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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탄이들은 안녕하십니까?

기자명 윤소희

세상 향해 메시지 던지는 BTS(방탄소년단)…사찰악사와 닮아

신명나게 춤추고 경전 노래하며 중생 일깨우던 사찰마당 공연극
조선시대 억불로 여인 희롱하며 웃음파는 파계승 탈춤으로 변모
일본 사찰 고려곡물어의 원조는 화려·장대하던 고려 사찰악가무

2019년 나루히토 천황 즉위식에서 행해진 궁중 악가무 가루라(迦陵頻).
2019년 나루히토 천황 즉위식에서 행해진 궁중 악가무 가루라(迦陵頻).

온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방탄소년단(BTS) 탄이들이 코리안이라니. 세계의 아미(ARMY,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덤 명칭)들이 탄이들의 온갖 멋진 퍼포먼스와 소소한 일상을 다 안다 하더라도 사투리 쓰는 탄이들의 반전 매력은 모를 터. 이게 바로 코리안 유포리아! 그런데 얼마 전부터 탄이들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했다. 그 나이에 친구들과 허튼 소리도 해보고 처자들과 티격태격 해 봐야, 자신과 딱 맞는 각시를 만나 장가도 갈 텐데 어쩌나? 그래서 요즘은 “탄이들 안녕하십니까?”라는 짠한 마음으로 그들의 무대를 보게 된다. 

그나저나 정월이며 불탄일을 맞아 굉진천지하던 우리네 불탄이들은 어떻게 지내시나?

불교문화권 어디에서나 사찰은 궁중과 막역한 관계를 지니며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 송나라 사찰은 그 마을의 광장이자 오락장이 돼 경전을 노래하는 설창과 ‘부모은중경’과 같은 가요를 유행시켰다. 그런데 우리네 사찰은 조선조 억불에 밀려 산속으로 들어간 이래 고요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종교라는 것이 사람을 위한 것 일진데, 그러려면 사람 가까이 있어야 하고, 생활 속에서 떠들썩하기도 하고, 신명나고 재미난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불교는 본래 고요한 것이라는 착시적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

일본 고후쿠지(興福寺)에서 초파일(佛生會)에 했던 ‘교훈초(敎訓抄)’의 풍경을 생각해 보면 사찰악사들이 연예인이었고, 사찰 마당이 공연장이었다. ‘교훈초’를 쓴 치카자네는 스고이천황 20년(612)에 “백제의 미마지가 오(吳)에서 기악을 배워 일본에 전하였다”는 기록을 시작으로 고려곡물어(高麗曲物語)의 절차와 내용을 적고 있다. 

이 내용을 보면 마당을 정화하는 치도(治道)로 시작하여 오공(吳公), 사자무(獅子舞), 가루라, 금강, 바라문, 곤륜, 역사(力士), 대고(大孤), 취호(醉胡), 무덕악(武德樂)으로 진행된다.

‘치도’는 놀이 전에 행한 양재(攘災), ‘오공은’ 이방인의 춤, ‘사자무’ ‘가루라’ ‘금강’은 불법의 상(祥)스러운 기운, ‘바라문’ ‘곤륜’은 외도, ‘역사’ ‘대고’ ‘취호’는 외도를 물리치고 세상의 권세와 즐거움이 허망하니 예불하고 불사하여 공덕을 쌓자는 내용이다. 놀이를 통해 홍법의 감화를 주었으므로 이를 교훈극이라 하였고, 이를 행한 때가 초파일이었다. 

일본에는 사찰에 아악단이 있듯이 궁중 악가무에도 불교 악가무의 비중이 크다. 2019년 나루히토가 등극하며 궁중가무가 펼쳐졌다. 이때 설행된 ‘가루라’는 고후쿠지의 고려곡물어를 연상시킨다. 극락정토에 사는 가릉빈가와 새들의 왕 금시조(金翅鳥)로 번역되는 ‘가루라’는 우리네 사찰 벽화나 탑에도 같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어 낯설지가 않다.

일본 사찰에서 행해진 고려곡물어는 한반도의 삼국시대와 통일신라를 지나 고려조에 굉진천지하던 사찰악가무가 그 원조이다. 

봉산탈춤에서 파계승이 여인을 희롱하는 장면.
봉산탈춤에서 파계승이 여인을 희롱하는 장면.

‘고려사’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찰 잔치는 “나라의 살림을 거덜낸다”고 걱정할 정도로 화려하고 장대하였다. 그러한 사찰악가무 중에 고후쿠지의 고려곡물어 원조인 한국의 ‘산대극’은 조선의 억불을 맞아 승려를 흉보고 놀리는 탈춤으로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각 처의 산대극을 국악학의 대가 이혜구 박사(1909~2010)가 연구하여 한국과 일본 학계에 발표하였다. 아래 표 괄호 속 숫자는 산대극의 과장(科場) 순서다.

이혜구 박사는 1953년부터 마지막 연구인 1982년까지 30여년간 수편 논문을 통해 한국 산대극과 고후쿠지 고려곡물어를 비교 연구했다. 그러한데도 끝내 풀지 못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최초의 연구가 있은지 70년이 흐른 2021년, 필자에 의해 ‘이혜구의 불교음악 연구 재고찰’로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다. 새로이 밝혀진 내용 중 하나가 오늘날 일본 사찰의례에서 ‘치도’의 일부 행법이 행해지고 있고, 그것이 한국의 ‘산대놀이’ 방식과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고려사찰의 불탄 행사(일본의 불생회)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굉진천지하던 우리네 불탄이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나? 요즈음 필자는 방탄소년단 탄이들의 팬이 되어있지만 사실 그 전에는 일사분란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의 퍼포먼스가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과 같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그들의 실력이 출중하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건강한 메시지가 있었다. 이는 세계 아미들이 결집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네 사찰에서 불법으로 사람들을 감복시키던 그 불탄이들은 파계승이 되어 여인을 희롱하며 세상에 웃음을 팔고 있다. 불탄이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또 불교계에서는 왜 그간 이에 대해 문제의식조차 없었는가. 이는 다음 편에서 한번 따져 보고자 한다.

윤소희 음악인류학 박사·한국불교음악학회 학술위원장
ysh3586@hanmail.net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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