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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멈춰야 한다

2월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대규모의 군대와 전쟁무기를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투입하여 한 국가를 초토화하고 있다. 현재 수천 명의 양쪽 군인들이 전투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이웃 국가를 향한 피난민 숫자는 수백만 명에 달한다. 2000년대에도 여전히 양육강식의 대규모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 나날 속에서 인터넷에 떠오른 전황을 살펴보며, 이 악의 상황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참담한 전쟁으로 크게 희생당하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총탄에 죽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눈물이 강을 이룬다. 생명을 담보로 한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늘의 품성이 깃든 인간의 목숨을 맘대로 하는 무지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악의 하나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한 번이라도 지구상에 전쟁이 멈춘 적이 있었던가. 상대를 절멸시키고 무화시키고자 하는 행위는 성자들이 가장 금기하는 것이다. 불교야말로 금과옥조로 여기는 불살생을 첫 계율로 삼고 있다. 이는 개인의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와 집단적 차원의 계율이자 윤리다.

‘쌍윳따 니까야’의 ‘전사의 경’(전재성 역주)에는 전사마을의 촌장이 전쟁에 대해 석존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촌장은 ‘전쟁 중에 싸우다 죽으면 하늘에 태어난다는 속설이 어떤가’에 대해 묻는다. 석존은 몇 번이고 질문 자체를 거부한다. 그러나 집요한 촌장의 질문에 마침내 응대한다.

“촌장이여, 전사가 전쟁터에서 전력을 다해서 싸우면 그의 마음은 이렇게 됩니다. ‘이 사람들을 구타하거나 결박하거나 절단하거나 박멸하거나 없애버려야 한다.’ 이처럼 (마음이) 저열하고 나빠지며 사악해집니다.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자를 적들이 살해하여 죽인다면 그는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지옥 그곳에 태어납니다. 그런데 만약 ‘전사는 전쟁터에서 전력을 다해서 싸워야한다. 전력을 다해서 싸우다 적들에 의해 살해되어 죽임을 당하면 그는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하늘사람의 무리에 태어난다’와 같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견해입니다. 촌장이여, 잘못된 견해를 지닌 사람에게는 지옥이나 축생 두 가지 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전쟁의 행위로 인해 가장 낮은 윤회의 과보를 받는다. 그러므로 전쟁은 결코 일으켜서도, 참여해서도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후대에 불교 또한 기독교처럼 정당전쟁론을 승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침략해 오는 적을 막기는 하되 사람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생명을 중시하는 불살생 의식을 끝까지 부여잡고 있다. 전쟁을 부정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을 불교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받아들이기 전에 지금부터 전 인류의 전쟁을 끝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군대의 양성과 전쟁무기의 생산 및 확산 금지, 적대적 관계의 외교적 대화 중시, 평화교육을 통한 반전운동의 확대, 전쟁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단죄 등을 국내외의 연대를 통해 차츰 확대시켜야 한다. 현재 세계 종교계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제연합(UN)의 한계를 넘어 새 국제질서를 향한 종교간 연대체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나는 이제라도 전쟁에 관한한 종교가 간섭해야 한다고 본다. 종교만큼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데는 없다. 전쟁은 종교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부정하는 것이다. 어떤 한 나라나 집단이 전쟁을 준비하거나 개시했을 때, 이를 막는 강제화 된 수단을 종교간 연대를 통해 강구해야 한다.

불교야말로 이러한 연대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군비경쟁은 결국 공멸을 재촉하는 것이다. 불교계는 이 냉혹한 현실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대승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이보다 급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624호 / 2022년 3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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