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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어린 소통의 힘

기자명 효림 스님

외부 평화는 내면 평화에서 비롯
서로의 행복 염원·다정함이 근간
명상으로 연민심 훈련 지속하면
긍정적 마음 만들어져 평화 가능

과학의 진보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에 놀라운 유익을 주었지만 반면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기들 또한 만들어냈다. 지금 세계는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협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떻게 해야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첨단무기들에 인류가 더이상 희생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절망과 분노가 아닌 상생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외부의 평화는 내면의 평화 없이 불가능하다.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이기심과 증오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 그리고 서로의 행복을 염원하는 다정함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만일 우리가 따뜻한 마음과 인내심으로 타인의 관점을 인정하고 차분하게 의견을 교환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서로에 대한 공감의 마음이 일어나면 파괴적 동기는 힘을 잃게 된다.

상생을 위협하는 감정들을 변화시키고 다정한 소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나’라는 관념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비심을 가지고 탐욕과 분노 등으로 왜곡된 마음을 길들이겠다고 결단해야 한다. 인내와 끈기로 수행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속적인 내면의 평화는 세상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바탕이 된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소통은 중요하다. 잘 듣고, 잘 말하기 위해서는 따뜻하고 차분한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의 내면과 연결감을 잃지 않으면서 타인과 연결되는 대화방식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 대화의 모습은 대개 이런 식이다. 누군가 힘겨운 상황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종종 듣고 있기 힘들어지고, 반대로 내가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상대는 늘 성급히 충고·조언을 날린다. 그렇게 대화는 끝난다. 

왜 그럴까?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감정에 그대로 공명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픈 사람에 대한 정서적 공명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감정적 피로와 고뇌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연민심피로’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신경과학자인 타니어 싱어와 마티유 리카르 스님의 연구를 통해 공감과 연민심의 차이를 밝혀낸 이후 ‘공감피로’가 더 적절한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

실험을 위해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공감과 연민을 훈련한 뒤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는데, 공감을 훈련한 피험자의 뇌에서는 통증과 관련된 뇌 부분이 활성화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상대가 고통 받는 모습에 그들도 괴로웠다는 것을 나타낸다. 공감의 신경적 표지 또한 부정적 감정과 비슷했다. 반면 연민을 훈련한 피험자는 영상을 보면서 낙담, 혐오, 회피 등의 ‘부정적 정신상태’에 빠지는 대신 도와줄 방법을 찾겠다는 결의와 용기, 모성애를 가지고 감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자비심에 대해 명상할 때 뇌에서는 긍정적 정서, 모성애, 소속감, 만족감에 관련된 뇌 신경망이 총망라되어 활성화 되는 것이 관찰됐다. 또 다른 연구는 자비명상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타인의 고통에 훨씬 더 민감하고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니까 고통하는 상대에 대한 공감만으로는 상호연결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연민을 훈련하면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그들을 도우려는 내면의 동기가 함께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진화적 관점으로도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생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연민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공감적 고뇌의 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서적 탈진 없이 고통에 연결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연민심을 통한 마음의 긍정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의 통제에는 한계가 있음을 아는 평정심이 보태어질 때 마음의 여유 공간은 더 넓어진다. 부드러움과 여유, 차분함이 있는 소통을 통해 모두의 삶이 더 행복해지길 바래본다.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26호 / 2022년 3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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