건저 내는 것이 우선이다’는 증엄스님! 수많은 사람들이 보시한 기금은 반드시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을 구해 내는 것’에만 사용되고 있고, 정확한 셈 처리가 바로 보시자에 대한 보답이라며 사찰경영, 사찰대중에게는 기부금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증엄스님의 선한 영향력의 기틀이다.

2021년 12월, 대만 자제공덕회가 한국에서 종교단체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지금도 부처님의 자비 씨앗을 지구촌 곳곳에 심고 가꾸는 증엄스님의 선한 영향력이 이제 한국사회에도 스며들어 꽃망울 맺기를 응원한다.

혜달 스님
혜달 스님

혜달 스님 (사)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hd1234369@gmail.com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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