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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

기자명 진원 스님

식상한 이야기지만 나는 5년마다 늘 새로운 대통령에게 그동안 숙제 같은 바람을 품었다. 지금까지 대통령들은 초심을 붙잡고 광대한 원을 세우지만, 지나고 보면 공약은 흐지부지, 내가 대통령에게 바랐던 것도 흐지부지되었다. 그리고는 같은 꿈을 새로운 대통령에게 꾼다. 물론 대의적인 공약들이 셀 수도 없이 많고,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들까지 줄을 섰다. 

대통령이 출가사문인 나의 삶에 어떤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벌어지는 사회병리 현상과 여야를 떠난 편가르기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다르다. 모든 결정권을 가진 최고 수반의 인식과 정책은 국민들 삶과 행복지수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나의 행동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선거일 나는 계룡산을 등산했다. 관음봉에서 잠시 쉬는 동안 등산객 중에 대여섯명이 나를 의식해서인지 “문화재는 보지 않는데 그 돈을 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고 아깝더라, 사찰이 땅이 너무 많다”면서 별별 잘못된 정보를 비난삼아 열을 올렸다. 순간 조목조목 그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주지 소임을 십수년 살았다. 참으로 불편부당한 억울한 법도 많았고, 사찰이라는 공적영역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아 발목을 잡히는 일도 허다했다. 갑작스런 화재로 전소된 법당에 불사를 진행할 때에는 사찰토지들의 지목이 종교부지 이외에 전답 또는 잡종지로 나누어져 있거나, 일제강점기의 주지스님 명의로 되어 있는 등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아마도 대부분 사찰이 이러한 지목형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농지법, 전통사찰의 보존법, 개발제한구역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목전의 불교계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수없이 많다. 그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고,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하면 개발이익환수를 걱정해야 한다. 사실상에 사유지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법률에 볼모로 잡힌 상태이다. 

지금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가 있어 조금 개선되었지만 공직자들이 종교중립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차별로 이어지거나 공적영역에 결부시키는 일도 허다했다. 이러한 신념은 결국 잘못된 정보 생산이나 불이익으로도 이어지고, 잘못된 정책을 만들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못 가지게 한다.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신념들이 정책화되어서 실행되고 있다. 가톨릭순례길, 기독교 천사섬 순례길 등 억지스러운 정책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다뤄 여기서는 생략하지만 문화재관람료 폐지는 당연하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교계의 염원을 승려대회라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이후 거대 정당들은 각자의 불교계 공약을 발표했다. 명칭은 다르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대통령은 불교계의 목소리에 정중하게 귀 기울여 약속대로 문화재 관람료 등을 폐지하고 각종 규제의 법들을 불교계의 현실에 맞게 개정하거나 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단지 유형 문화재만을 관리하는 정책에서 유무형의 불교문화재 모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통은 옛날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 응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창작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수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여러차례 불교계의 규제에 대한 개정 발의한 것으로 안다. 불교계는 발의된 법안이 본회의에 통과할 수 있도록 발의한 의원을 적극 지원하고, 전방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일도 매우 중요시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지금이 규제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영구영 하다가는 또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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