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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새로운 노동 지평

기자명 최종환

지난해 11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해 지난 이야기지만 여전히 중증장애인들은 노동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자신의 권리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아직도 현재 진형형인 화두이고 한국 사회 노동시장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토론회의 제목은 ‘세상을 바꾸는 노동을 합니다 : 재활을 넘어, 권리생산의 주체로’였다. 제목이 주는 함의와 명시성은 매우 뚜렷하다. 기존 비장애인 중심의 노동시장이 아니라 권리를 만들어 세상에 기여하는 것 또한 노동으로 인정하는, 중증장애인의 일할 권리보장에 대한 대안 제시가 주요 골자였다. 토론회에서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는 중증장애인 대상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시범사업을 처음 도입하여 2020년 260명의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마련하였고, 2022년에는 350명으로 늘려 45억원을 책정한 바 있으며 경기도와 전라도, 강원도 등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주요 직무는 권익 옹호, 문화예술, 인권 교육으로 차별철폐를 위한 제도개선 활동이나 캠페인, 장애인의 예술 창작과 인권강사 활동, UN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모니터링 등 사회적 변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생산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하고 자본으로 실현되는 과정이다. 상품화된 노동력은 숙련과 재구성을 거듭하며 소득 창출과 재분배를 이어간다. 이러한 사회에서 제도와 계급, 성, 인종, 장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자유로운 진입이 어려운 누군가에게는 애초에 차단된 노동시장이 된다. 필자는 자본주의 이윤과 생산의 노동개념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대한 노동으로서의 인정, 그 ‘일’과 ‘일할 권리’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제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공감한다.

이제 장애인복지관의 역할을 살펴볼 때이다. 장애인복지관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고용지원을 통한 자립지원이다. 장애인복지일자리와 같은 공공의 일자리, 지원고용과 보호고용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한 일자리 매칭과 사업체 개발 등 경쟁고용이 어려운 장애인 지원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일자리 매칭은 지금까지는 사실상 장애인이 기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훈련과 직업지원에 집중되었기에 중증장애인과는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헌법 제32조 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의 의미는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데 방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자본주의 임금노동 관점에서의 노동 수준이 아닌 노동하는 존재, 그 자체가 실현되도록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근 영등포구에서는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발달장애인 적합 일자리로 ‘환경지킴이 일자리 사업’을 신설하였다. 발달장애인들이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샛강 생태공원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며, 캠페인과 환경 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이를 단순한 활동이 아닌 노동으로 인정한 좋은 사례이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근로의 의무가 있음에도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해 본인의 의사와 반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기존 시장에 끼워 넣는 노동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일도 노동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장애인도 당당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지위가 보장되는 새로운 노동의 지평, 장애인복지관도 더욱 힘을 모아 눈앞의 변화가 앞당겨 지기를 발원해 본다.

최종환 서울시립영등포 장애인복지관 관장
chungpajjang@hanmail.net

[1622호 / 2022년 3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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