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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뒤집어 쓴 유물에 새 숨결 불어넣다

  • 불서
  • 입력 2022.03.07 13:22
  • 호수 1623
  • 댓글 0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최선주 지음 / 주류성
272쪽 / 1만9000원

작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며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을 큐레이터라 한다. 흔히들 미술관 큐레이터를 떠올리지만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다. 손때 묻은 유물에서 가치를 찾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박물관 큐레이터의 일이다. 오래된 유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박물관 큐레이터는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다.

책은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며 경험한 30년의 기억들을 다루고 있다. 불상 조각사를 전공한 저자는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개원연구원과 춘천박물관장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30년 세월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전국 600여개 공‧사립 대학박물관, 미술관들과 함께 공동사업을 추진하며 박물관을 거쳐 간 수많은 선배 큐레이터들을 만났다. 책은 이런 경험들을 통해 우리 박물관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텅 빈 전시실을 채우기 위해 고민했던 젊은 날의 기억과 수많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좋은 기획전의 추억들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냈다. 

국립박물관 불교전시실은 큐레이터로서 저자의 역량을 한껏 보여준 대표사례다. 금동불상과 대형 석조불상, 철조불상의 배치는 물론 전시실 조명과 유물 받침대, 관람객들의 관람편의를 위한 동선과 구도까지 어느 것 하나 저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금동반가사유상만을 위한 단독공간을 조성하고, 하남 하사창동 대형 철불, 머리만 남은 철조불두와 석조불두를 통해 꾸민 놀랍도록 창조적인 전시공간은 미적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책은 3개 주제 속에 30여 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재를 대하는 자세, 관람하는 방법, 문화재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이 모든 것이 책상물림이 아닌 30년을 일관되게 박물관 큐레이터로서 걸어왔던 삶의 한복판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특히 수장고에 잔뜩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고리타분한 유물이 큐레이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 관람객들에게 놀라운 사유와 영감을 주는 과정은 ‘오래된 미래’라는 말의 참 의미를 새삼 일깨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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