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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불서 등장인물 10만명을 한곳에…“조선불교 연구 새 지평”

  • 교학
  • 입력 2022.03.14 19:13
  • 수정 2022.03.15 11:16
  • 호수 1625
  • 댓글 1

순천대 남도문화연구소, 한국연구재단 3년간 지원 받아
인물에 얽힌 사승관계부터 문헌 간행 당시 소임까지 실어
3월14일, 동국대 불교학술원 사이트서 누구나 검색 가능

조선시대 불교전적 1214권에 담긴 인물 9만3415명 정보가 ‘조선시대 불서인명 DB(데이터베이스)’로 탄생했다. 

3월14일 동국대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kabc.dongguk.edu/budna/index)에 공개된 불서인명 사전은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순천대 남도문화연구소(소장 이욱)가 지난 3년간 조선시대 간행된 불서 1214권의 인명을 수집해 연구자들의 검토를 거친 결과물이다. 불교전적에 담긴 인명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지학적 특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조선불교 연구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사 방식부터 구성·특징까지 단순한 인명 정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각 인물의 승속(僧俗) 구분은 물론 책이 간행될 당시 그 인물이 맡았던 직책·소임·품계·법계·법호·당호와 가족·사승관계, 소속사찰·지역까지 세분해 표기했다. 해당 인물이 책의 어디에 기록돼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끔 했다. 문헌 정보도 마찬가지다. 간행 지역과 간행처·간행년·총 책수·소장처 정보를 충실히 담아냈다. 각 전적 원문 이미지까지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익하다.  

‘조선시대 불서인명 DB’의 홈페이지 검색창을 통해 서지정보와 인명정보를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서지정보’에는 서명별·시대별·지역별·문헌분류별로 전적을 구분했다. 시대별로는 1300년대(3건) 1400년대(133건) 1500년대(533건), 1600년대(510건), 1700년대(286건), 1800년대(117건)이고, 지역별로는 강원 (65건), 경기(147건), 경상(451건), 전라(496건), 충청(114건), 평안(111건), 함경(46건) 간행됐으며, 문헌은 경장(596건), 율장(11건), 논장(3건), 중국찬술(363건), 한국찬술(598건)으로 분류된다. 또 ‘인명정보’를 누르면 인명별·시대별·지역별·사찰소임별로 확인할 수 있다.

남도문화연구소가 조사한 조선시대 불서는 1657종 가운데 1214종으로, 조선시대 불서 가운데 73%에 달한다. 이는 불교국가인 고려시대보다 더 많은 수량이며 조선시대 유교문헌의 출판 수와도 쌍벽을 이룬다. 연구진들에 따르면 조선시대 수많은 사찰은 해당 지역의 출판 활동 거점이었고, 사찰에서는 불법 전승과 승려 교육을 위해 목판본을 지속적으로 간행해 왔다. 

이종수 연구책임자(순천대 사학과 교수)는 “335곳 사찰에서 간행된 1214종 불서의 10만여명 인물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면서 “이를 평균으로 환산해보면 1종의 불서에 77여명 정보가 있었던 것으로 그간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조선 불서 연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조선시대 불교문헌에는 유교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명정보가 수두룩해 여기서 파생되는 서지학적, 역사적 연구도 확대될 전망이다. 불서 간행을 위해 이뤄진 ‘인적 교류망’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고 화승이나 조각승에게 계파·계보가 있듯 불서 간행 전문 기능인으로 참여한 각수(刻手)와 간선의 계승 정보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간기(刊記)가 결실된 전적이 있더라도 다른 전적을 통해 정확한 연대 추정이 가능하며 지역별 유행 경전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리산 권역과 묘향산 권역에서 각각 간행된 불서를 분석해 해당 지역에서 시대별로 유행했던 경전을 찾아낼 수 있다. 불서의 서문이나 발문에는 간행의 배경이 기록돼 있어 문헌학을 넘어 역사·미술·문학·사회·경제·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지식을 제공할 전망이다.

김종욱 동국대 K학술확산연구소장은 “남도문화연구소에서 활용도가 높도록 사업 내용을 동국대 아카이브에 제공했다”면서 “동국대는 저명한 서지학자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와 조선시대 사찰 간행본에 대한 서지학적 조사를 진행했고 순천대는 조선 사찰 간행본의 인명을 발췌해 정리하고 있었다. 동국대와 순천대가 비슷한 시기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협업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판본에 담긴 시주자의 신분을 추적하다 보면 불교계와 조선의 유교 정부의 관계는 물론 시대의 경제 흐름, 정치 관계까지 복원할 수 있다”며 “남도문화연구소의 이번 연구사업은 조선 불교 연구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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